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퇴직이라는 이름의 강제퇴직
어떻게 살라 하십니까?
초이나믹스라고 모처럼 주식시장이 불붙고 있지만 경기불황의 터널은 좀처럼 빠져 나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구조조정이란 미명 아래 수십년 간 몸담아 온 직원을 명예라고 덧씌운 이름하에 퇴출시키는 참혹한 시련에 직면하고 있다.
여의도 증권업계가 희망퇴직 구조조정 태풍에 휩싸였다.
이대로 진행되면 이번 희망퇴직으로 추가로 나가야 하는 '증권맨'은 약1천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희망퇴직자에게는 특별퇴직금으로 근속연수에 따라 10개월에서 24개월치 임금이 지급되며 희망퇴직은 "저수익·저효율의 증권업황에 따른 불가피한 경영효율화 조치의 하나"라고 설명했다.창사 이래 처음으로 실시하는 명예희망퇴직을 조심스럽게 검토하는 일부 증권사에 이어 대부분이 명예퇴직금 산정 등 작업을 논의하고 있는 증권사 역시 희망퇴직을 하게 되면 합병으로 인한 인력 구조조정 차원이라기보다 극심한 불황 탓에 비용 효율화 차원이라고 전했다.수천억원의 순이익을 내던 증권사들이 이처럼 희망퇴직과 지점 축소를 통한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 건 거래 급감과 경쟁과열로 인한 수익악화 때문이다.
어마 어마한 순손실의 규모
국내 62개 증권사는 2013회계연도(2013년 4∼12월)에 1천98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2002회계연도 이후 첫 손실이다. 28곳이 적자였고 흑자를 낸 곳도 그 규모는 초라했다.작년 10~12월엔 2천억원이 넘는 순손실로 악화일로의 상황을 보여줬다. 상장주식 하루 평균 거래액은 2011년 9조1천억원에서 2012년 6조9천억원, 2013년에는 5조8천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작년에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한 한화투자증권은 희망퇴직을 실시해 자연감소분까지 고려하면 임직원 수는 1천600명에서 1천200명 수준으로 줄었고 지점도 15개 축소했다.
지점 통폐합
HMC투자증권이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모양이다.
준비없는 희망퇴직에 KARP은퇴협(대한은퇴자협회, UN경제사회이사회특별자문NGO)는 깊은 우려와 함께 밀려나는 장년세대와 슬픔을 같이한다. HMC투자증권 관계자는 “타사의 경영합리화 조치 속에서도 버티면서 적극적인 경영개선 노력을 했지만 저수익, 저효율의 증권산업에서 회사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아 불가피하게 지점 통폐합 및 희망퇴직을 시행하게 됐다”고 말하며 이번 희망퇴직은 직급에 따라 위로금을 지급한다고 한다.
또 “이번 희망퇴직 조건은 대형사에 비해 떨어지는 조치가 아니다”며 “향후에는 이번과 같은 조건으로 희망퇴직이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HMC투자증권 직원들도 지속된 임금 동결이나 삭감에 반발해 출범 6년 만에 노조를 설립했다.
HMC 투자증권규모 축소화
HMC투자증권은 임원진 또한 책임 및 고통분담 차원에서 2013년(18명) 대비 올해 말까지 33%(12명) 감축할 예정이다.
HMC투자증권은 현재 자사 38개의 지점을 15개의 지점으로 통폐합 추진중이다. “지점 축소 규모는 이미 확정됐고 인력 감축 범위는 아직 검토 중”이라며 영세 점포들을 거점 점포 중심의 영업조직으로 개편하고 능률적인 인력체계를 강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HMC투자증권의 주가는 상반기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했던 KT와 마찬가지로 전 거래 대비 3.67%가 상승한 긍적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전체 증권사 임직원 수는 2011년 말 4만4천55명에서 지난해 말 4만243명으로 8.7%(3천812명) 줄었다.
전체 증권사의 본부부서가 1천824개로 6.9%(136개) 줄었고 국내지점은 1천778개에서 1천476개로 2년간 17.0% (302개) 없어졌다.
“버텨봤자 험한 꼴…”
이미 KT의 명예퇴직 당시 전해 온 저승사자와 같은 유인과 감시체계는 감히 견딜 자 없었으며 책상 옆에 놓여진 빈상자만 봐도 승화장으로 데리고 가려는 듯 끔찍스런 감마저 느껴졌다고 했다. ‘희망퇴직’ ‘명예퇴직’이란 말만 들어도 오금이 들어붙고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는 충격이 사라지지 않는 가운데 또 다시 여의도 증권가에 몰아친 명예퇴직 사태는 더욱 큰 충격을 던져 주고 있다.
“마지막 관문입니다.”라는 위안 같은 말 속에는 반 협박이 포함되어 있으며 늦으면 스스로 손해 보게 되고 후회하게 되니까 마지막 관문을 선택하라는 최후의 통첩문과 같았다.
HMC회사는 900여명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면담과정에서 퇴직 위로금으로 유혹하고, 암울한 앞날을 얘기하며 퇴사를 부추긴다. 노동조합의 도움은 받을 수 없을 것이라며 직원의 기대를 꺾는다.
퇴직 압박의 무기들
최근 증권업계가 앞 다퉈 늘리는 외부 방문판매(ODS)조직은 퇴직 압박의 중요한 무기다. 면담을 하며 “버텨봤자 나중에 험한 꼴 당한다. 비피(BP·영업 목표치) 못하는 직원들에 대해서는 ODS 조직에 들어간다.
PC 하나 쥐여 주고 하루에 열개씩 채워 와라 그러면 어떡할 건가.
얼마나 굴욕을 당하시려고 그러나. 나이 들어 가지고”라고 말한다.
보험설계사처럼 돌아다니며 계좌를 트고, 상품을 판매하는 식의 체질 변화 속에서 증권 맨들의 일상이 얼마나 강퍅해질 수 있는지 드러나는 대목이다.
담당 임원은 “IMF때 안 나가겠다고 한 사람을 앉혀놓고 결국 뭘 한 줄 아나? 컴퓨터, 전화도 없이 책상하고 의자만 줘놓고 하루 종일 가만히 앉아 있게 했다.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하는 거다. 왕따 시켜 버리면 한 달을 못 버틴다”며 기업의 구조조정이 얼마나 치밀했는지 설명한다.
명예퇴직만이 능사인가요 ?이 생명 다 할 때까지 뭘 하라고요 ?
희망퇴직이라면 회사가 내건 위로금을 받고 떠나고 싶은 사람이 떠나면 된다. 희망퇴직은 사실상 협박과 종용에 의한 강제퇴직이라고 보는 게 맞다.
수천억원의 순이익을 내던 증권사들이 희망퇴직과 지점 축소를 통한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 건 거래 급감과 경쟁과열로 인한 수익 악화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왜 경기불황에 대비한 사전준비를 하지 못한 채 성실히 근무해 온 사원들한테 뒤늦게 강제 퇴출시켜야 하는가?
단기간에 걸친 성과나 익숙치 않는 리더의 경영욕심으로 인한 과다 투자 손실 등으로 운영이 어려워지니까 쉽게 명예퇴직제도를 도입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를 위해 명예퇴직을 해야 하는가?
가족한테도 사실을 말할 수 없어 출근모습으로 방황하다 귀가하는 이 시대장년층 방랑자들 어떻게 살라 하는가?
강제퇴직 탈출구는 없는가 ?
외길 인생을 살아왔던 탓에 다른 전문성이 없고 불황속에 나이든 세대의 채용은 기대키 어렵다. 일자리가 있어도 가족을 부양할 만한 수입이 아니다.
답을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정부의 주무부서에 물어 본다.
100세 시대, 정년퇴직 후에도 30-40년을 더 생활해야 하는 퇴직자의 노후 문제뿐만 아니라, 준비 없이 나서는 희망퇴직 이름속의 강제퇴직자에 대한 정책이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마포대교를 방황하고 산에나 오르내리는 멀쩡한 대한민국의 방황하는 중,장년층을 위한 따스한 손길을 뻗쳐야 할 것이다.
SNS 단장 박순웅
KARP은퇴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