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윈도비스타 멀티미디어 ‘새 세상’열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7-02-09 오전 9:44:00
IT황제 빌 게이츠의 야심작 윈도비스타가 드디어 출시됐다. PC관련 전 세계 시장을 흥분시킬 만큼 강력
한 ‘태풍’임에틀림없지만, 문제는 IT 세계화를 거의 전적으로 미국의 다국적 기업 MS가 주도하게 된다
는 것인데…

‘윈도비스타’가 출시됐다. 동시에 빌 게이츠 MS 회장의 ‘호들갑’도 가동하기 시작됐다. 그는 출시
행사 발언을 통해 “윈도95가 인터넷 시대를 열었다면 윈도비스타는 멀티미디어 허브의 기초를 닦을
것”이라 호언했다. 윈도비스타는 준비기간만 5년, 개발비 60억 달러가 투자됐고 8000명에 이르는 개발
인력이 투입됐다.
윈도비스타에 대한 빌 게이츠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른다. 진짜 자신감인지 오버액션인지는 아직 입증될
단계가 아니다. 어쨌든 그는 새 운영 시스템 ‘비스타’가 “모든 것을 구현할 것”이라고 기염을 토한
다. 애플 컴퓨터의 매킨토시 운영시스템과 비슷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분노에 가까운 거부 반응을 보이
고 있다. “모든 영역이 MS의 혁신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이 IT 황제 빌의 주장이다.

‘TV와 PC 결합’시장 제패 야망

빌 게이츠의 야망은 거대하다. 그는 지난 수년간 “TV와 PC가 결국 하나로 통합될 것”이란 전망을 줄기
차게 전파했다. PC를 사무실과 골방에서 끌어내 거실 한가운데로 ‘정위치’시킨다는 것이 그의 장기적
사업 구상이다. 비스타의 개발과 출시를 위한 ‘예고편적 제스처’이며, 향후 세계 시장의 판도를 MS의
주도 하에 재편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그는 지난 1월 ‘다보스포럼’에서는 “인터넷이 5년 안에 TV를 혁명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 예고했
다. “사람들이 이런 사실에 둔감하다는 게 놀라울 정도”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도대체 방
송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어떻게 참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TV와 PC의 결합을 향후 정보통신 산
업의 핵심 아젠다로 선정하고 그 시장을 독식하겠다는 것이 빌 게이츠의 야망이다.

인터넷 시대에 TV가 달라질 것이란 전망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그러나 빌 게이츠의 발언 속에는 세
계 시장 제패를 위한 구체적인 사업 전망과 복안이 숨어 있다. 윈도비스타는 PC와 TV를 결합하는 핵심
운영 프로그램으로, 향후 수년 간 전 세계 시장을 독점적으로 쥐고 흔들 ‘빅 브라더’의 출현이라 해
도 과언이 아니다. 이른바 ‘디지털 홈’을 선점한다는 그의 그랜드 디자인이 윈도비스타 출시를 계기
로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윈도비스타에는 XP 때 따로 판매되던 ‘윈도 미디어센터’가 통합돼 있다. 소비자는 따로 제품을 구입하
지 않고 비스타 하나만으로 업무도 보고 TV에 연결해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별도
의 오디오나 비디오플레이어가 없어도 되는 상황이 도래, 하드웨어 시장에도 폭발적인 변화가 올 가능성
마저 있다. 컴퓨터 키보드 없이 PC에서 사용하던 모든 기능을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
는 것이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도 비상이 걸려 비스타 확산을 위한 총력전 체제에 들어갔다. 앞으로 10개월 정도
면 윈도 비스타가 운영프로그램 시장을 석권하리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박준석 한국MS 이사는 “비스
타 보급 기간이 기존 제품보다 1~2개월 단축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대기업 PC 제조사가 앞다
퉈 비스타 탑재 PC를 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MS는 홈 엔터테인먼트 PC에서 볼 수 있는 콘텐츠 확보를 위해서도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미 ‘시네
윌’의 온라인 영화 서비스를 윈도비스타 미디어 센터에서 즐길 수 있게 했고 상반기에는 30여 개의 서
비스 업자와 공급계약을 맺을 계획이다. 한국 MS는 기존 윈도 미디어센터에서 지원되지 않던 HD 방송을
채택했다. 전 세계 윈도 비스타 중 미국과 한국 버전만이 유일하게 HD 방송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
다.

한국 MS의 야심은 HD 방송의 구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온라인 게임 강국 한국의 입지를 100% 살리는
영업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한국 MS 내 이노베이션센터에서 비스타용 온라인 게임과 X박스 게임을 동시
에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MS 유재성 사장은 “국내 우수한 소프트웨어 개발사가 비스타에 기반한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돕고 또 세계 시장에 내놓도록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스타의 출시가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시장에서 환영만 받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MS 경영진의 우려를
살 만큼 시장의 첫 반응은 냉랭하고 썰렁하다. 미국 대도시의 전문매장에는 임시직원을 고용하면서까지
‘비스타 특수’에 대비했지만 대부분의 매장은 한산하기만 했다.

윈도 비스타는 멀티미디어 기능의 강화와 함께 보안 기능의 첨단화를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빌 게이
츠는 자신감 가득한 특유의 표정으로 “보안 기능만으로도 비스타로 바꿀 이유가 충분하다”고 주장했
다. 그러나 상당수 외신의 IT 전문기자들은 “보안 때문이라면 굳이 비스타로 바꿀 이유가 없다”고 보
도, MS와 빌 게이츠의 자부심에 찬물을 부었다. 윈도 XP 서비스팩2와 비스타의 보안수준이 그다지 큰 차
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윈도비스타의 문제는 크게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국가별로 2배에 가까운 가격 차 ▲인터넷 뱅킹 에
러 ▲업무용 PC의 운영체계로서의 부적합성 ▲보안능력에 대한 불신 등이 그것이다. 높은 교체비용과 안
정성 문제로 아직은 살 때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수요 폭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은 또 있다. 화려한 기능과 엔터테인먼트 기능은 업무용PC에 거의 필요
가 없다는 수요자들의 판단이 작용한다는 점이다. 한국시장의 경우 미국보다 무려 13만 원이나 비싼 35
만9000원(홈프리미엄 버전)이라는 가격도 수요 폭발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MS측은 “인터넷뱅
킹을 포함, 각종 인터넷서비스의 호환성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복안을 내놓고 있다.

초기 비관론의 대두에도 불구, 비스타의 출현이 관련 산업에 미칠 파급력은 엄청나다. PC 수요가 한계
에 봉착했던 전 세계 관련시장은 그래서 크게 흥분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생산 1위 한국의 관련업계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PC 교체 주기와 비스타 출시가 맞물려 PC 주요 부품인 메모리 수요가 크게 증가하
리란 전망 때문이다.

황창규 삼성반도체 총괄사장은 “윈도비스타 출시가 궁극적으로 반도체 산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
으로 전망했다. 특히 향상된 그래픽 지원 기술을 도입해 그래픽 메모리 등 삼성의 특장 분야에 대한 수
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업계의 이런 진단이 근거가 없다고만 볼 수는 없다. 윈도95
가 출시된 1995년 D램 출하량이 급증했고 그 현상은 국내 경기 회복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 바 있다.
새 윈도 운영체계가 출시되면 PC 수요 증가와 함께 메모리 용량이 파격적으로 늘었던 경향을 보였기 때
문이다.

국내 PC 업계의 ‘비스타 마케팅’도 치열해졌다. 삼성, LG, 삼보, 한국 HP 등이 비스타 탑재 PC를 일제
히 쏟아내고 있다. 대부분의 PC에 1G의 메모리를 탑재하고 ‘윈도비스타 홈프리미엄’을 운영체제로 선
택했다.

윈도 ‘대항마’ 반격의지 관심거리

윈도에 대항하는 경쟁운영체제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비스타가 출시되기 하루 전인 1월31일, 코엑스 인
터콘티넨탈 호텔에서는 한-중-일 아시아표준 리눅스 프로젝트인 ‘아시아눅스’ 솔루션 데이가 열렸다.
특히 올해 110억 원의 리눅스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주)한컴의 ‘反윈도 의지’는 강렬하다. 한컴
은 작년 리눅스 사업의 확산을 위해 한컴 오피스2007 리눅스 버전을 발표한 바 있다. 향후 윈도비스타
에 필적할 새롭고 획기적인 데스크톱 운영체제를 연내에 출시한다는 것이 한컴의 야심이다.

리눅스의 분발이 윈도의 아성을 깰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비관론이 훨씬 우세하다. 빌 게이츠의 야망은
운영체계를 넘어 세계 IT 산업의 발전방향과 그에 따른 인간의 욕망 변화를 예측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
백억 달러를 자선 기금으로 내놓을 정도의 막강한 자금력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이와 같은 IT 세계화를 거의 전적으로 미국의 다국적 기업 MS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
들은 “9월의 태풍을 막을 수 없는 것처럼 MS의 공세를 피해 가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윈도비스타가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독점 시장 내에서 소비자들의 권리와 이익 침해는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만 볼 때 윈도비스타의 출시는 한국 IT 산업에는 ‘단비’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올해 D램 세계시장의 규모를 당초 239억 달러에서 322억 달러로 34.8%나 올려
잡았다. MS 측도 비스타 특수에 따른 D램 시장의 규모를 450억 달러로 내다보고 있다. 비스타 출시가 세
계 산업에 미칠 동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특수에 대비하는 IT업계의 지혜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빌 게이
츠가 놓은 덫을 이용해 거대한 사냥감을 잡아내는 한국식 순발력과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기홍 객원기자 glutton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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