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 안병수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지은이
<섬유소의 협박>(Fiber Menace)이라는 책을 쓴 콘스탄틴 모나스티스키는 소수 의견 내는 것을 즐기는 학 자로 보인다. 그는 저서에서 시종일관 섬유소를 먹지 말라고 충고한다. 현대인은 섬유소가 부족해서 탈 이 아닌가. 먹지 말라니. 그러나 혼란스러워할 것까진 없다. 그가 먹지 말라는 것은 ‘섬유소 보조식 품’(fiber supplement)이다.
모나스티스키의 주장은 식품의 기본을 아는 사람이라면 쉽게 납득한다. 식품을 먹는 가장 좋은 방법이 란 자연 그대로의 상태로 먹는 것. 섬유소가 비록 현대인에게 귀한 성분이라 하지만, 고순도 보조식품 의 형태로 마구 먹어대면 반대급부가 있을 터다. 사탕수수에서 자당 성분만 빼낸 설탕이 체내에서 고약 한 짓을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상식을 조금 넓혀 생각해보자. 비타민A의 전구물질인 베타카로틴. 틀림없이 몸에 유익한 성분일 것 이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만든 순수한 베타카로틴은 유익하기는커녕 오히려 해롭다는 연구가 있다. 10 여 년 전 핀란드의 한 연구팀이 발표한 ‘핀란드 쇼크’가 그것. “베타카로틴 보조식품이 암 발병을 촉 진한다”는 게 요지다. 하지만 논문의 말미에는 “녹황색 야채는 그렇지 않다”고 덧붙여져 있다.
이 상식은 미네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특정 미네랄을 보조식품의 형태로 과잉 복용하면 반대로 다른 미네랄의 결핍을 부를 수 있다. 일본 국립암센터의 히라야마 다케시 박사는 길항(拮抗) 현상으로 이를 설명한다. 하지만 자연식품 속의 미네랄은 그런 현상을 야기하지 않는다.
왜 MSG로 대표되는 인공 조미료가 비난의 대상이 되는가. MSG는 다시마를 비롯해 된장, 젓갈 등의 자연 식품에 들어 있는 맛 성분이다. 그런 식품은 아무리 먹어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맛 성분인 MSG만 빼내 어 먹으면 문제가 된다.
이번엔 콩에 이 상식을 적용해보자. 콩은 친건강 소재의 대명사다. 식물성 단백질을 비롯해 수많은 종류 의 생리활성 물질들이 넘친다. 그래서 이들 유효성분을 추출해 건강식품으로 만들곤 한다. 서양 사람들 이 좋아하는 ‘콩 보조식품’(soy supplement)이 그 예다. 이 제품들은 어떨까. 당연히 문제가 될 수밖 에 없다. 특히 항산화제로 알려져 있는 이소플라본 제품은 조심해야 한다. 몸속의 호르몬 기능을 교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르몬이 잘못되면 암세포가 활성화되는 등 여러 부작용이 따른다.
그렇다면 얼마 전에 언론들이 법석을 떨었던 ‘콩과 암의 내연관계’에 대한 오해가 풀린다. 암을 촉진 할 수 있는 것은 콩이 아니다. 콩으로 만든 ‘이소플라본 보조식품’이다. 오해의 근원지인 오스트레일 리아 암평의회(NSWCC) 발표문을 보면 이 사실이 분명히 나와 있다. 콩 보조식품이 위험할 수 있다는 이 야기를 모든 콩 식품이 위험한 것으로 확대 해석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격이다.
건강을 영어로는 ‘health’라고 한다. 여기서 ‘heal’은 전체를 의미하는 ‘whole’에서 유래했다. 건 강을 위해서는 식품을 전체, 즉 통째로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상징한다. 과일을 그대로 먹는 것은 좋지 만 그 속의 과당만 빼먹는 것은 좋지 않은 이유, 백미보다는 현미를, 백밀가루보다는 통밀가루를 먹는 것이 더 좋은 이유가 이젠 이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