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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 축제 이틀째(8월 3일), 아침부터 잔뜩 흐리고 비마저 흩뿌렸다. 그래도 며칠부터 벼르던 '맨손으 로 송어 잡기'엔 꼭 참가하리라 준수, 광수와 약속을 해둔 터였다.
팔뚝만한 송어를 맨손으로 잡아 올릴 것을 생각하면 온몸이 짜릿할 정도로 쾌감이 느껴졌다. 아이들도 덩달아 잔뜩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송어를 잡으면 회로 먹어야 한다느니 매운탕을 끓여 먹어야 한다 느니 잡기도 전에 미리미리 김치국 마시기에 여념이 없었다.
궂은 날씨가 내심 반갑기까지 했다. 날씨가 궂으면 그만큼 사람들이 적게 올 것이고, 그러면 송어 잡 을 확률이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였다.
동강 둔치로 가는 길에도 비가 내렸다. 빗줄기가 점점 굵어졌다. 래프팅 체험하기, 행글라이더 체험하 기 장소, 열기구 체험하기 장소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지만 송어 잡기 장소 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이 정도라면 송어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더 현실화되는 것이리라.
시간이 남아 동강축제가 열리고 있는 둔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금방 콩고물 묻혀 만들어 낸 따끈따끈한 인절미도 먹어보고 수수로 만들었다는 부침개도 두 손으로 잡아 호호 불며 먹어보았다.
맨손으로 송어 잡기는 열두시에 시작되었다. 빗줄기 탓에 사람이 많지 않으려니 했던 생각과는 달리 시 간이 다가오면서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맨손이면 족하려니 생각했는데 가서보니 사람들은 여러모로 송어 잡기에 유리한 준비를 했다. 목장갑 을 끼고 온 사람, 뜰대를 가지고 온 사람, 윗도리를 벗어 송어 잡기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
동강 한쪽 가장자리를 막아 마련한 송어 잡기 행사장에는 송어는 보이지 않고 사람들만 빼곡이 들어서 서 삼삼오오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송어 200마리를 풀어놓았다는 얘기, 작년에는 한 마리도 못 잡 았는데 올해에는 꼭 잡아야 한다는 얘기, 황금색 송어를 잡으면 부상으로 청정지역 영월에서 생산된 감 자 한 박스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 어떤 송어에는 한 돈짜리 금반지가 들어있다는 얘기….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송어 잡기가 쉽지 않으리란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기대에 부풀어 있는 아 이들에게 한 마디 했다. 꼭 잡으려 애쓰지 말고 즐겁게 놀면 되는 것이라고.
황금색 송어가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물 속으로 펄떡 뛰어들면서 드디어 행사가 시작되었다. 송어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사람들이 뛰어들면서 물은 순식간에 흙탕물로 변해버렸 다.
헤엄치는 송어를 쫓아가며 잡을 수 있을 거란 환상이 무너졌다. 흙탕물에서는 송어가 보일 리가 없었 다. 무턱대고 주저앉아 구정물 속으로 두 손을 휘휘 저으며 송어를 찾아 잡아야 하는 것이다.
그 와중에 어떤 아저씨가 황금색 송어를 잡아 올렸다.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을 온몸으로 받으며 아저씨 는 의기양양하게 물 밖으로 걸어나갔다.
여기저기서 송어를 잡았다고 환호했다. 가족 단위로 참가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아빠가 송어를 잡아 두 손으로 들어 올리면 온 가족이 좋아라 첨벙대며 즐거워했다.
입고 있던 옷을 그물 삼아 송어를 잡은 사람, 물 가장자리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사람들을 피해 나온 송 어를 재빨리 잡아 올리는 사람, 하지만 물 속을 헤메고 있는 내 손에는 송어가 스쳐지나간 적도 없었 다.
어떤 때에는 옆에 있던 아줌마의 손이 스쳐 지나갔는데 그 아줌마는 내 손이 송어인 줄 착각하고 왈칵 잡아챘다가 멋쩍게 웃기도 했다.
그러다가 일이 벌어졌다. 앞에서 휘젓고 다니던 꼬마가 한바탕 물장구를 치는 통에 물 속에 구부린 채 앉아 있던 내 입으로 흙탕물이 사정없이 밀려들었다. 놀라 일어서며 뱉어보았지만 순식간에 목으로 넘 어간 물이야 어쩔 수가 없었다. 송어를 잡겠다던 의욕이 사정없이 꺾여버리는 순간이었다.
물가에서 양파 자루를 들고 송어를 기대하던 아내가 나를 밖으로 불러냈다. 아무리 보아도 송어를 잡 을 것 같은 폼이 아닌지라 물가에서 흙탕물을 옷에 묻히지 않고도 척척 송어를 잡아내는 사람들을 보며 물가에 나와서 송어를 잡아보라는 것이었다.
물가에 나와서 내가 보는 앞에서도 송어는 세 마리나 잡혔다. 하지만 여전히 내겐 송어가 다가오질 않 았다. 그러면서 송어를 잡은 이들은 나름의 비법을 가지고 송어를 잡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여러 사람이 손발을 맞춰 송어 몰이를 하고, 입고 있는 옷 등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모습, 흙탕물이 온몸을 적셔도 아랑곳하지 않는 치열한 모습, 저것이 바로 우리들이 살아가야 할 모습이리라.
흙탕물에 옷 적시는 일을 꺼려하고 별다른 노력도 없이 물 속으로 손 몇 번 휘저어보며 송어가 보이지 않는다고 투덜대는 내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최선을 다하지도 않고 운이 따르지 않는다며 핑계 대는 일 에 너무도 익숙하게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돌아보았다.
여우농장 주인장께서 송어 두 마리를 잡았다며 그 중에 한 마리를 주셨다. 행사장에서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5000원을 내고 송어를 회로 떠서 가족끼리 조촐한 회식을 했다.
빗줄기가 질금대는 동강 둔치 가장자리에서.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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