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정성 ‘꽃미남’ 뒷바라지…이모야!

아이돌에 열광 3040 ‘이모팬’
홍보대사 자처 방패막이도
이성보단 ‘젊은 시절의 자신’
권태로운 일상의 청량제 역할

노트북 배경화면에는 좋아하는 아이돌 사진이 깔려 있다. 이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본방사수는 필수. 같은 아이돌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나이와 국경을 따지지 않고 바로 친구가 된다.

걸그룹에 열광하는 ‘삼촌팬’을 제치고 보이그룹의 든든한 지원자 ‘이모팬’이 뜨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꽃미남’ 아이돌 스타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간다.‘이모팬’은 자신보다 한참 어린 10ㆍ20대 아이돌 스타들을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30ㆍ40대 중년 여성이다. 이들이 아이돌의 이모뻘이 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단순히 콘서트를 따라다니고 직접 만든 선물이나 편지를 전달하며 어떻게든 스타에게 눈도장을 찍으려는 팬들과 다르다. 풍부한 세상 경험과 경제적인 여유를 바탕으로 아이돌 스타의 지원군이 되고자 하는 의도를 마음껏 발산한다. 때로는 스스로 홍보대사를 자처하고 소속사 주식을 사모아 방패막이까지 자임한다. 한마디로 아이돌 꽃미남의 또 다른 부모이자 매니저인 셈이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으로 현빈의 열렬한 팬이 됐다는 신미옥(41)씨는 “내가 응원하는 스타가 잘되면 잘 키운 아들 보듯 뿌듯하다”면서 “이번에 해병대에 지원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더 자랑스럽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들의 팬클럽 활동도 왕성하다. 최근 몇 년 새 한국 아줌마들의 팬활동은 일본의 그것을 방불케 할 정도다. 인터넷에서는 젊은 남자연예인을 위한 ‘이모ㆍ누나’ 팬카페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에 출연한 박유천의 팬카페 ‘블레싱유천’에는 30~60대 여성 회원만 5000명이 넘게 활동 중이다.

장근석의 이모팬 카페 ‘장근석을 아끼는 어른들’은 1987년생인 장근석보다 반드시 나이가 많아야 가입할 수 있다. 현빈, 이준기 등은 아줌마용 팬카페를 따로 개설하지 않았지만, 이들이 별도로 만든 ‘누나’ 코너에서는 30~40대 여성들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드라마평론가인 충남대 윤석진 교수는 “지금의 30~40대는 10~20대 때 서태지와 아이들 등을 통해 팬문화를 주도했던 세대로, 선호하는 대상에게 호감을 표현하는 데 익숙하다”고 이모팬들의 팬덤 문화를 전한다.

이들은 대중문화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1990년대에 젊은 시절을 보내 팬문화에 익숙하며 자유롭게 표현하고 과감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다. 또 팬클럽 활동을 통해 삶의 긍정적인 에너지원을 찾기도 한다.

주부 이미영(43)씨는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로 지내면서 오랫동안 나라는 존재를 잊고 살았는데, 선준(박유천의 극중 이름)이란 빛나는 청춘을 보면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꿈이 있었는데’라며 감정이입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젊은 꽃미남 연예인을 ‘이성’이라기보다는 ‘젊은 시절의 자신’으로 치환시켜 바라보는 것이다.

영화평론가인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심리학과 교수는 “결혼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정서적으로 메마르다고 느낄 때 활발한 팬활동은 마음을 환기시키고 새로운 청량감을 불러일으키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 : 데일리 포커스 김지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