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道가 하나 되는, 백두대간 품에 안긴 마을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3-09-15 오후 3:01:00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하늘과 땅이 빚어낸 눈부신 향연이 펼쳐지는 이계절에 길을 떠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이 아닐까.

고속도로 휴게소가 아니더라도 주막집 하나는 있을 법한 분위기의 추풍령고개를 넘어 김천에서 경부고속
도를 뒤로하고 3번 국도에 들어서자 서정적인 들녘 풍경이 펼쳐진다. 해인마을을 찾아가는 길이다. 충
청북도 영동과 전라북도 무주, 경상북도 김천… 이렇게 삼도가 만나는 삼도봉(1,177m) 아래에 해인마
을이 있다.

거대한 장승이 해인마을 입구를 지키고 서 있다. 언뜻 보면 콘크리트 따위로 만든 인공 구조물처럼 보
이지만 통나무를 깎아 만든 것이다. 높이 12m, 둘레 5.5m로 세상에서 가장 큰 장승이다. 장승을 세운
주인공은 해인문화예술농원을운영하는 김용철 씨, 이 고장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
과 이 땅을 지키고 가꾸어온 마을 사람들에게 무언가 바치고 싶은 마음에서 세웠다고 한다.

지리산 산마을을 연상케 하는 계단식 다랑이논이 산자락에 걸려있다. 김천 사람들은 해인마을을 깡촌으
로 표현한다. 그만큼고단했을 지난날 김천 사람들은 해인마을 깡촌으로 표현한다. 그만큼 고단했을 지
난날의 삶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변변한 농초가 없던 시절돌을 쌓아 담을 만들고, 그 안에 흙을
채워 논을 만들었다. 요즘 말하는 이른바 삶의 질과는 거리가 먼 삶의 방편이었다.

마을에서 300m 가량 떨어진 김용원 씨의 해인산장을 찾았다. 40여 년전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배움
의 길을 찾아 고향을 떠났다가 지난 5년전 낙향해 직접 지은 흙집이다. 서울 장안평에서 자동차 부품업
을 하던 그가 고향으로 돌아올 생각을 한 건 연어의 회귀 본능 같은 거였다. "연어가 알 낳으라고 만물
을 찾오는 회귀본능 같은 거였지예." 연어처럼 그 또한 어릴 적 추억이 담긴 고향 땅으로 돌아온 것이
다.

마을 어귀에서 만난 김용원 씨는 해인마을의 기억을 더듬거리며 궁핍한 삶이었지만 속세를 등지고 이상
향을 찾아든 이들이 많았다고 말한다. 많을 때는 200가구도 넘게 살았다고, "6·25 난리통에도 그리
피해가 크지 않을 것 보믄 좋은 땅 임에는 분명하다 아입니꺼."

예나 지금이나 산중 사람들의 공통점은 넓은 마을 씀씀이다. 협소한 골짜기에 몸을 낮추고 자신을 감추
려는 듯이 보일 듯 말 듯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자연에서 배운 너그러움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지러
운 세상들에겐 자연에서 배운 너그러움이 있기 대문일 것이다. 어지러운 세상을 등지고 이 깉은 산중으
로 몰려든 이들이 보는 산 아래 모습은 아귀다툼이었을 테니 더욱이 내려가고 싶은 마음 또한 없지 않았
을까. 산비탈을 개간하고 부족한 농토는 회전을 해도 입에 풀칠하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산 아래 세상
을 등지고 살기에는 더없이 좋은 땅이었을 것이다.

가까이 들여다 본 해인마을은 열악해 보인다. 그러나 부지런한 주민들은 토질에 적합한 농작물 재배를
수없이 시도했다. 지금은 호두, 포도, 오미자 등 특용작물이 주수입원이다. 마을의 역사와 함께한 당
산나무 뒤로 산자락 돌밭이 엉겨 붙어 있다. 마을은 더이상 오를 곳이 없어 보이는 가장 높은 곳에 있
다. 모두 10여가구. 김천 시내에서 40여분 거리지만 오지의 면모를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은 교통 때문
이었다. 마을까지 버스가 들어오지 않아 생필품을 사려면 부항까지 족히 20리는 나가야 한다.

해인마을에서 삼도봉 오르는 길은 해발 1,000m 지점까지 임도가 닦여있다. 임도가 끝나는 주차장부터
본격적인 등산로가 이어진다. 숲으로 접어들자 함박꽃 향기가 코를 찌른다. 30분이 채 안 돼 석기봉 갈
림길. 북으로 석기봉과 민주지산, 남으로는 화주봉과 우두령, 김천의 황학산으로 뻗어내린 백두대간의
장쾌산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삼도봉 정산에는 삼도 화합을 염원하는 상징물인 '삼도화합탑'이
서 있다. 삼도봉에서 내려다보는 해인마을은 골짜기 한귀통이에 하얀 점으로 박혀 있다. 어머니 품안
에 안긴 아기처럼, 수백 년 전 이상향을 꿈꾸며 둥지를 튼 조상들의 염원에 보답일도 하듯 편안하게 앉
아 있다.

>> 찾아가는 길

경북고속도로 김천 IC를 벗어나 거창 방향 3번 국도를 탄다. 흑돼지구이촌이 있는 지례면소재지까지는
22km. 이곳에서 우회전하면 부항면가는길. 부항천을 따라 백두대간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부항 삼
거리에서 다시 우회전하면 삼도봉 가는길. 표지판을 따라 콘크리트로 포장된 농로를 오르면 '해인문화
예술농원'을 지나 도로가 끝나는 곳에 해인마을이 보인다.

>> 숙박 정보

해인마을에는 황토로 지은 산장이 몇 군데 있다. 모두가 삼도봉을 찾는 산꾼들을 위한 산장 형태로 운
영되는데, 우르르 몰려다니는 떼거지 관광객이 아닌 여유로운 쉼을 원하는 여행자들을 반긴다. 해인마
을에서 300m 가량 떨어진 삼도봉 등산로 입구의 해인산장(054-437-1991)과 숲실산방(054-437-
8250) 모두 황토 벽돌로 지은 집. 비교적 규모가 큰 해인문화예술농원(054-436-8543)은 차와 식사도
가능하고, 많은 인원이 찾을 경우에 좋다.

<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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