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바다와 함께 걸었네 - 영덕 블루로드 -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0-03-09 오전 11:06:49


동해 트레일 (1) 영덕 블루로드



 동해안의 쪽빛 바다와 해안절경을 따라가는 동해 트레일은 크게 둘로 나뉜다. 경북 영덕 블루로드와 강원 삼척 관동대로가 그것이다. 영덕 강구항에서 고래불해수욕장에 이르는 영덕 블루로드의 길이는 50킬로미터나 되고, 삼척 고포해수욕장에서 갈령재까지의 삼척 관동대로는 24킬로미터에 이른다.

총길이 74킬로미터의 동해 트레일을 한 번에 섭렵하기란 쉽지 않다. A, B, C의 세 코스로 이루어진 영덕 블루로드만 해도 보통 체력의 여행자들에게는 꼬박 1박2일이 소요될 만큼 먼 길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체력과 기호에 따라 한두 코스만 선택해 걸어도 영덕 블루로드의 독특한 매력을 실감할 수 있다.

영덕 블루로드의 세 코스는 저마다 색다른 풍경과 정취를 보여준다. 강구항에서 고불봉과 풍력발전단지를 거쳐 해맞이공원까지 이어지는 A코스(17.5킬로미터)는 바다를 꿈꾸는 산길이다. 그리고 해맞이공원에서 대탄, 오보, 노물, 석리, 경정, 차유 등의 갯마을을 둘러본 뒤 축산항에 도착하는 B코스(15킬로미터)는 환상의 바닷길이다. 마지막으로 축산항을 출발해 대소산 봉수대와 고려시대 유학자 목은 이색의 산책로, 괴시리 전통마을을 경유해 고래불해수욕장에서 끝나는 C코스(17.5킬로미터)는 선인들의 자취를 더듬는 답사길이다. 심신이 피곤하지 않은 상태에서 느긋하게 각 코스의 풍경과 정취를 즐기려면 하루에 한 코스만 걷는 것이 적당할 성싶다. 필자도 A코스 전체와 B코스의 일부를 1박2일 일정으로 걸었다.

영덕 블루로드가 시작되는 강구항은 영덕대게의 본고장이다. 강구항 사람들은 언제 봐도 생기발랄하고 부지런하다. 엄동설한에도 모진 바람과 추위를 이겨내며 억척스레 살아가는 그들의 삶터를 엿보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저절로 솟는다.

오늘날 강구항 주민들의 희로애락은 대게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음식점들은 대게 전문점이고, 대다수의 주민들은 대게를 팔거나 잡는 일로 생계를 꾸려간다. 대게가 많이 잡힐 때에는 포구 전체가 축제기간처럼 북적거리고, 대게 금어기(6월 1일~10월 31일)에는 파장한 장터처럼 한산하다. 대게가 많이 잡힌 날의 아침에는 수천, 수만 마리의 대게를 수협 어판장에 가득 펼쳐놓고 경매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영덕대게 본고장 '강구항'에서 시작되는 블루로드


강구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도로 중 하나로 손꼽히는 강축해안도로가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영덕 블루로드의 일부 구간과도 겹치는 이 해안도로는 해맞이공원과 축산항을 거쳐 대진해수욕장까지 27킬로미터가량 이어진다. 왼쪽으로 나지막한 산자락, 오른쪽으로 창망(滄茫)한 동해바다를 끼고 달리는 길이다. 오른쪽 차창 밖으로 줄곧 펼쳐지는 쪽빛 동해바다가 가슴을 뻥 뚫리게 해준다.

하지만 영덕 블루로드의 A코스는 막바지 구간에서나 이 해안도로를 만나게 된다. 강구항의 시작 지점을 출발하자마자 곧장 비탈진 고샅길을 가로질러 약 5분 만에 산등성이로 올라선다. 고깃배들이 쉼 없이 들락거리는 강구항과 오십천 하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이내 신축 중인 축구장의 진입로 공사가 한창인 산중턱을 지나면, 고불봉까지 구불구불 이어지는 산길이 시작된다. 진입로 공사로 사라진 길을 찾느라 적잖은 시간을 허비하기도 했다.

고불봉으로 가는 산길은 비교적 평탄하다. 산등성이를 따라 끊임없이 오르내리거나 구불거리는 길의 율동감이 경쾌하다. 하지만 숲과 잡목에 가려 바다 조망이 답답한 데다 단조로운 풍경이 계속되는 탓에 지루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영덕 블루로드의 진면목은 강구항에서 8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고불봉 정상(2백35미터)에 올라서야 실감할 수 있다. 천혜의 전망대인 고불봉 정상에서는 서쪽으로 영덕읍내와 오십천 물길, 동쪽으로 망망한 동해바다와 풍력발전단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남쪽으로는 강구항에서 고불봉까지 걸어온 능선길이 시원스럽게 조망된다.

고불봉에서는 영덕 풍력발전단지가 손에 잡힐 듯이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가는 길은 만만치 않다. 비탈진 산길을 내려온 뒤에 찻길을 건너고, 다시 비탈길을 한동안 걸어야 풍력발전단지에 들어선다. 고불봉에서 풍력발전단지를 거쳐 A코스의 종점인 해맞이공원까지 가는 길은 강구항에서 고불봉까지의 길만큼이나 멀다. 그래도 이수(里數)가 늘어날수록 바다가 한결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이 발걸음을 한결 가볍게 해준다.

큰 산불로 황폐해진 산등성이에 들어선 영덕 풍력발전단지에는 24기의 풍력발전기가 세워져 있다. 영덕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 잡은 이곳에서는 연간 9만6천6백80메가와트의 전력이 생산되는데, 이는 2만 가구인 영덕군민 전체가 사용할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건물에 태양, 바람, 물, 지열,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신재생에너지의 생산원리를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인 신재생에너지관이 문을 열어 관광객들을 위한 볼거리도 더욱 풍성해졌다.

풍력발전단지에서 조금만 바닷가 쪽으로 내려가면 해맞이공원에 당도한다. 이곳 역시 산불이 나 황무지로 변한 산비탈이었다가 아름다운 공원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공원의 중심에는 영덕대게를 형상화한 창포말등대가 우뚝 서 있고, 그 주변에 수평선 위로 솟아오르는 해와 코발트블루 빛깔의 바다를 감상하기에 좋은 전망데크가 마련돼 있다. 또한 공원 곳곳에는 야생화 꽃밭이 꾸며져 있어서 꽃피는 시절에는 마치 동화 속의 풍경처럼 화사하다.
 





 

 갯바윗길도 솔숲길도 푸른바다 끼고 굽이굽이 이어져


해맞이공원에서 시작되는 영덕 블루로드 B코스는 줄곧 푸른 동해바다를 옆에 끼고 이어진다. 말 그대로 푸른 바닷길, ‘블루로드’이다. 때때로 길은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가기도 하고, 급경사의 계단을 오르기도 한다. 또한 파도가 넘실거리는 갯바위를 넘어가는 구간도 있고, 솔잎이 푹신하게 깔린 솔숲을 가로지르기도 한다. 바닷가의 솔숲길과 갯바윗길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해안을 경비하는 초병들의 순찰로이기도 했다.

길을 굽이돌 때마다 불쑥 나타나는 아담한 어촌마을과 초승달 모양으로 펼쳐지는 해변의 정경이 퍽 인상적이다. 그중에서도 축산면 차유마을은 영덕대게의 원조마을로 알려져 있다.

또한 블루로드가 지나는 갯바위에서는 감성돔을 노리며 낚싯대를 드리운 조사(釣士)들의 모습도 군데군데 눈에 띈다. 아담한 포구와 울긋불긋한 민가 몇 채가 있는 어촌마을인 차유마을에서 조붓한 솔숲길을 30~40분 걸으니 활처럼 휘어진 백사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축산항 뒤편에 우뚝 솟은 죽도산이 바로 코앞이다. 백사장의 끝에 가설된 작은 현수교를 건너고, 최근 완공된 나무계단 산책로를 이용하면 등대가 서 있는 죽도산 정상이 지척이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죽도산 정상에 올라섰다. 어느새 해는 지고 땅거미 내려앉은 뒤라, 사위가 적막하다. 이따금씩 바람결에 들려오는 개 짓는 소리와 파도 소리가 적막을 깨뜨린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가슴 뿌듯하다. 한편으로는 전 코스를 섭렵하지 못한 아쉬움도 남았다. 하지만 영덕 블루로드는 한 번만 걷고 말 길은 아니다. 남은 길에 대한 아쉬움은 가슴에 묻은 채 죽도산을 내려왔다. 


[출처]  Weekly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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