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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다. 헤이리. 파주에 전래되는 농요 '헤이리 소리'의 후렴구에서 따왔다고 한 다. 임진강과 비무장지대를 배산임수로 삼아 통일전망대 부근에 세워지고 있는 예술단지. 허허벌판에 자 연과 예술, 건축과 삶을 조화시켜 역동적이고 창조적인 문화의 산실로 꾸민다는 실험적 프로젝트다.
지금으로부터 꼭 10년 전이다. 출판인, 미술인, 작가 등 문화예술 관련 인사 몇몇이 모여 이상야릇한 이 름의 행사를 가졌다. 헤이리 아트밸리 건설위원회 발기모임. 파주 출판단지 부근 땅을 사들여 예술촌 (村)을 만들자는 구상의 발족이었다. 얼마 후 파주의 부동산업계에선 "예술가들이 작당해 휴전선 인근 에 전원주택단지를 짓는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소문은 절반만 맞았다. 예술인 모임은 통일전망대에서 약간 북쪽으로 올라간 곳의 임야와 농지 15만여 평을 매입했다. 물론, 시세차익을 노리거나 전원주택 조 성을 위한 매입은 아니었다. 세계 유일의 예술마을을 세우기 위한 운동(movement)의 시작이었을 뿐이 다. 문화예술적 가치와 콘텐츠를 집단적으로 창출해내는 새로운 의미의 토털 스페이스가 탄생한 것이 다.
◆예술적 심미안이 투영된 마을 새로운 의미의 예술마당이란 소규모 문화시설들의 연대를 뜻한다. 수많은 반딧불이가 모여 별보다 밝은 빛을 발하듯 작은 전시실과 작업실 수백 개를 한 곳에 집중시켜 시너지효과를 이룬다는 전략이었다.
'작은 것들이 연대하는 모습이야말로 아름답다'는 헤이리의 철학에 공감한 이들은 현재 370여 명에 이른 다. 회원 대부분은 미술ㆍ공연ㆍ조각ㆍ사진ㆍ공예ㆍ출판 분야에 종사한다. 영화감독 박찬욱, 가수 윤도 현, 탤런트 최불암 등 대중문화계 인사도 눈에 띈다. 회원은 자신 소유의 대지에 건축물을 짓고 그 안에 서 일상과 창작활동을 영위한다. 그리고 모든 공간은 담을 없애 모든 사람에게 개방된다. 물론 몇몇 시 설은 기본적인 운영과 유지를 위해 입장료를 받는다.
자연이 살아 숨쉬는 생태마을은 헤이리의 또 다른 특질이다. 마을 건설위원회는 주어진 자연환경을 최대 한 살리는 설계를 지향한다. 산과 구릉, 늪, 개천의 많은 부분이 원형대로 보존되고 있다. 개구리와 두 꺼비가 파리를 잡아먹고 사는 풀숲 개천은 사시사철 맑은 물이 흘러 누구라도 발을 담글 수 있다. 헤이리의 생태철학은 건축, 에너지 시스템, 조경, 포장 등 전 영역에 걸쳐 적용된다. 본래의 자연지형 과 인간의 심성이 조화를 이룬 스카이라인을 위해 모든 건축물은 3층(12m) 이하로 짓는다. 개성 쪽으로 뻗어나간 산등성이와 임진강 노을이 건물에 가리는 일은 없다. 갈대광장, 임진강 철새도래지, 비무장지 대 야생동물보호구역 등 마을 안팎의 생태환경은 헤이리를 자연과 예술이 하나 되는 공간으로 빚어낸 다.
헤이리는 다양한 문화 장르가 한 공간에서 소통하는 예술마을이다. 현재 130여 채의 건물이 지어져 갤러 리, 박물관, 북카페, 공방 등으로 운영 중이다. 앞으로 2년 이내에 200여 곳의 전시, 공연, 판매공간이 더 들어설 예정이다.
갤러리와 미술관은 그 숫자가 많아 헤이리의 터줏대감 역할을 한다. 구삼본 씨가 자신의 이름을 따 개관 한 '인물미술관 93MUSEUM'(031-948-6677)은 소재가 특이해 눈길을 끈다. 국내 최초의 인물미술관으로 시 대별, 나라별, 주제별로 인물에 관련된 회화작품과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한국 유일의 내시 영정과 박 정희, 문익환, 이주일 등 현대사 인물의 초상화가 인상적이다. 동서양 춘화와 조각품이 있는 에로틱 아 트실은 미성년자의 경우 부모와 동반해야 관람이 가능하다. 입장료는 3천 원(6세 이상)이다.
'쌈지미술창고'(031-957-0720)와 '딸기가 좋아'(031-949-9273)는 헤이리의 상업적 전략에 부합하는 공간 이다. 서로 인접해 예술의 생산과 소비, 예술과 놀이문화의 공존을 지향한다. 문화적 트렌드를 이끌면 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낸다. 아이들이 장난치며 마음껏 놀기에 좋다. 현재 헤이리에서 가장 많은 관람 객을 끌어 모은다. 입장료는 3천 원이다.
회원의 수고와 정성이 담긴 사설박물관은 헤이리에 현재 10여 곳이 운영 중이다. 우경옥 씨가 2005년 3 월 개관한 '씨네팰리스 (Cine Palace)'(031-957-7763)는 영화 포스터, 전단지, 캐릭터 상품을 주축으로 한다. 1층은 영화 속 주인공들의 캐릭터 전시장이고, 2층은 1950-60년대 한국에서 상영된 영화의 포스터 들로 가득하다. 국내에 한 점밖에 없다는 '로마의 휴일' 포스터, 1955년도 '춘향전' 오리지널 포스터도 만날 수 있다. 중년 이상의 연배들은 '배꼽대감', '아파트를 갖고 싶은 여자' 등 촌스럽기 그지없는 옛 영화들의 제목과 카피를 보며 추억을 더듬어 볼 수 있다. 입장료는 3천 원(어린이 2천 원)이다.
>>찾아가는 길 자유로는 행주대교 북단에서 파주 임진각에 이르는 고속화도로다. 서울을 벗어나 자유로에 들어서 20분 정도 달리면 오두산 통일전망대다. 이를 지나자마자 오른쪽 내리막길 성동IC로 진입하면 '예술마을 헤이 리' 이정표가 나온다. 헤이리 사무국 031-946-8551∼3, www.heyri.net
ㆍ글/장성배 기자(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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