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노벨委…한국 물리학상 날렸다

한국인 컬럼비아大 김필립교수
위원회 실수로 수상 기회 놓쳐
학계 “공동수상해야” 한목소리

노벨상 수상자도 “중요한 공헌…기꺼이 공동수상”

세계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한국 출신의 물리학자 김필립 교수(43)가 노벨상위원회의 어이없는 실수로 노벨상 수상 기회를 놓쳤다. 국내외 학계는 노벨상위원회가 김 교수의 과업을 과소평가해 엉뚱한 수상자를 선정한 만큼 공동수상 기회를 줘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벨상위원회의 권위와 신뢰에 흠집을 남긴 이번 논란은 세계적인 과학잡지 네이처의 24일자 온라인 기사가 발단이 됐다. 미국 조지아텍 대학의 월터 드 히어 교수는 이 기사에서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안드레 가임 교수와 콘스탄틴 노보솔로프 박사가 선정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드 히어 교수에 따르면 노벨상위원회는 두 수상자가 2004년 사이언스지에 탄소의 단층 구조체 ‘그래핀(Graphene)’의 합성에 관한 논문을 게재했으며 그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드 히어 교수는  논문에 실린 물질은 탄소의 복층 구조체 ‘그래파이트’이며, 실제 그래핀을 합성하고 특성을 실험한 학자는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김필립 교수라고 말했다.

드 히어 교수는 “김 교수의 그래핀 관련 연구결과는 2005년 네이처지에 실렸다. 노벨상위원회는 김 교수의 성과를 과소평가했다. 많은 학자들이 김 교수가 노벨상 공동수상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의 업적은 이미 노벨상을 받은 가임 교수마저 인정한다. 그는 네이처를 통해 “김 교수가 중요한 공헌을 했으며, 기꺼이 그와 상을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노벨상 위원회 역시 “웹 버전에서는 관련 내용을 수정하겠다”며 실수를 인정했다.

해마다 시인 고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놓고 가슴을 졸였던 국민들은 노벨상위원회의 실수로 물리학상을 도둑맞았다며 개탄했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장 강병남 교수는 “김 교수는 어떤 한국인 과학자보다 노벨상에 근접해 있다. 국가적 지원이 있었다면 김 교수의 노벨상 공동 수상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1986년 서울대 물리학과에 입학한 김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 물리학과 박사과정을 거쳐 2년간 버클리대 물리학과에서 박사후 과정(Post-doc)을 밟았다.

2001년 컬럼비아대 교수로 임용된 그는 그래파이트를 한 층씩 분리하는 연구에 몰두했고, 2005년 네이처에 그래핀의 물리적 특성을 처음으로 규명한 논문을 게재했다.

가볍고 투명한 그래핀은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하며 유연성이 뛰어나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차세대 반도체, 태양전지 등 미래 산업의 핵심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출처 : 데일리 포커스 김세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