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들의 순박한 미소… 바다보다 더 아름답다
작성자 KARP 작성일 2011-06-22 오후 3:02:25

가난한 이들의 순박한 미소… 바다보다 더 아름답다

 

# 밝은 미소를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

필리핀 서쪽끝 섬 팔라완. 마닐라공항을 출발한 세부퍼시픽 항공의 비행기는 불과 30여분 만에 팔라완 섬 상공 위로 진입했다. 팔라완은 길다. 긴 쪽의 거리는 서울에서 부산까지보다 더 긴 600㎞. 하지만 섬의 폭은 좁아서 가장 넓은 곳이라도 40㎞에 불과하다. 그러니 그 섬의 어느 곳에 있더라도 바다와 직선거리로 20㎞ 이상 멀지 않다. 기다란 오이와도 같은 형상을 한 팔라완에 딸린 섬만 무려 1700여개. 그 섬의 중심에 주도인 ‘푸에르토 프린세사’가 있다. 푸에르토는 스페인어로 ‘항구(포트·port)를, 프린세사는 공주(프린세스·princess)를 뜻한다. 짐작하다시피 스페인 식민지 시절에 붙여진 이름이란다.

푸에르토 프린세사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내려다보면 팔라완 섬의 북쪽은 거의 평야에 가깝다. 납작한 땅은 팬케이크처럼 보이고, 그 위로 열대지방 특유의 순백의 뭉게구름이 피어난 모습이 마치 팬케이크 위에 생크림을 올린 것 같다. 포말이 부서지는 해안과 자그마한 섬마다 마치 녹색잉크를 갓 떨어뜨린 듯 환한 진초록으로 빛난다. 아마도 얕은 바다와 백사장, 그리고 형형색색의 산호가 그런 빛을 만들어내는 것이리라. 그곳 어디에나 건물을 짓고 파라솔을 꽂으면 환상적인 리조트가 될 듯했다.

팔라완이 우리에게 알려지기로는 북쪽의 ‘엘니도’가 먼저다. 엘니도에는 섬 하나를 하나의 리조트로 가꿔놓은 호화로운 리조트가 몇 곳 있다. 호되게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빼어난 풍광과 낭만적인 정취로 신혼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곳이다. 바닥이 훤히 비치는 맑은 물과 산호, 그래서 ‘팔라완’하면 ‘엘니도’를 먼저 떠올리게 됐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엘니도는 팔라완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우리에게 마라도가 제주도의 극히 일부분인 것처럼….

팔라완 중부 쪽으로 내려가면 해발 1600m를 넘나드는 산들이 마치 굵직한 힘줄처럼 펼쳐진다. 산봉우리마다, 골짜기마다 구름이 걸려 있다. 그 산줄기가 낮아지는 남쪽, 술루해를 끼고 있는 자그마한 곶에 푸에르토 프린세사가 있다. 공항은 거의 도심 한복판에 있다. 국내선만 취항하는 공항이니 규모는 작다. 승객들은 활주로 쪽으로 걸어들어가서 비행기를 타거나 내려야 한다. 비행기의 탑승구와 연결하는 트랩도 공항 직원 두어명이 손수 끌고 다닌다.

도시는 생각보다 제법 규모가 크긴 하지만 번잡스럽지 않았다. 택시는 한 대도 없고, 오토바이 옆에 탈 것을 붙인 트라이시클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지만, 마닐라나 세부에 비해 교통사정도 훨씬 더 여유 있고, 사람들의 표정도 한결 밝다. 필리핀의 다른 도시에서 흔히 마주치는 뒷골목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도 없다.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쉽게 웃었고, 카메라를 들이대면 유쾌하게 포즈를 취했다. 이곳은 높은 담을 쌓아놓은 호화로운 리조트의 여정이 아닌, 현지 주민들과 함께 어울리는 유쾌한 여행이 가능한 도시인 것이다. 빈부격차가 큰 필리핀의 여행 목적지 중에는 없으리라 믿었던….

 

2011.06.22

KARP ( 한국은퇴자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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