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주파수 경매, 연일 고공행진...

얼마전 국내 최초로 시행된 주파수 경매가 사흘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최고 입찰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황금 주파수를 놓고 SK텔레콤과 KTRK 한치의 양보도 없는 접전이 계속되는 이유가 뭘까?

지난 17일 시작된 1.8 ㎓ 대역 주파수 경매가 오늘로 닷새째를 맞고 있다.

어제 경매 역시 오후 5시쯤 끝내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또다시 연장전에 들어갔다.

경매 회차만 벌써 41라운드째, 어제 최종 입찰가는 SK텔레콤이 써낸 6633억원이다. 경매가 벌어진 나흘 동안 출발 가격보다 2178억 원이 올라 하루 평균 544억 원이 상승했고, 한번 베팅 할 때마다 53억 원씩을 더 부른 셈이다.

이렇게 사활을 걸고 경쟁하며, 양사가 1.8㎓ 주파수 확보에 집착하는 이유는 3G시대를 넘어 4세대, 즉 4G 서비스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통신사들의 사운이 걸려 있기 때문에 주파수 확보에 모든 걸 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가 시장에 내놓은 4세대용 주파수는 모두 3가지로, 그 중에 2.1㎓대역은 이미 LG유플러스가 가져갔다.

남은 두 가지 주파수 중 4세대 이동통신, 단말기 확보가 쉽고 LTE에 가장 적합한 대역으로 분류된 1.8㎓ 주파수를 SK텔레콤과 KT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KT는 이미 1.8㎓ 주파수를 가지고 있고, 이번 경매에서 승리하면 기존에 있는 1.8㎓에 새 주파수를 추가로 가져가게 되는데, 4G 특성상 같은 대역에서 연속으로 나란히 주파수를 보유할 경우 이론상으로 타사보다 2배 더 빠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면 4차선 도로에서, 마치 8차선 도로를 달리는 정도의 빠른 속력을 낼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SK텔레콤도 더 절박한 상황이다. 경쟁사에 비해 4G용 주파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1.8㎓를 확보하지 못하면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화되는 4G 서비스 초기 경쟁부터 데이터 전송 속도가 뒤처지게 될 처지라, 최고 입찰가를 올려서라도 주파수를 꼭 손에 넣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5일째 입찰 가격이 7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양쪽 모두 가격을 더 올려 입찰 할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이번 경매는 더 높은 가격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베팅액을 높여나가는 일명 '동시오름' 경매로 진행된다. 즉, 한쪽이 포기하지 않는 한 최고 입찰가는 끝없이 올라가게 된다.

이같은 경매의 특성상 업계에서는 최종 낙찰가격이 1조원까지 갈 것이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경매 시초가인 4455억원의 두 배를 넘게 된다. 이번 경매에서 주파수를 가져가더라도 해당 사업자는 천문학적인 주파수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따라서 투자 수익을 장담할 수 없는 '승자의 저주'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로 해외에 그런 사례가 있었다.

지난 2000년 영국에서 최저가보다 54배가 많은 98억유로, 우리돈으로 10조원에 낙찰된 바 있다.

독일에서도 1억 유로에 시작한 경매가가 무려 84억 유로까지 치솟았다.

당시, 주파수를 낙찰받고도 투자를 못해, 결국 투자일정을 미루거나 아예 도산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승자의 저주로 까지 표현 되는 이런 상황, 통신업계의 과도한 주파수 경쟁이 소비자들에게 도움은 커녕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그 부담이 돌아가게 된다.

높은 낙찰가는 결국 통신료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번 경매가 끝도 없이 판을 키우는 양상이 되자 방통위가 미리미리 중장기적인 주파수 할당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남아 있는 주파수들의 경매 일정을 사전에 미리 공개해서 사업자들이 준비할 수 있도록 한다면 이번처럼 특정 주파수에 목을 매는 상황은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1. 8. 23

KARP 대한은퇴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