한겨레] “군민의 대표이신 군수님께서 합천군민인 저희를 너무 부끄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어디에 가 서 합천에 있는 학교를 다닌다고 말하기가 창피합니다.”
경남 합천군의 한 고등학생이 이른바 ‘일해공원’ 이름 문제를 일으킨 합천군수에게 조목조목 따지는 편지를 인터넷에 띄워 네티즌들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안학교인 경남 합천군 원경고등학교 학생회장 겸 합천지역 고등학교 대표들로 이뤄진 합천청소년자치 위원회 위원장을 맡고있는 정겨울(18·사진)군은 지난달 중순 ‘원경고등학교 학생을 대표하여’ 심의 조 합천군수에게 쓴 편지를 인터넷에 띄웠다. 정군의 편지글은 네티즌들에 의해 걷잡을 수 없을만큼 빠 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정군의 글이 올라온 인터넷 게시판에는 지지댓글이 잇따르고 있다.
정군은 편지에서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고 그 다름의 차이는 존중되어야 한다고 배우고 있습니 다. 그렇지만 군수님께서는 우리 생각과 ‘다른 일’을 하신 것이 아니라 명백히 ‘틀린 일’을 하신 것 같습니다. 아직 배우는 저희가 봐도 심각하게 틀린 일입니다.”라며 “군수님께서 지금 하시는 일은 정의롭지도 않고, 오히려 지역을 분열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밝혔다.
문제점 조목조목 지적 “정의·참된 도리 알게 해주시길” 학생끼리 토론·전체회의 거쳐 작성…누리꾼 큰 반향
정군은 일해공원 문제 때문에 여러 학생들과 함께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게 되었다며 “공원 이름으로 그분의 호를 사용하려면 ‘전두환 전 대통령은 훌륭한 분이다’라고 국민들이 자랑스러 워하는 사람이어야 할 것인데 저희들은 전두환 대통령이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라 고 ‘일해공원’에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정군은 “우리가 배웠고, 알고 있고, 보아온 것들이 모 두 군수님 앞에서는 거짓인 것처럼 느껴진다”며 “군수님께서도 저희 같은 손자나 손녀가 있을 테지 요. 제발 생각을 바꿔주셔서 정의가 무엇인지, 올바른 역사가 무엇인지, 참된 도리가 무엇인지 알게 해 주시기를 간절히, 정말 간절히 바랍니다.”라고 편지를 끝맺었다.
정군은 경기도 안성군 출신으로, 안성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뒤 합천 원경고에 진학해 지난해 2학년 2학 기 때부터 학생회장을 맡고 있다. 정군은 학생들끼리 토론과 전체회의 과정을 거친 뒤 편지를 썼으며, 애초 합천군청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려 했으나 마땅한 게시판 기능이 없어 다른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고 밝혔다.
정군은 “저의 글에 대해 사회적으로 이렇게 큰 반응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정작 합 천군청으로부터는 아무런 반응을 얻지 못했다”며 “앞으로 합천지역 학생들과 함께 ‘일해공원’ 이름 바꾸기 운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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