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나요? 바람의 속삭임이… 가을빛으로 물든 월출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5-09-22 오전 9:33:00
[조선일보 한필석, 정정현 기자]

하늘이 요동쳤다. 먹장구름은 산을 찍어눌렀다. 아예 땅바닥까지 내려앉힐 기세였다. 그렇게 이틀 낮과
밤이 흘렀다. 그런데도 새 날이 밝아오자 산봉은 두텁고 무거운 먹구름도 거센 바람도 밀쳐내며 서서히
일어났다. 그리곤 수많은 암봉이 솟구치면서 거대한 바위꽃을 피웠다. 월출산(月出山·809m)이었다.


산 안으로 파고들자마자 잠시 숲에 모습을 감췄던 기암 괴봉들이 벌떡 일어난다. 한발씩 다가서는 사이
기암과 바위절벽은 더욱 위압적으로 변해갔으나, 산 아래는 달랐다. 황금빛으로 변해가는 들녘, 그 들녘
에 박혀 있는 야트막한 산봉들, 그리고 산그림자 걸린 저수지… 모든게 정겹다.


철계단길 따르고, 가파른 산길 차오르자 이번에는 허공에 다리가 나타난다. 승천교, 구름다리였다. 한
사람 겨우 빠져나갈 현수교에 올라서는 순간 광풍이 몰아친다. 하늘로 오르는 다리, 간담이 서늘하다.
땅의 인간이 신선들의 세계로 올라서는 게 쉬울 리 없다. 이번엔 또 뭔가, 숨을 고르고 보니 돌병풍 화
폭 안에 들어서 있다. 장군봉에서 정상 천황봉으로 이어지는 바위 능선은 장벽을 이루고, 그 앞에 신선
골인 바람골을 깊이 파놓고 있었다.


철다리를 건너고 철계단을 기어오르니 매봉(605.5m) 정상. 풍광은 또 다르다. 암봉들이 어깨를 맞댄
채 줄지어 솟구쳐 있고, 그 사이에는 신선골(바람골)이 깊이 파여 있다. 이제 영암읍뿐 아니라 나주시
그리고 영산강에 이르는 나주평야가 한눈에 든다.


사자봉(667m)과 703m봉 남쪽 사면길을 따르다 통천문을 거쳐 천황봉에 올라선다. 일망무제다. 호남 땅
이 모두 발아래 납작 엎드려 있다. 그 주능선을 경계로 능선과 산봉은 좌우 대칭을 이루었다. 그러나 산
봉의 모습은 동과 서가 달랐다. 동쪽은 커다란 암봉들이 산군을 이루며 웅장함을 과시한다면 서쪽 구정
봉 일원은 크고 작은, 둥글고 넓적한 돌들이 위태위태하게 포개지고 기대어져 기묘한 형상을 이루고 있
었다. 이래서 월출산을 기암 전시관이라 부르는가 보다.


양손으로 바위꽃을 헤치며 걷고 또 걸었는데도, 뒤돌아서면 커다란 꽃봉우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
다. 한참을 몽롱하게 걷다가 바람재와 구정봉 갈림목을 지나고 허릿길을 따르다 숲을 빠져나간다.


갑자기 천지가 눈부시도록 반짝였다. 미왕재 억새밭이었다. 정상은 이미 가을이다. 억새밭길을 걷는 사
이 바람이 몰아쳤다. 이틀 동안 불어댔는데도 성이 차지 않는 것인가? 아니었다. 바람은 억새를 “사각
~ 사각~” 소리내게 하며 가을을 재촉하고 있었다.

◆ 산행가이드

1988년 6월11일, 전국 20개 국립공원 중 마지막으로 지정된 월출산은 높지도 않고 규모도 작아 어떤 코
스든 대여섯 시간이면 끝낼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등로는 능선종주 코스. 대개 천황지구에서 시작해
구름다리를 거쳐 천황봉~바람재~구정봉~억새밭(미왕재)~도갑사 방향으로 걷는다. 약 6시간.


승용차로 접근했을 때는 천황지구 원점회귀 산행이 적합하다. 산길은 천황사지 직전 두 가닥으로 나뉜
다. 곧장 오르면 천황사지를 경유하는 구름다리 코스, 오른쪽 길은 바람폭과 광암터를 경유한다. 오른
쪽 길로 정상인 천황봉에 오르는 게 힘이 덜 든다. 풍경 감상을 위해선 바람골 일원의 웅장한 암봉군을
바라보고 구름다리 코스를 등행로로 삼고, 바람골 코스를 하산길로 택한다. 약 4시간30분.


◆ 월출산 국립공원 이용료

●천황·경포대지구: 어른 1600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 300원. 도갑지구는 어른 3000원, 청소년 1300
원, 어린이 700원.


●공원 내 천황·금릉경포대 지구 야영장:소형 3000원, 중형 4500원, 대형 6000원.


●공원 연락처:본소(천황지구·061-473-5210, 5112), 천황매표소(061-472-9201), 도갑분소(061-473-
5111), 도갑매표소(061-471-5122), 경포대관리팀(061-432-7921).


◆ 대중교통

천황사와 도갑사는 영암, 경포대는 강진 성전에서 노선버스가 다닌다. 광주종합버스터미널(062-360-
8114)에서 영암행은 10분 간격(04:30~22:00·1시간·5000원), 성전행은 15분 간격(04:30~22:00·1시간20
분·6300원). 영암 시외버스공용정류장(061-473-3355)에서 천황사행 1일 5회(07:10·09:20·10:10·
15:20·16:30·850원), 도갑사행은 2회(09:30·16:10·850원). 택시는 천황사 4000원, 도갑사 1만원. 성
전 시외버스정류장(061-432-5900)에서 경포대(무위사 경유)행은 1일 6회(07:00·08:50·10:40·15:15·
16:20·17:45·850원).


◆ 숙식

천황지구 바우식당(061-473-3784), 산악인의집(061-473-3778), 음식문화원(061-472-5559) 등 민박을 겸
하는 식당 여럿. 월출산관광호텔(061-473-6311)을 이용하면 온천욕도 즐길 수 있다. 영암에는 갈낙탕,
낙지구이, 연포탕, 짱뚱어탕, 한정식 등 음식점이 여럿 있다. 영암군청 문화관광계(전화 061-470-2241,
2350).

(글=월간산 한필석 기자 [ pshan.chosun.com])


(사진=조선영상미디어 정정현 기자 rockart@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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