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한번 더 내라? 지금 대학가는 돈걷기 錢爭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7-03-02 오전 9:49:00
한국외대 4학년 정모씨(25)는 지난 학기 수업시간에 황당한 경험을 했다. 교수가 수업 도중 느닷없이
“요즘 대학생 대부분은 9학기, 10학기씩 다니기 때문에 한 학기 등록금은 거뜬히 더 낼 수 있다”며
“학교 발전을 위해 등록금을 한번 더 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지난해 2학기부터 학교 차
원에서 실시중인 ‘등록금 한번 더 내기 캠페인’을 제자들에게 ‘권유’한 것이다. 지난해 12월쯤에는
대학총장으로부터 ‘등록금을 한번 더 내달라’는 e메일을 받기도 했다. 정씨는 “등록금 인상률이 10%
에 가까운 상황인데 수업시간에서조차 돈을 더 내라고 요구해 상당히 불쾌했다”고 말했다.


최근 대학가는 학교발전기금 모금 및 연구비 수주에 혈안이 돼 있다. 발전기금 유치는 학교운영에 필요
한 일이다. 하지만 그 방법이 도를 넘어서면서 대학 본연의 학문연구나 학생 지도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
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학 총장들이 직접 목표액을 설정·공표하는 일은 이미 당연시돼 있다. 목
표 달성을 위해 동문과의 만남 행사나 재학생 대상 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물론 교수들까지도 동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센티브 제도도 등장했다.


서울시내 대학 중 발전기금 모금시 해당 교수 및 교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곳은 10여개 대학.


경희대는 연간 1000만원 이상 발전기금을 유치하거나 공헌한 교직원에게 2~5%의 격려금을 지급하고 있
다. 2년 전 외부 기관과 발전기금 컨설팅 계약을 맺기도 했다. 건국대의 경우, 3년전부터 기부금을 낼
때 기금 출연 권유자를 공개해 명단을 작성하기까지 한다.


기부금 액수가 1000만원이 넘을 경우 유치자에게 5% 이하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한양대는 기금유
치 성과를 교원 업적평가에 일정 부분 반영하기도 한다.


외부에서 연구비를 수주하면 일정 부분을 인센티브로 지급하고 교원업적에 반영하는 대학도 생겨나고 있
다. 중앙대는 외부 프로젝트를 수주해오는 교수에게 전체 연구비의 10%를 인센티브로 제공한다. 상지대
는 심지어 교내연구비 선정시 해당 교수의 최근 2~3년간 외부 연구비 수주 실적을 반영한다.


숭실대 ㄱ교수는 본업인 ‘연구’보다 과욋일인 ‘외부업무’로 더 바쁘다. ㄱ교수는 기업체로부터 연구
비를 수주하기 위한 ‘로비’ 작업이 주된 일이 됐다. 외부 연구프로젝트를 수주해 오면 학교당국은 수
주금액의 3%가량을 인센티브로 주기 때문이다. 억대의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할 경우 승진, 재임용 심사
에도 반영된다. ㄱ교수가 외부에서 수주한 연구비에서 얻는 수입은 월급의 3배가량 된다.


한 대학의 발전기금 담당자는 “대학 재원확보를 위해서는 발전기금 유치가 필수인 데다 유치 실적이 총
장이나 교수의 능력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교수노조 박정원 정책실장(상지대 경제학과)은 “외부 업무에 치중하다보니 학문탐구는 물론 학생지도
도 힘든 상황”이라며 “연구비 수주에도 눈을 돌려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 연구가 필요한 기초학문은 조
명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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