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하나되는 피서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4-07-20 오후 1:39:00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원대리. 서울에서 44번 국도를 따라 가다가 인제읍을 바로 지난 후 내린천을 거슬
러 올라가는 국도 31번은 그 이름에 걸맞게 여름철 피서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특히 내린천은 젊은이들의 래프팅 장소로는 국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이름 난 장소다. 내린천
을 끼고 도는 국도를 따라 가다보면 여기저기서 래프팅을 즐기는 젊은이들, 또 보트를 실어 나르는 화물
차 등등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흔하게 볼 수 없는 특이한 광경이 내린천 계곡의 비경과 맞물려 탐방객들
에게 다가오게 된다.

올해부터 시작된 주 5일제 근무와 함께 웰빙 바람이 몰아치는 우리나라는 곳곳에서 펜션이다, 리조트
다, 콘도다 해서 레저열풍이 불고 있다. 특히 주5일제 이후 처음 맞게 되는 금년 하계휴가는 전 국민을
들뜨고 있다. 내린천 계곡의 기상천외한 피서지를 한 곳, 추천해 볼까 한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인제읍 원대리'지만 찾아가는 곳으로는 '인제읍 하추리'라고 해야 올바른 표현일 것
이다. 31번 국도의 건너편 즉 내린천 건너편에 있는 이 작은 동네는 과거에는 수교가 존재하여 사람의
왕래가 용이하였으나 큰물이 지나간 이후 다리가 끊어져 출입하기 어려워졌다.

이 동네를 출입할 수 있는 통로는 원대리의 본 마을에서 산을 타고 내려가는 산길과 내린천을 맨발로 건
너가는 길. 이 마을의 촌장이 장만해 놓은 작은 조각배를 타고 강을 건너가는 길이 있을 뿐이다. 당연
히 자동차는 갈 수가 없고, 31번 국도 상에 주차해 놓아야만 한다.

웰빙을 기대하는 분이라면 아예 이 글을 읽는 걸 중단하시기 바란다. 이곳은 잘 먹고 잘 지내다 올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그런 기대로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시간 낭비일 뿐이니 따로 알아보시기를 미리 권하
며 특이한 여름나기를 소개할까 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 곳은 진입할 수 있는 도로가 없다. 따라서 1년 내내 사람의 왕래가 거의 없는
곳이다. 비가 와서 강이 넘치면 들어 왔던 사람도 나갈 수가 없다. 오직 길도 없는 산길을 한 시간 남
짓 걸어서만 문명세계로 나갈 수 있는 그런 곳이다.

이곳은 전기 시설은 되어 있으나 TV가 없다. 이것은 이곳 주인장의 악취미에서(?) 비롯하지만 가만히 생
각해 보면 2∼3일 정도 이런 매체가 없이 생활해 보는 것도 꽤나 현대인들에게 유익할 듯 하다.

또 하나 이곳에 들어오는 분들은 주인장의 고집으로 샴푸나 퐁퐁 등 최첨단의 화공약품이 가미된 세제
는 사용할 수가 없다. ‘물 반 고기 반’이라는 앞 냇가 내린천에서 낚시를 할 생각일랑 아예 해서는
안 된다. 또한 야생초를 꺾거나 뽑아서 주인장의 눈에 거슬리는 행동은 절대로 삼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기 좋고 물 맑고 조용하다 하여 음주가무, 고성방가는 날이 새는 대로 추방당할 각오를 해
야 한다.

이런 몇 가지 수칙만 지킬 수 있다면 이곳은 여기를 찾는 이들에게 많은 것을 안겨다 줄 수가 있을 것이
다.

첫째로 진정한 자연이 무엇인지를 배우게 될 것이다. 이 곳은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이 사람의 왕래가
거의 없는 곳이다. 따라서 하천 주변이나 뒷산에서 일어나는 자연환경의 변화와 경이로움을 관찰하고 배
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이곳은 날이 어두워진 다음 모깃불을 제외한 모든 불을 끈 가운데서 내린천의 밤을 음미할 수 있는 행복
한 시간을 안겨다 줄 것이다.

휘황찬란한 밤의 문명에 절어 있던 사람들로 하여금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진정으로 자연과 함께하는
밤이 어떤 것인지 깨닫게 해 주는 참 좋은 공간인 것이다.

반딧불의 비행 뒤쪽에서 울부짖는 온갖 야생 동물들의 세계는 이곳을 찾는 탐방객들로 하여금 가히 원
시 그대로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오싹한 한여름 밤을 제공해 줄 것이다.

운이 좋은 탐방객이라면 새벽녘에는 이제까지 살아오는 동안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름 모를 멧새와 물
새들의 향연에 저절로 잠을 깰 것이다. 그리고 밤새 앞 냇가 내린천에 살며시 내려 덮인 물안개와 주변
의 산들을 보면서 이곳의 아름다움과 자연환경의 소중함을 맛 볼 수도 있다.

이런 짧은 한 순간이나마 우리는 자연그대로의 티 없이 맑은 순수한 인간 본연의 심성으로 회귀하는 놀
라운 체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곳의 시설은 빈약하다. 일반 보일러 시설이 된 방이 세 개, 온돌방으로 이루어진 황토 방 하나 그리
고 야영시설이 다수일 뿐이다.

앞뒤로 자연을 돌아 볼 수 있는 자연 산책로하며 각종의 야생초, 가래나무를 비롯한 원시림에 가까운 수
목들이 전부다. 하천 주변의 자연 환경은 더 없이 잘 가꾸어 놓은 현대적 조경보다도 자연이 저절로 빚
은 조경이 우리들에게 더 많은 것을 음미하게 해 줄 것이다.

먹는 문제는 주인장에게 밥을 사 먹는 방법과 스스로 해 먹는 방법이 있고, 이곳에서 자생하는 각종 야
생초의 효소들이 귀하게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먹거리를 준비해 갈 필요가 없다.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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