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못 떠나는 ‘캥거루족’…사회문제 대두

자립할 나이가 지났음에도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기댄 채 살아가는 이른바 ‘캥거루족’들이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일으켜 부모 세대뿐 아니라 사회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15일 KBS가 보도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현재 비경제활동인구와 실업자, 주 36시간 미만 단기 근로자 등 우리나라 30~40대 캥거루족은 총 48만 6천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캥거루족은 어미 주머니에서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가는 새끼 캥거루의 습성을 빗댄 신조어로, 이들의 존재는 부모의 부담으로 직결된다. 지금의 부모들이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세대라는 점에서 캥거루족이 가지는 무게는 더욱 무겁다.

이들 캥거루족이 부모와 함께 사는 이유는 스스로 독립생활이 불가능하거나 가사의 도움을 받는 등 주로 경제 문제 때문이었다.

전문가들은 자녀가 부모를 ‘모시는’ 게 아니라 부모가 자녀를 ‘데리고’ 사는 이런 경향은 자녀의 성공이 부모의 의무이자 자랑이 되는, 한국 특유의 가족 문화에서 비롯됐다고 풀이한다.

그러다 보니 헬리콥터처럼 자녀의 주변을 맴돌며 매사를 책임을 지는 이른바 ‘헬리콥터 부모’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그만큼 자녀와의 갈등이 커지면서 부모 세대의 고민도 늘어간다.

통계청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자살 충동을 겪었다고 답한 노인의 비율은 2008년 29.3%에서 지난해 35.1%까지 늘었다.

캥거루족이 낳은 갈등은 급기야 ‘존속살인’이라는 극단적으로 패륜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하는데, 최근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인천 모자 살인 사건’이 그 대표적 사례다.

범인은 바로 살해된 두 사람의 아들이자 동생, 정 모 씨로, 정 씨가 어머니와 형을 대상으로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이유는 돈 때문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패륜아’의 대명사로 아직 국민들의 뇌리에 남아있는 1994년 박한상 사건도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아들이 부모 유산을  노려 저지른 존속살인이었다.

전문가들은 ‘캥거루족’과 관련한 갈등들이 부모 세대의 부족한 노후 준비와 청년층의 높은 실업률 등이 겹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교수는 “일정 시기가 되면 부모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하는데 취업이 잘 되지 않아 부모에게 의존하면서 사는 자식들이 크게 늘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범죄에서 살인 사건의 비율은 가장 낮은 반면 존속 살인 등 가족 범죄 발생률은 높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2013.10.15

대한은퇴자협회(KA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