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최근 한 민간조사에선 화장품 허용 기준치(0.01% 이하)의 3배 이상의 보존제(메칠이소치아졸리논)가 영유아용 물티슈에서 검출됐다. 메칠이소치아졸리논은 주로 샴푸와 세제, 화장품 등에 쓰이는 항균용 화학방부제인데, 농도가 기준치를 넘으면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다.

미국 메이요클리닉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주로 세제, 화장품 등의 항균제로 쓰이는 이 성분은 기준치를 넘어서면 피부 화상이나 세포막 손상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심각한 경우 신경세포를 줄이거나 암을 일으키는 사례도 의료계에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암연구기구(IARC)는 메칠이소치아졸리논을 인체에 암을 유발하는 유력 발암물질로 정의하고 있다.

이런 화학물질로 아기의 입 주변이나 장난감을 닦으면 뭐든지 입으로 물고 빨곤 하는 영유아들의 몸안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 게다가 이 성분은 지난해 임산부와 영유아를 미확인 폐질환으로 사망케 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기도 해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반대로 곰팡이가 핀 물티슈는 피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런데도 시중에 판매되는 영유아용 물티슈 가운데 이처럼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사례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법·제도의 허점이 크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은 영유아용 물티슈를 화장품으로 간주, 품질을 관리하는 데 반해 국내는 세제와 같은 공산품으로 간주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만 해도 영유아용 물티슈를 감독하는 기관이 식품의약국(FDA)인 반면, 국내는 공산품을 감독하는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이 맡고 있다. 정작 보건 당국인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면역성이 약한 영유아의 피부 건강이 위협받는데도 두 손 놓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보건 당국의 승인 절차를 밟지 않아도 영유아용 물티슈를 누구 나 쉽게 제조, 유통할 수 있다.

영유아용 물티슈 제조사의 직원 수가 5명 안팎인 영세업체 들이 난립하고 있어 품질 검사를 제대로 하는 곳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국내도 원료와 수질은 물론 개발, 생산, 유통 등 전 과정에 걸쳐 화장품에 준하는 CGMP(Cosmetics Good Manufacturing Practice· 미국 FDA의 화장품 및 의약품 품질관리 기준) 인증을 받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국내 영유아용 물티슈 제조사 중 CGMP 인증을 받은 곳은 에이제이 등 2개사에 불과하다. CGMP 인증을 받으면 매년 각종 기준 준수 여부를 정부에 보고하고, 3년에 한 번씩 사후관리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영업정지 등 심각한 처벌을 받게 된다.

이와 관련, 기술표준원은 지난해 12월30일 '자율안전확인대상공산품의 안전기준 개정 입안예고'를 통해 주요 성분을 표시하고 화장품 허용치에 준하는 보존제만 허용키로 했으나 상대적으로 허술한 자율안전기준이어서 예방대책으로 한계가 있어 식약청 등 보건 당국 차원의 근본적인 규제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12. 3. 8

대한은퇴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