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외환위기 회상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남기고 싶은 이야기’에 연재되던 이헌재 전 부총리의 회고록이 『위기를 쏘다』(중앙북스, 396쪽, 1만8000원)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됐다.
‘이헌재가 전하는 대한민국 위기 극복 매뉴얼’이란 부제가 붙었다.
책에서 전하는 가계부채 대책은 ‘지금 금융 당국은 경직돼 있고, 탄력적인 대응을 못한다. 너무 죄거나 풀지 않되 연착륙의 묘책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리스 사태를 지켜보면서 외환위기 당시 외채협상에 대한 소회를 밝히기도 한다.
그리스를 보면서 사람들이 묻는다. ‘그때 우리는 왜 그렇게 일방적으로 당했나’ ‘그리스는 우리랑 다른 게 뭔가’. 그리스는 국제금융계 생리를 안다. 그러니 배짱도 부린다. 돌이켜보면 우리도 모라토리엄(지불유예선언)을 각오해야 한다. 당시 그런 주장도 하고, 계산도 해봤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는 ‘금리 불문, 어떻게든 갚는다’ 쪽으로 외채협상 가닥을 잡았었다. 복기해 보면 아쉬운 부분이라고 회고한다.
그리스는 유로존 위기의 중요한 고리다. 세계 경제(GDP)의 1%도 안 되는 그리스 총선을 머나먼 아시아의 한국 경제관료가 밤새 지켜봐야 하는 것도 이래서다. 과연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그리스만큼 주목받는 대상이었는지 갸웃거리는 이들도 많다.
그래도 저자의 말에 공감을 표하는 이들이 꽤 많을것으로 예상한다. 외환위기를 같이 당했지만 정반대의 길을 갔던 말레이시아도 있었으니까. 개방화와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독자생존의 길을 택했던 말레이시아도 외환위기를 극복했다.
저자는 스스로를 ‘용병 소병대장’이라고 표현한다. 금감위원장과 재정경제부 장관으로 일한 2년 반 동안 DJ를 독대한 것은 꼭 한 번뿐이었다. 그래도 저자는 끌까지 날 기술자로 대했던 DJ이지만 국정 운영엔 본받을 점이 많았다고 회고한다.
2012. 6. 26
karp 대한은퇴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