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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해마다 되풀이되는 대학 등록금 분쟁이 올해도 예외 없이 대학가 이슈로 등장했다. 고려대 는 지난해 6%보다 1.5% 높은 7.5%로 등록금 인상률을 결정했다. 특수·전문 대학원은 8% 인상된다. 연세 대도 학부 8.7%,대학원 7.9% 인상키로 했고, 한국외대는 신입생 6.5%,재학생 9.8% 인상한다. 주요 사립 대 인상률은 대부분 물가 상승률은 크게 웃돈다.
등록금 인상이 거론될 때마다 학생들은 "수천억원씩 쌓여있는 대학 적립금을 이용해 학생의 등록금 부담 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쿠키뉴스 취재진은 올해 5∼10% 등록금 인상을 예고한 연세대 고 려대 이화여대 서강대 등 서울지역 10개 사립대의 '적립금' 현황을 입수했다. 사립대의 적립금 규모는 어느 정도이고,도대체 왜 그렇게 쌓아둬야 하는 걸까.
◇늘어가는 대학 적립금
적립금은 대학이 미래를 대비해 쌓아두는 비축자금이다. 크게 연구,건축,장학,퇴직,기타 적립금으로 구 분된다. 이 자금은 신탁,정기예금 등의 형태로 누적되고 있어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하다.
서울의 10개 주요 사립대는 최소 300억원에서 최대 5000억원이 넘는 적립금을 쌓아두고 있었다. 적립금 이 가장 많은 대학은 이화여대로 5421억원이나 됐다. 홍익대(3304억원) 연세대(1890억원) 경희대(1344억 원) 숙명여대(1131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이 대학들의 적립금 변동추이를 분석한 결과 증가세가 뚜렷했다.
이화여대의 2005년 적립금은 2000년에 비해 847억원이 증가했다. 2000년 1103억원이던 홍익대는 2005년 무려 2237억여원이 늘어 있었다. 사립대 10곳 중 적립금이 준 곳은 중앙대(-98억)와 한양대(-26억)뿐이 었다. 적립금 평균 증가액은 617억원이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적립금이 이렇게 늘고 있다는 것은 당초 목적인 교육여건 개선 등에 충분히 쓰이 지 않고 그냥 쌓이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은 왜 적립금 쌓아둘까?
조사 대상 사립대측은 적립금이 대부분 지정된 목적으로 사용토록 돼 있는 기금이어서 다른 용도로 쓰 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교수 숫자가 계속 늘고 있어 연구적립금,퇴직적립금 등이 늘어나는 것 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연세대 손성규 재무처장은 "기금 형식인 적립금은 거의 다 쓰임새가 정해져 있는 돈이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금액은 소액에 불과하다"며 "건축,장학사업 등에 쓰이는 적립금이 줄어들면 오히려 나중에 입학 한 학생들이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적립금이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손 처장은 "교수 숫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연구적립금과 퇴직적립금 등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며 "특히 연세대의 경우 현재 건물 신축을 위해 건축적립금을 지출하고 있어 특정 사업에 따라 해당 연도에는 오히려 적립금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덧 붙였다.
이화여대 신경식 재무부처장도 "대학 적립금의 가장 많은 부분은 건축과 관련된 금액이지만 최근 지하캠 퍼스와 파주캠퍼스 건립을 위한 지출이 급증해 4∼5년 안에 오히려 1000억원 이상 더 필요할 것으로 예 상된다"며 "적립금을 다른 목적으로 전용할 경우 학교가 추진하는 다른 사업이 차질을 입게 된다"고 말 했다.
◇적립금은 미래가 불투명한 대학교육 현실 때문?
이 같은 대학측 해명에도 사립대의 적립금 쌓기는 불투명한 미래 교육환경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는 지 적도 일고 있다.
무엇보다 대학의 주요 수입원이던 신입생 수가 턱없이 줄고 있다. 저출산 여파로 이미 지방 사립대의 경 우 신입생 등록률이 50% 이하로 떨어진 곳이 많고 교수까지 나서서 학생을 유치해야 하는 판이다. 기존 재학생도 편입 등을 통해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있다.
학생 감소에 따른 재정 손실을 메꾸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바로 등록금 인상이다. 입학생 감소는 곧바 로 대학 재정 감소로 이어진다. 신 부처장은 "전국적으로 대학 정원과 학생 수를 고려할 때 이미 학생 선발의 개념은 끝났다"고 말했다.
서울의 주요 사립대도 정부가 추진하는 대학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입학정원이 대폭 줄었다. 지난해 이화 여대,연세대,성균관대 등 수도권 8개 대학에서 입학정원을 5∼10% 줄이기로 하고 교육부 지원을 받았 다. 동국대는 2007∼2008학년도에 518명, 중앙대는 2007학년도에 501명의 입학생을 줄인다.
손 부처장은 "지난해 입학생이 전체 인원의 10% 정도 줄었는데 학생 등록금에 크게 의지하는 대학 재정 여건을 고려해 보면 재정 수입이 크게 감소한 것"이라며 "저출산으로 인한 학생 정원 감소에 대한 고려 없이 대학 허가를 내준 정부도 등록금 인상의 중요한 원인을 제공한 셈"이라고 했다.
여기에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교육시장이 개방될 경우 학생의 해외 유출이 심해져 국내 대학 교육환 경이 더욱 어려워지지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미래에 대학의 재원이 어떻게 될 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 문에 대학마다 앞다퉈 적립금을 비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 적립금 규제 움직임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은 지난해 11월 대학의 누적 적립금이 대학운영수익의 5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 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최 의원측은 “인구감소에 따른 신입생 부족과 대학 구조조정 등을 앞둔 사립대학이 필요 이상의 등록금을 거둬 적립금으로 쌓아두고 있는 게 최근 등록금 인상의 배경”이 라며 “적절한 적립금 상한 규모를 법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적립금이 각 사립대학 운영수익 총액의 5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초과 부분은 교육환경 에 투자하도록 했다. 이 관계자는 “이 법에 제정되면 2조1144억원의 적립금이 교육환경에 투자된다” 며 “이 금액은 전체 등록금 수익의 20% 정도로 이것만 제대로 써도 3∼4년간 등록금 인상은 안해도 된 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적립금을 빼 학교 운영비용으로 쓰자는 것은 ‘집을 팔아 생활비로 쓰자’ 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오히려 등록금에 의존하는 사립대 재정을 개선하기 위해선 국고지원 확대,기 여입학 허가 등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노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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