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또 다른 사교육’ 부르나?

“수능 연계율 70% 넘었지만 까다로웠다”
“쉬워진다” 예상 깨 음성불법과외 우려
“EBS 수능 필수과목화” 무용론도 고개

수험생들의 ‘한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8일 전국 1206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올해 수능은 사교육 억제를 위해 EBS 교재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교육당국의 약속대로 70% 이상의 높은 연계율을 보였다. 하지만 시험장을 나서는 수험생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높은 연계율은 곧 EBS 교재를 열심히 봤을 경우 문제를 쉽게 풀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낳았지만 수험생들의 반응은 “지난해보다 어려웠다”는 일색이었다. 교육전문가들도 의외로 한 번 더 생각해야 하는 고난이도 문제가 많이 출제됐다고 말한다.

올해 수능에서 EBS 교재와 연계율은 1~3교시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에서 각각 72%, 72.5~80%, 70%를 기록하는 등 예상보다 높았다. 당초 EBS 교재와 연계율이 높아지면 수능의 전체 난이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교사진과 학원가의 난이도 분석에서 수능이 쉬웠다는 분석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거나, 더 어려웠다고 평가한다.

이번 수능에서 EBS 교재를 사실상 기본 텍스트로 활용했음에도 더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오자 ‘EBS 무용론’이 나오는가 하면,  EBS 교재를 파헤치기 위한  음성적 불법과외가 성행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사교육 억제를 위해 시작된 EBS 강의가 오히려 또 하나의 사교육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EBS 교재가 사교육의 새로운 ‘필수과목’으로 변질될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결국 가계의 사교육비 경감책으로 수능에서 비중을 높인 EBS 강의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입시 준비과정으로 자리잡아 수험생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언어영역의 경우, 지문 자체를 난해하게 다룬다면 눈에 익숙한 교재에 담긴 것일지라도 정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EBS 교재와 연계율이 다른 영역보다 높았던 수리 영역의 경우는 과목의 특성상 비슷한 유형을 봤다는 사실만으로는 연계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문제점이 지적됐다. 응용 또는 변형된 문항은 비록 동일한 소재나 지문에서 나올지라도 완전히 다른 문항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 학원 관계자는 설명했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수험생들이 일년 내내 EBS 교재를 갖고 씨름을 했고 연계율을 높였음에도 시험자체가 어려우니 ‘EBS 무용론’까지 제기하는 것 같다”면서 “EBS 교재를 심층분석하는 전문 과외꾼들이 등장해 불법 및 고액 과외를 부추기는 상황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고 말했다.

[출처 : 데일리 포커스 김양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