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2011~2013년 에어컨 실외기로 인한 화재는 53건으로, 그 절반(56%)이 여름철인 6~8월에 집중됐다. 에어컨을 장시간 가동하면 실외기 모터가 달아오르는데 무심코 버려진 담배꽁초, 벗겨진 전선 피복에 따른 합선 등이 화재로 이어졌다.

실외기 압축기 안에는 가연성 윤활유가 들어 있어 불길이 급속히 번질 수 있는데 아파트는 층마다 베란다 난간에 실외기를 종렬로 설치하고, 상가 건물은 실외기 10여대를 한곳에 모아 놓기 때문에 한 실외기에서 시작된 불이 다른 실외기로 매우 빠르게 옮겨 붙을 수 있다. 실제로 2008년 6월 서울 삼성동 18층 건물 화재는 에어컨 실외기 화재의 위험성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불씨는 건물 1층 외벽 에어컨 실외기 위에 버린 담배꽁초에서 시작됐다. 폭발과 함께 커진 불길은 건물 외장재를 태우며 위층으로 확산해서 단 10여분 만에 18층 옥상까지 번졌다.

방재 전문가들은 "가동 중인 에어컨 실외기는 잠자는 불씨나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외기 대부분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거의 예외 없이 먼지투성이인데다 담배꽁초도 아무렇지 않게 버린다. 서울 중부소방서 화재조사관은 "10년 이상 된 노후 실외기는 교체하고 실외기 내부와 주변을 주기적으로 청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아파트나 상가에선 실외기를 일렬이 아닌 지그재그로 설치해 화재가 번질 위험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