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옭아맨다…

앱 ‘뒤틀린 진화’

초강력 위치 추적ㆍ카메라 촬영음 차단 앱 등장
편리함 등 순기능 불구 사생활 침해 우려 커져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앱)이 일상 생활에 깊숙이 파고들면서 ‘양날의 칼’로 작용하고 있다. 잘 쓰면 유용한 ‘약’이지만, 잘못 써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속출한다.

모르는 길을 찾거나, 매장별로 가격을 비교하고 새로운 지식을 검색하는 등 앱은 우리 생활을 한결 풍요롭게 하고 있다. 그러나 문명의 이기로 개발된 앱이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위협하는 수단으로 변질돼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초강력 위치추적 기능을 지닌 ‘오빠믿지 앱’이 19일 등장해 사용자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최근 아이튠즈를 통해 공개된 이 앱은 상대방의 GPS상 위치를 실시간으로 검색해 낱낱이 보여준다. 예전에도 이런 종류의 앱들이 나온 적이 있지만 ‘오빠믿지 앱’은 강력한 위치추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 앱은 전원을 일부러 끄지 않는 이상 상대방에게 자신의 위치를 감춘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위치 숨기기’ 기능을 지원하고 있지만 상대방에게 고의로 위치를 숨기려 하는 사실마저 보고돼 이 또한 무용지물이다.

납치ㆍ성폭행 등의 강력사건이 끊이지 않는 요즘같이 험한 세상에 유용한 앱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 네티즌들은 “사생활 통제를 넘어 침해하는 수준이다” “누구도 믿지 못하게 하는 디지털 족쇄”라며 문제시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후즈히어’ 앱도 있다. 나이대나 성별 등 특정 조건을 지정해 검색하면 자신과 가까운 곳에 있는 아이폰 사용자들을 보여준다. 트위터와 페이스북과 연동해 대화를 나눌 수도 있어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그러나 가끔 모르는 남성으로부터 음란 사진이나 문자 등을 받는 여성들로부터 피해를 호소하는 소리가 자주 들린다.

한 단계 더 나아가 ‘몰카’ ‘도촬’ 등에 오용되는 앱도 등장했다. ‘사일런스 카메라’를 비롯한 ‘몰카앱’은 사진을 찍으면 ‘찰칵’하는 카메라 촬영음이 차단된다. 화면도 메모장이라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2004년부터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휴대폰은 사진 촬영 시 60데시벨 이상의 소리가 나도록 돼 있지만, ‘몰카앱’은 촬영음을 아예 없애 사진을 찍혀도 모르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최근 인터넷 사이트에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가슴이나 다리 등 여성의 특정부위를 찍은 사진들이  많이 나도는 것은 몰카앱의 등장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아이폰 애플리케이션 100’의 저자 김태한씨는 “스마트폰의 강점인 위치기반 서비스와 증강현실 등이 앱 개발에 많이 이용되고 있다”면서 “이는 사생활 노출 등 민감한 부분을 다루고 있는 만큼 개발자나 사용자 모두 책임있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출처 : 데일리 포커스 김지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