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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구례를 중심으로 한 섬진강, 지리산 일대는 가히 ‘봄여행 1번지’로 부를 만하다. 3월 초부터 지 리산 자락에는 매화의 뒤를 이어 봄의 도래를 알리는 노란 산수유가 지천이다. 따스한 봄기운을 감지해 야만 뿜어 나오는 ‘산중 보약’ 고로쇠 수액도 지리산 일대가 최대 산지다. 3월 하순부터는 봄의 절정 을 알리는 벚꽃이 지리산 서남쪽을 굽이도는 섬진강변을 하얗게 수놓는다.
# 구름 속을 나는 새가 사는 집, 운조루
남도의 대표적 ‘적선지가’ 운조루는 그 규모만큼이나 볼거리, 이야깃거리가 풍성하다. 사시사철 답사 가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구름 속을 나는 새가 사는 집’이라는 뜻의 택호에 걸맞 게 조선 후기 건축양식의 전형을 보여주는 고택이다.
현재 중요민속자료 제8호로 지정된 운조루에는 건물 배치도인 가도(家圖) 등 조선 후기 양반가의 생활상 을 엿볼 수 있는 기록과 유물도 상당수 보존돼 있다. 집이 워낙 크다 보니 찬찬히 둘러보려면 꽤 시간 이 걸린다.
운조루 대문 위에 걸려 있는 호랑이뼈 두 개도 눈길을 끈다. 운조루를 지은 류이주가 평북 병마절도사 시절 잡은 호랑이의 뼈 두 개를 잡귀를 막기 위해 걸어놓았다고 한다.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진 호랑이뼈 는 남편 바람기 잡는 데도 효험이 있다는 속설이 있어 예전에는 여인네들이 조금씩 갉아 가기도 했다.
닭 10여마리가 햇볕을 피해 산수유가 활짝 핀 기와 담장 그늘에 몸을 숨길 정도로 요즘 운조루에는 봄빛 이 가득하다.
# 지리산 자락의 노란 꽃구름, 산수유
3월의 대표적인 여행 테마는 바로 산수유꽃. 꽃 하나는 엄지 손톱만 하지만, 한 그루에 수만 송이가 한 꺼번에 피면 비할 데 없는 장관을 이룬다. 일찍 핀 매화가 지기 시작하는 3월 중순이면 지리산 자락은 만개한 산수유꽃으로 노란 물결을 이룬다. 산수유꽃은 2월 중순부터 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해 4월 초까 지 그 화려함을 뽐낸다.
◇섬진강변의 벚꽃
구례의 산수유 열매는 전국 생산량의 67%를 차지한다. 그 중에서도 산동면 위안리 상위마을은 30%를 차 지할 정도로 산수유나무가 지천이다. 그래서 ‘산수유 마을’로 불린다. 구례군에서는 상위마을을 중심 으로 산수유꽃 축제를 15일부터 18일까지 나흘간 진행한다. 계곡과 돌담 사이에 흐드러지게 핀 산수유꽃 은 기나긴 겨울 뒤끝의 황량함을 순식간에 잊게 만든다.
# 눈부신 별천지, 섬진강 벚꽃길
산수유꽃이 시들해지는 3월 하순부터 구례 섬진강변에는 벚꽃이 만발한다. 매년 4월 초면 벚꽃 축제가 열린다. 구례를 중심으로 동남쪽인 경남 하동으로 연결되는 19번 국도, 서북쪽인 전남 곡성으로 이어지 는 17번 국도는 길섶에 벚꽃나무가 끝없이 이어져 눈부실 정도로 하얀 터널을 형성한다. 자동차 전조등 으로 벚꽃 야경을 일구며 스쳐가는 야간 드라이브도 일품. 특히 3월 하순에서 4월 초쯤 구례군청에서 오 산으로 연결되는 17번 국도변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중에서도 몇 손가락에 꼽히는 장관이 다. 하얀 벚꽃에 파묻혀 봄 햇살에 반짝이는 섬진강을 굽어보면, 왜 그렇게 많은 시인들이 섬진강에서 시흥을 돋웠는지 절로 깨닫게 된다.
◇운조루에는 연기가 기단 사이로 빠져나가도록 되어 있다(왼쪽), 화엄사 뒤 구층암 뒷산의 고로쇠 채 취 장면.
# 미각으로 느끼는 봄소식, 고로쇠 수액
지리산 자락에서 고로쇠 수액은 또 다른 ‘봄의 전령사’다. 고로쇠나무는 밤낮의 기온차가 커지는 봄 이 돼야 수액 채취가 용이하다. 영하인 밤에는 줄기가 수축돼 물을 흡수하고, 영상인 낮에는 줄기가 팽 창하며 물을 밖으로 내보내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로쇠나무는 기온차가 큰 날 수액을 많이 쏟아낸 다. 2월 중순 시작된 지리산 고로쇠 수액 채취는 통상 3월 하순까지 계속된다. 요즘 구례에는 고로쇠 수 액을 찾는 사람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 구례에서만 70만3500ℓ가 채취됐다.
뼈에 이롭다는 뜻의 한자어 ‘골리수(骨利水)’에서 유래했다는 고로쇠는 필수 미네랄 성분이 보통 물 의 40배나 함유돼 체내 노폐물 제거에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엄사 바로 뒤 아담한 절집 인 구층암에 가면 명완 스님이 직접 채취한 고로쇠 수액을 맛볼 수 있다. 달짝지근한 고로쇠 수액은 우 중충한 겨울 기분을 털어내는 데도 그만이다.
# 드넓은 구례 평야가 한눈에, 오산 사성암
문척면 죽마리 오산(531m) 정상의 사성암도 구례 여행에서 빠뜨릴 수 없는 곳. 사성암은 오산 꼭대기 기 암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작은 암자. 포장은 됐지만 경사가 워낙 심해 승용차 기어를 1단에 놓고 조심조심 올라가 절집 앞 마당에 서면 굽이쳐 흐르는 섬진강과 소설 ‘토지’의 무대인 구례 들녘 이 장쾌하게 펼쳐진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순식간에 풀어지는 느낌이다. 사성암에서 내려다보 는 경관이 얼마나 청량감을 주는가는 바로 옆에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마련돼 있는 데서도 잘 알 수 있 다.
사성암으로 올라가는 돌계단 양쪽에는 대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대나무는 사철 푸르지만 봄이 되 자 한결 더 경쾌하고 밝은 녹색을 띤다.
# 섬진강변 최고의 산책길, 화정리 ‘둑길’
걸으면서 섬진강의 봄 정취를 만끽하고 싶다면 문척면 화정리의 ‘둑길’을 찾을 일이다. ‘강북’을 달 리는 19번 국도를 타고 가다 경남 하동에서 남도대교를 넘어 다시 구례 쪽으로 방향을 틀면 ‘강남’을 달리는 861번 지방도로로 들어선다. 작가 김훈이 수필집 ‘자전거여행’에서 소개한 길이 바로 861번 도 로다. 이 861번 도로를 타고 오봉정사를 조금 지나면 화정리의 둑길이 나타난다. 이 일대는 ‘수달 생태 보호지구’이기도 하다.
물씬한 봄 내음을 맡으며 1㎞ 정도 되는 둑길을 걷다 보면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을 지척에 두고 사는 화 정리 주민들이 한없이 부러워진다.
≫여행정보
서울에서 승용차로 구례를 가려면 대전에서 대진고속도로(대전∼진주)를 타고 가다 함양나들목에서 88고 속도로로 갈아탄다. 광주 방향으로 달리다 남원나들목으로 나와 19번 국도로 들어서면 된다. 4시간30분 정도 걸린다.
구례군청 환경산림과(061-780-2425)나 한화 리조트 지리산(061-782-2171)에서는 주민들이 채취한 고로 쇠 수액을 택배로 보내준다. 18ℓ들이 1통이 택배비를 포함해 5만5000원. 고향산천(061-782-8410)에 주 문을 해놓으면 섬진강 참게를 구해 매운탕을 끓여준다. 은어도 맛볼 수 있다. 섬진강(061-781-9393)에서 는 다슬기 수제비를 내놓는다. 화엄사 입구 이시돌(061-782-4015)은 한방갈비와 산채정식이 유명하다. 자세한 여행정보는 구례군청 홈페이지(www.gurye.go.kr)에서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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