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빚은 늘어도 소비행태는 명품고집
국제컨설팅업체 매킨지는 최근 1년간 명품 구매에 최소 100만원을 지출한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명품을 갖는 것은 예전처럼 특별한 일이 아니다"라는 말에 동의한 소비자가 지난해 21%에서 올해 45%로 증가했다고 소개했다. 명품 구매를 일상적 소비로 여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루이뷔통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올 상반기에 44%의 신장률을 기록하는 등 명품 매출은 46% 증가했다.
수입차 판매량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1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스포츠카의 대명사 포르셰는 올 들어 1096대가 팔려 지난해 한 해 판매량 705대를 이미 넘어섰다. BMW는 10개월간 누적 판매량이 2만565대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3% 증가한 수치다.
한국 국민들의 소비행태는 휴일 고속도로와 유명 패밀리레스토랑을 보면 알 수 있다. 수도권 고속도로는 늘 행락객들로 몸살을 앓고, 유명 음식점은 빈자리를 찾기 어렵다. 자녀 교육에 대한 집착 또한 대단해 2010년 한국의 초·중·고교생 사교육비는 20조8718억원에 이른다. 2003년 13조6484억원보다 7조원 이상 증가했다.
최근까지 "빚을 내더라도 집을 사면 손해보지 않는다"가 대세였다. 늘 집값이 대출액보다 더 뛰었기 때문이다. 거품이 끼여도 상호 상승작용이 이어졌다. 집값이 오르면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수요는 계속 늘었다. 한국은행 집계 결과, 국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435조원으로 이 중 66%(289조원)가 주택담보대출이다.
특히 집값이 오르고 있는 지방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은 2010년 7월 이후 수도권을 앞질렀다. 올해 들어 은행이 가계대출을 옥죄고 있지만 주택담보대출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물가와 주거비 상승으로 생활자금 성격의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하고 있다. 제2금융권과 카드론, 대부업체 등 고금리 대출도 늘어나는 추세다.
저성장 시대가 도래하면 이런 소비패턴으로는 정상적인 삶이 불가능해진다. 집값은 폭락하고, 소득은 줄어들게 된다. "빚내서라도 자식농사는 잘 짓겠다"를 고집하다가는 자식농사는커녕, 가계가 파탄에 이를지도 모른다.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여겨지는 가계부채는 지난 6월 말 현재 876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렇다고 소비를 무조건 줄일 수도 없다. 소비는 성장의 한 축이다. 소비마저 줄일 경우 저성장이 아닌 마이너스 성장으로 악화될 수 있다. 과도한 소비는 줄이되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저축률을 끌어올려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내놓은 자료를 보면, 올해 한국 가계의 저축률은 3.5%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OECD 국가들 평균인 7%의 절반 수준이다. 1988년 한국 가계의 저축률은 24.7%였다. 적절한 소비와 이를 통해 조성된 저축으로 투자를 늘리는 방안으로 저성장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전문연구위원은 "소득은 줄어드는데 기존의 소비를 유지하려다보니 부채가 늘고 있다"면서 "저성장 시대를 대비해 무의식적으로 지출해왔던 소비를 가능한 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2011. 11. 17.
KARP 대한은퇴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