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삼척시와 경북 울진군의 경계를 아우르는 응봉산(998.5m)은 북서쪽으로 문지골과 용소골, 보리골 등 깊은 계곡 3개를 품고 있다. 그 중 덕풍계곡에서 응봉산으로 오르는 용소골은 트래킹과 등산을 겸할 수 있는 골짜기로 태고의 신비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더욱이 시간여행과 함께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계곡, 기암절벽에 붉게 물든 단풍이 어우러진 절경을 함께 만날 수 있다.
국도 7호선에서 삼척시를 지나 원덕읍에서 416번 지방도로 진입, 태박으로 달라다 왼쪽으로 틀면 덕풍계곡 입구인 풍곡리가 나타난다. 매표소에는 250대는 주키시킬 수 있는 넓은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매표소를 지나 덕풍마을까지는 걸어서 1시간10여분 거리이다. 계곡 내에서는 '모두 버려야 갈 수 있다'는 버릿교, '부추가 많이 나는 곳'이라는 부추밭교, '칼등처럼 모가 나고 갈라져 있다'는 칼등모리교 등 재미난 이름의 다리들이 놓여 있다. 출렁다리가 없어지긴 했지만 풍치는 옛날 그대로 살아있다. 계곡 사이로 늘어뜨린 예쁜 칼단풍을 보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니 물속에는 산천어와 버들치기가 눈에 띈다. 해질 무렵이면 물위로 튀어오르며 노니는 5∼8㎝ 크기의 물고기들을 만날 수 있다. 덕풍계곡은 덕풍마을에서 합수되는 용소골, 문지골, 괭이골, 보리골이 합수되어 흐르기 때문에 수량이 마르지 않는다.
협곡이 이어지다 갑작스레 탁트인 벌이 나타난다. 덕풍리, 산으로 에워싸인 가운데 현재 10여가기고 띄엄띄엄 살고 있다. 이 마을은 이지함이 가뭄과 흉년으로 종자가 귀해지면 찾아가서 구하라던 '삼풍'(풍곡, 삼방, 덕풍)지 가운데 한 곳이다. 정감록에는 임진왜란 때부터 피난지로 나와 있고 6·25전쟁도 몰랐을 정도의 오지마을이다. 이 마을에서 민박하고 냇가에서 천렵하는 것만으로도 도시탈출의 기쁨은 충분할 것 같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올라가는 용소골과 오른쪽의 문지골은 뛰어난 비경을 자랑한다. 특히 용소골로 오르는 길에 물과 기암절벽, 단풍, 소(沼)가 이루어낸 수상교향곡은 한동안 마음을 빼앗는다. 제 1용소까지는 그런 대로 오를 수 있으나 둘째, 셋째 용소는 자일 등 등산장비를 갖춰야 한다. 좁고 길다란 골에는 맹렬한 기세의 물줄기가 흐른다.
제 2용소를 지나 약 1시간 정도 오르면 큰터골로 이어지는 작은 계곡이 왼쪽으로 열린다. 암갈색 암반과 물길이 뚫고 길을 열어 한 모퉁이 돌아가니 또다시 거대한 협곡지대가 나타난다. 큰 물이 질 때 상류에서 떠내려온 크고 작은 돌들이 암반을 깎아냈고, 그 누적된 침식이 마치 인공수로처럼 좁고 깊은 골과 웅덩이를 만들어 놓고 있다. 덕풍리에서 4시간 30분 정도 산행하면 용소골의 막장 지점인 제 3용소에 이른다.
여기서 작은 당귀골을 따라 희미하게 나 있는 왼쪽 길로 올라야 한다. 오른쪽에는 좁지만 제법 긴 폭포가 이어진다. 계곡 측면을 거슬러 점차 가파라진 길을 2시간 정도 힘겹게 오르니 응봉산 정상이다. 서북쪽으로 용소골과 덕풍쪽 저지대, 맞은편 묘봉, 중봉으로 이어지는 겹겹의 산과 파란 하늘이 눈앞에 펼쳐진다.
◇ 가는길
자가운전자는 영동고속도로를 이용, 강릉까지 간 다음 동해안 일주도로로 갈아타고 비릿한 바다 냄새를 맡으며 삼척까지 간다. 원덕읍에서 416번 지방도로로 진입, 태백으로 달리다 왼쪽으로 틀면 된다. 빠듯한 일정이라면 중앙고속도로로 제천에 이른 뒤 38번 국도로 갈아타고 영월을 거쳐 595번 지방도로로 태백에 이르러 41번 지방도로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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