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열린 금강산 세존봉 코스 등정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3-08-01 오후 1:44:00
백옥병풍 뭇봉우리 눈감아도 눈부시네

“금강산 제대로 볼라면 운이 아주 좋아야 합네다.” 지난 26일 강원 고성군 외금강 동석동 들머리인 신
계천 동석다리 앞. 부슬부슬 흩뿌리는 빗속에 일행이 산길을 오르기 시작하자, 앞서 가던 안내원 장선룡
씨가 위로하듯 말했다. “기게 또 금강산의 멋 아니갔시요.” ‘운이 안좋은’ 일행은 8월중 일반에 개
방될 세존봉 산행길을 둘러보러 온 남쪽 사람들, 장씨는 북쪽 온정리 토박이다.


8월 개방 금강산 동석동~세존봉~구룡연~목란관 코스

세존봉(1160m)은 외금강의 한가운데 솟은 봉우리. 비로봉(1638m) 등 내금강 봉우리들에 비해 높이에서
뒤지지만, 집선봉·채하봉·관음봉 등 외금강 암봉들의 파노라마를 한눈에 휘둘러볼 수 있는 곳이다. 새
로 선보인 세존봉 코스는 이미 개방된 동석동과 구룡연쪽 코스를 세존봉과 연결시킨 15㎞ 산행길이다.
오르내리는 데 각각 3시간30분, 7시간.

동석동 들머리는 울창한 소나무숲. 완만한 산길이다. 오른쪽으로 보운암터·법기암터를 지나면 금강산에
서 가장 먼저 봄을 맞이한다는 영춘대가 있다. 내를 하나 건너고 왼쪽 발 아래에서 굽이치는 거센 물소
리를 들으며 한동안 오르면 널찍한 바위자락에 부서져내리는 깨끗한 물줄기가 모습을 드러낸다. 나무를
지렛대로 삼아 흔들면 움직인다는 ‘동석’이 있는 너럭바위다. 3.5㎞ 지점. 바위에 앉아 바라보는 집선
연봉의 자태가 눈부시다는데, 오늘은 배꼽만 잠시 보여주곤 흰 옷자락을 내려버린다. “쳐다보니 백옥
울타리 같은 뭇 봉우리들…내려다보니 시력을 궁하게 하는 고성 너머 푸른 동해바다”(최남선 <금강예찬
> ‘동석동’)라고 한 육당의 눈길을 따라가 보지 못하는 게 아쉽다.


동석동 최남선 '금강예찬'서 극찬
산길을 500m쯤 오르면 반달 모양의 물웅덩이 반달소를 지나 물길 두개가 완만한 폭포를 이루며 만나는
합수목에 이른다. 집선·채하봉 쪽의 선하계 물줄기와 세존봉 쪽 물줄기가 만나는 지점이다. 왼쪽 산비
탈쪽으로 배를 닮은 배바위가 있다. 물통이 비었다면 합수목에서 채우는 게 좋다.

이제 길은 다소 가팔라진다. 울창한 잡목들과 산나리꽃·달맞이꽃이 번갈아가며 안개속 길 안내를 맡는
다. 서너개의 마른 골짜기를 만나고 헤어지면 어느 순간 길은 급경사를 이루며 발목을 긴장시킨다. 이
끼 낀 돌계단을 한발짝씩 딛어 지그재그로 산비탈을 한시간여 오르자 저만치 거대한 바위절벽이 다가온
다. 절벽을 끼고 내려다보는 집선봉·채하봉쪽 경치가 황홀하련만, 골짜기는 오직 안개구름을 품고 말
이 없다. 세찬 바람에 한 방향으로 가지를 벋은 침엽수들만이 잠시 나타났다 사라진다.

비와 땀이 섞여 흘러내리는 돌밭길을 좀더 오르자 마침내 쇠사다리가 걸린 바위벽이 모습을 드러냈다.
세존봉 전망대다. 70도 안팎의 깎아지른 바위벽을 사다리를 타고 10분간 올라야 한다. 다리가 후들거리
는 아찔한 구간이다. 전망대에 올라서니 사방천지, 아무것도 보이는 게 없다. 비로봉도, 신선들이 키자
랑하는 집선연봉도, 안개가 모여드는 채하봉도 관음연봉도 옥녀봉도 고성쪽 바다도 다 구름 속이다.

“만물상을 꼭 보겠다며 세번이나 왔지만 결국 못 보고 돌아간 사람도 있지요.” 동행한 현대아산 소속
산악안전실장 이관재(45)씨가 말했지만, 아쉬움을 달랠 수는 없었다. 코앞에 다가서야 모습을 드러내는
바위절벽들에서 명산의 한자락을 맛보려 애써야 했다.


'선녀와 나뭇꾼' 전설 깃든 상팔담

하산길도 미끄러운 돌밭길과 쇠사다리의 연속. 바위마다 이끼가 덮여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내딛어야 한
다. 수풀을 헤치며 한동안 내려오면 물소리를 만난다. 구룡연쪽 골짜기로 떨어지는 비봉폭포의 상류 물
줄기다. 곧이어 흡사 용의 머리를 닮은 참나무가 나타나고, 여기서부터는 다시 오르막길이다. 비좁은 고
개 사자목을 넘으면 급경사 내리막. 지난해 태풍 루사의 영향으로 일어난 산사태의 흔적들이 안타깝기
만 하다.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돌밭길을 내려오면 느닷없이 우렁찬 물소리와 함께 눈앞에 웅장한 폭포줄
기가 눈을 사로잡는다. ‘선녀와 나무꾼’ 전설이 깃든 ‘상팔담’에서 떨어져내리는 높이 87m의 구룡폭
포다. 오른쪽 바위엔 ‘미륵불’ 한자가 새겨져 있는데 ‘불(佛)’자의 마지막 획이 밑으로 길게 뻗쳤
다. 그 길이가 13m로 구룡연 깊이와 같다. 정자인 관폭정에 앉아 폭포를 감상할 수 있다. 아래쪽에서
물 건너 가파른 벼랑길을 따라 오르면 상팔담이 내려다보이는 구룡대다. 여기서부터 목란관 주차장까지
1시간여 내리막길은 주렴폭포·무봉폭포·비봉폭포·연주담·옥류동·금강문 등 수많은 소와 폭포, 집채
만한 바위들이 숲을 이룬 수려한 계곡이다. 목란관 주차장과 동석동 들머리 사이엔 한국전쟁때 불탄 신
계사 터가 있다.

19세기말 이 땅을 4차례나 섭렵했던 영국의 역마살 도진 할머니, 이사벨라 버드 비숍이 ‘글로는 표현
할 길 없는 황홀한 대협곡’ ‘진정한 약속의 땅’이라고 표현했던 금강산. 그 산 그림자도 제대로 맛보
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지만, 실은 아쉬울 것도 없다. 뱃길에 이어 승용찻길·기찻길이 이어져 금강산이
한결 가까워질 터이니.

금강산 여행정보

● 주의사항=세존봉코스는 8월중에 일반 관광객들에게 개방될 예정이다. 세존봉 등산길은 북한쪽이 20
년 전 정비·개설했다고 한다. 돌계단과 쇠사다리들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지만, 이끼 낀 돌밭길과 급경
사를 이룬 구간이 많아 비가 올 때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현대아산쪽은 개방 전에 일부 무너진 돌계단
과 위험 구간을 정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관광요금=속초항에서 설봉호를 타고 출발한다. 2박3일과 3박4일짜리 상품이 있다. 2박3일 상품은 설
봉호 객실 숙박이 8월말까지 35만원, 해상호텔인 해금강호텔 숙박이 40만원. 3박4일짜리는 학생 및 단체
관광객을 위한 상품으로 금강산해수욕장 옆 금강빌리지나 금강산온천의 금강빌리지를 이용한다. 19만
9000원. 모두 아침식사가 포함된 요금이다.

● 즐길거리=금강산해수욕장에서 수상스포츠와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텐트 5달러, 그늘막 3달러, 제트
스키 10분에 30달러, 바나나보트 10달러, 서핑보드 10달러. 물 위에 띄워놓은 튜브식 미끄럼틀·시소·
트럼블린 등이 갖춰진 해상공원 이용료는 5달러. 개장시간은 오후 2~6시. 금강산온천은 사우나·노천탕
등을 갖춘 대형 온천탕이다. 지하 200m에서 솟는 100% 중탄산 나트륨 온천수다. 피부·심장질환·근육
통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노천탕에서 비로봉·집선봉·채하봉 등이 보인다. 12달러(2회권은 20달
러). 문화관에서 펼쳐지는 평양모란봉교예단의 교예공연도 볼거리다. 25달러.

● 먹을거리=온정각에서 한식 뷔페를 한다. 9달러. 목란관·금강원 등 북한쪽에서 운영하는 식당을 찾으
면 북한식 요리를 먹을 수 있다. 목란관 평양냉면·녹두지짐 등 9달러. 금강원 북한식 코스요리 25달
러.

● 문의처=금강산 속초 여객터미널 (033)637-0858. 현대아산 (02)3669-3000.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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