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희망' 봄 날의 연극
연극이 쏟아지는 4월이다. 놓치면 아까운 봄 날의 연극들을 소개한다.
■ 인연이 만들어지는 공간과 시간, 그리고 깨달음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
2011년 서울연극제 대상 수상작이다.
극단 이루는 극단 연우무대에서 활동하던 젊은 연극인들에 의해 2004년 창단된 단체. 그들의 작품세계는 인간관계 그 속에 존재하는 '사람'을 지향점으로 한다.
경주를 배경으로 "경주 시리즈 '사람과 사람' 3부작"을 선보인다.
1부 부자(父子)관계를 그린 <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 > ,
2부 나와 남에 대한 관계 < 감포 사는 분이, 덕이, 열수 > 에 이어 제 3부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는 가깝고도 먼 부부(夫婦)의 이야기를 다룬다.
2012 서울연극제 참가작, 극단 가변 '햄릿 이야기'
작품은 경주 외곽을 배경으로 50년을 회로한 어울리지 않는 노부부, 이웃의 서면댁 부부, 이혼을 앞둔 노부부의 아들이 바라보는 '인연'의 의미를 연극적으로 그려낸다.
'아들'이 바라보는 부부의 모습과 그 모습에 반추하여 보게 되는 자신의 부부 모습을 통해 자신의 정체와 타인과의 만남, 즉 인연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는 게 주 내용이다.
인연이 만들어 가는 시간 속에서 느릿 느릿, 때론 소소한 재미거리를 던져주며 진행되는 극 전개 방식이 관객들 마음에 파문을 던진다. '조용한 감동'이 뭔지 배우 우미화, 박용수의 연기가 증명한다. 15일까지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연극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
■ 눈이 아닌 피부를, 나아가 가슴을 압도하는 연극 '서글퍼도 커튼콜'
'2011 봄 작가, 겨울 무대'의 네 개 작품 중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서글퍼도 커튼콜'이 새 옷을 입었다. 벼랑 끝에 서 있는 세 인물들이 좁고 허름한 카페 '커튼콜' 안으로 숨어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번 앙콜 공연에서 '그림자'라는 역할이 새로 투입 돼 세 인물들의 내면적 이미지가 보다 구체적으로 그려졌다.
'그림자' 역할이 투입될 거라는 소식에 '보다 스타일리쉬한 연극'을 표방하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들었느나 막상 무대에 오른 연극은 원작의 색을 헤치지 않으면서 담백하게 진행됐다. 뒤편에 자리한 화사한 정원으로 인해 극 전체가 보다 따뜻해진 점도 반가웠다.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오유경 연출은 "초반 비쥬얼적인 부분으로 가려고 했던 부분을 많이 쳐 냈다"며 "연극을 위해 무용적 이미지는 많이 절제했다"고 밝혔다.
연극 '서글퍼도 커튼콜'에선 두 번의 커튼콜을 만날 수 있다. 즉 연극 속에서 반지와 정란의 의식속에서 치러지는 커튼콜과 실제 연극의 막이 내린 뒤 만날 수 있는 커튼콜이 바로 그것이다. 두 번의 커튼콜 안에서 누군가의 가슴은 뜨거워졌고, 누군가의 눈엔 눈물이 맺혔다. 그렇게 '서글퍼도 커튼콜'은 연극 속에서 안마받은 기분이 뭔지 알려준다. 4월 15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 당신이 당신에게 보내는 작은 위로의 목소리, '위기의 여자'
지금까지의 '위기의 여자'에서는 현모양처인 주인공 모니끄가 뻔뻔스런 남편의 외도로 최악의 비극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었다. '2012, 위기의 여자'에서 모니끄의 고통은 남편의 배신이 아닌 자기 자신의 허상을 깨닫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었다.
따라서 인간은 대자적 존재라고 말하는 보부아르의 철학에 따라 그녀의 분신인 모니끄2와 대립하고 위로하며 자기 극복의 과정을 슬프고도 아름답게 그려나간다. 또한 작지만 성적 소수자에 대한 따뜻한 손길을 느끼게 한다.
'선돌에 서다' 시리즈로 무대에 오르는 극단 자고이래 창단 연극 '위기의 여자'는 정식으로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했고, 기존 시중에 나도는 책이 아닌 원문을 따로 번역해 참고함으로써 원 작품에 대한 이해를 충실히 했다. 믿었던 남편의 충격적 고백에서부터 모니끄가 당당하게 자신의 문으로 향할 때까지 무대 위의 첼로는 그녀가 펼쳐 보이는 다양한 감정들을 현의 울림으로 들려준다.
영화와 연극을 넘나들며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켜온 배우 전소현이 자신을 마주하며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우리시대의 모니끄 역을 맡았다. 미드 '위기의 주부들'속 톰의 목소리로 잘 알려진 성우 임진응이 삶의 공허함과 아내에 대한 애증으로 갈등하는 모리스 역으로 무대에 돌아온다. '2012, 위기의 여자' 연출가 김연진은 " 따뜻한 위로의 손길로 관객을 어루만지는 무대가 될 것이다."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29일까지 대학로 선돌극장.
■ 국내 연극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2012 서울연극제
서울연극협회(회장 박장렬)가 주최하고 서울연극제집행위원회가 주관하는 '2012 서울연극제' 가 오는 4월 16~5월 13일 까지 30여 일 동안 대학로일대의 5개 공연장에서 열린다. 공식 참가작 9편, 기획초청작 4편, '미래야 솟아라' 5편, 자유참가작 9편 등 총41개 작품이 공연된다.
무인도에 불시착한 남자와 여자의 관계를 통해 삶의 근원적인 희망과 살아감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그리고 또 하루'(극단 연우무대, 안경모 연출), 작년 '사라-0'로 서울연극제에서 무대예술상을 수상한 이성구 연출 특유의 미학적인 감각으로 극중 햄릿의 동심 세계를 시각화 하는 데에 중점을 둔 '햄릿이야기'(극단 가변), 우리가 기억하는 타인의 모습, 타인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나의 모습을 그릴 연극 '용팔이'(극단 로얄씨어터, 윤여성 연출), 잡으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부귀를 얻는다는 기름고래에 광적인 선원들의 환상 속에서 우리들의 자화상을 발견하게 되는 연극 '기름 고래의 실종'(극단 죽죽, 김낙형 연출)등이 대기 중이다.
주목받는 작가 이해성과 색깔있는 연출 김승철이 만나 50년만에 새롭게 부활한 신명순 원작의 '전하'는 극단 아르케에 의해 '전하의 봄'으로 탄생했다.
'소통과 희망' 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2012 서울연극제' 기간 동안 40대 이상의 명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아 그들이 출연했던 작품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역할과 독백 대사, 그리고 이와 관련한 진솔한 얘기를 듣는 "제1회 배우 100인의 독백 - 모노스토리"(4월 23일, 4월 30일, 5월 7일)도 대학로 서울연극센터 로비에서 만날 수 있다.
2012년 4월 10일
KARP 대한은퇴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