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이상 중고령층 노후대책 ‘무방비’

50대 이상 중고령층 대부분은 당장 생활과 자식 부양 등에 허덕이느라 노후를 대비한 경제적 준비를 제대로 못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적·사적연금 가입률이 20% 정도에 불과한 데다, 직장이 있다 해도 대부분 자영업이나 비정규·임시직 임금 노동자인 탓에 현실적으로 상당수가 노후 대비 여력이 없는 처지다.

권혁성·신기철 숭실대 교수팀이 발표한 ‘우리나라 중고령자 노후준비실태 및 시사점:임금근로자 중심으로’ 보고서의 제4차 국민노후보장패널 조사(2011년)를 분석한 결과, 대상자의 16.1%만 공적연금 납부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적연금 납부 경험자가 가입한 연금 종류로는 국민연금 직장가입이 45.3%로 가장 많았고, 국민연금 지역가입 44.6%, 공무원연금 4.2%, 국민연금 임의가입 2.6% 등의 순이었다. 은행·보험사 등 민간 금융기관이 운영하는 개인연금에 가입했다는 응답자는 2.8%에 불과했다.

공적연금 납부 경험자가 모두 수급권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결과적으로 50대 이상 남녀의 약 20% 정도만 노후 연금 수령을 기대할 뿐이고, 나머지 80%는 연금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조사 대상 중고령자들의 고용 여건도 취약해서 42.0%의 고용률을 나타냈지만, 대부분 자영업자이거나, 임금 근로자라 해도 상용직·정규직의 비율이 낮았다. 고용자(42.0%) 가운데 임금 근로자는 다시 42.0%로, 결국 조사 대상 중고령자 가운데 정기적으로 임금을 받는 사람은 17.7%에 불과했다.

불안한 취업 상황 때문에 또 다른 노후 대비 수단인 퇴직금 및 퇴직연금도 크게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17.7%에 불과한 임금 근로자 중 퇴직금과 퇴직연금 제도를 적용받는 비율은 각각 31.9%, 2.1%였다. 나머지 60% 이상은 어떤 종류건 퇴직급여제와 무관했다.

이처럼 현시점에서 중고령층의 상당수가 충분한 연금·퇴직급여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일상에 쫓겨 노후 준비에 거의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조사 대상자들은 ‘노후가 시작되는 나이’를 평균 67.7세로 꼽았는데, 아직 이 나이에 이르지 않은 50대~60대 중반 중고령자들에게 “노후를 위해 경제적 준비를 하고 있느냐?”라고 묻자 63.0%는 “준비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노후 준비가 되지 않은 이유로는 ▲준비할 능력이 없어서(65.9%) ▲앞으로 준비할 계획(14.0%) ▲자녀 결혼비용 준비 때문에(13.4%) ▲아직 생각도 안 해봤다(4.8%) 등이 거론됐다.

노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람 중에서도 61.0%는 “(대비가) 충분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충분한 수준의 경제적 노후 준비가 불가능한 원인 역시 ▲생활비·교육비·의료비 등 시급하게 돈 쓸데가 많기 때문(57.7%) ▲소득이 낮아서 노후 준비를 할 여유가 없기 때문(41.1%) 등으로, 노후 준비에 엄두도 내지 못하는 배경과 비슷했다. 

숭실대 교수팀은 보고서에서 “조사 대상 대부분은 1960년대 급격한 산업화 시기에 도시에 유입돼 저렴한 인건비로 경제성장을 견인했지만, 노후 준비를 할 수 없었던 세대”라며, “국가재정이 양호하다면 이들 중고령자와 앞으로 중고령 연령대에 접어들 세대를 위해 기초노령연금의 수혜 폭과 금액을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노후보장패널조사는 국민연금연구원이 2005년부터 2년마다 한 번씩 조사하는 것으로, 2011년에는 만 50살 이상 가구주 및 배우자 6천341명을 대상으로 시행했으며, 지난 27일 열린 제4회 국민노후보장패널 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2013.10.01

대한은퇴자협회(KA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