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용컵 보증금 50원의 행방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6-05-08 오전 9:21:00
[쿠키 사회] 커피 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1회용 컵으로 음료를 사갈 때 내는 컵 보증금 50∼100
원. 지난해 1년간 1회용컵 8725만개가 사용돼 69억900만원이 보증금으로 지불됐다. 이 중 고객이 컵을
반납하고 다시 찾아간 돈은 21억5200만원으로 약 31% 수준이다. 47억5700만원이 1회용 컵을 사용한 대가
로 고스란히 각 업체 계좌에 귀속됐다. 이 돈은 어디로 갔을까.

◇컵 보증금 왜 받나=자원낭비와 환경오염의 원인인 1회용 컵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다. 패스트푸드 업
체 7곳, 커피전문점 24곳 등 모두 31개 업체는 2002년 10월 환경부와 ‘1회용품 사용 줄이기 자발적 협
약’을 체결했다. 협약을 맺은 업체는 미환불 컵 보증금을 자체적으로 환경운동 등 공익 목적에 사용한
뒤 사용내역을 환경부에 보고하고, 홈페이지를 통해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 자발적 협약이어서 강제사
항은 아니지만 세차례 이상 공시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협약은 해지된다.

◇협약 참여 업체=협약 체결 업체는 모두 31곳이었다. 패스트푸드 업체로는 롯데리아, KFC, 파파이스,
버거킹, 하디스, 맥도날드(신맥·맥킴) 등 7곳이 참여했다. 커피전문점은 스타벅스, 로즈버드, 리치빌,
바네쏘라비아, 블랙펄, 스위트번스, 스트라다, 씨애틀즈베스트커피, 씨티오브에스프레소, 에스프레소
6230, 이디야, 잇츠 에스프레소, 카페네스카페, 카페900, 커피빈코리아, 카페 토르토니, 토티올리, 프라
우스타, 할리스, 후에버, 자바, 쿠벅, 레이니어, 세가프레도 등 24곳이다.

이 중 12곳과의 협약이 해지됐다. 하디스, 에스프레소6230, 토티올리, 쿠벅 등 4곳은 자진 해지했고 블
랙펄, 스트라다, 씨티오브에스프레소, 잇츠 에스프레소, 카페900, 카페 토르토니, 후에버, 세가프레도
등 8곳은 세차례 이상 미환불 보증금 지출내역을 보고하지 않아 강제로 해지됐다.

반면 2003년 6월 베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탐앤탐스, 파스쿠찌, 뚜레쥬르, 커피 비너리 등이 새로 협
약을 맺었고, 2004년 12월 자바씨티, 지난해 6월 크리스피크림이 참여하면서 현재 모두 26개 업체(27개
브랜드)가 협약에 가입돼 있다.

◇미환불 보증금 어디에 쓰였나=고객이 6개월 이상 찾아가지 않는 보증금은 각 업체가 알아서 환경 관
련 사업에 쓰게 된다. 환경부는 자발적 협약 지침을 통해 ‘1회용품 쓰레기 줄이기 및 재활용 촉진 관련
사업’에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권장했다. 또 환경상품 제공 등 고객환원사업, 환경보호 홍보 및 행
사, 환경미화원 자녀 장학금 지급, 환경단체나 연구기관 지원 등에 쓸 수 있다.

2004년 전체 미환불 보증금 중 각 업체가 다 쓰지 못하고 이월한 금액은 27억7200만원이었다. 여기에
2005년 적립된 미환불 보증금 47억5700만원을 합해 모두 75억2900만원이 지난해 각 업체가 환경사업에
쓸 수 있는 돈이었다. 그러나 이 중 46억9200만원만 사용되고 나머지는 다시 올해로 이월됐다.

미환불 보증금이 가장 많이 사용된 곳은 환경 홍보물 제작. 절반이 넘는 26억6983만원이 쓰였다. 롯데리
아는 환경캠페인 CF를 제작하는 데 3억1783만원을, 방영하는 데 18억9498만원을 썼다. 파파이스 역시 재
활용 캠페인 홍보물 제작에 5930만원을 사용했다.

전체의 25%인 12억9904만원은 고객에게 환경 관련 물품을 통해 되돌려졌다. 스타벅스는 3억1063만원을
들여 장바구니와 환경노트, 커피배양토 화분을 각각 10만개씩 만들어 배포했다. 버거킹은 재생용지로 노
트와 포스트잇, 달력을 만들어 배포하는 데 1억6305만원을 지출했고, KFC도 7000만원으로 환경노트를 제
작·배포했다.

환경미화원을 격려하기 위해 환경미화원 자녀에게 장학금도 지급됐다. 전체의 14%인 7억3351만원이 여기
에 쓰였다. 대학생에게는 200만원, 고등학생에게는 100만원씩 지원해주고 있다. 전체 환경미화원의 13%
가 이 장학금 혜택을 받았다. 롯데리아는 지난해 환경장학금으로 5억원을 지출했다.

나머지 금액은 환경관련 행사비로 쓰거나 환경단체에 기부됐다. 맥도날드는 환경 마라톤, 지구의 날 마
라톤 지원비로 6000여만원을 썼고 스타벅스는 친환경상품 전시회에 3620만원의 기부금을 냈다.

◇실망스런 사용내역 공개=각 업체는 미환불 보증금 사용내역을 반년 단위로 정산해 해마다 1월과 7월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한달 이상 공개해야 한다. 또 환경부의 요구가 있을 때마다 관련 자료를 제출토
록 하고 있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자율 협약이지만 보증금의 성실한 집행과 내역 공개는 환경부담금을
내는 소비자에 대한 의무다.

그러나 현재 환경부와 협약을 맺고 있는 27개 브랜드 중 홈페이지를 통해 사용내역을 공개하고 있는 곳
은 롯데리아, KFC, 파파이스, 버거킹, 맥도날드, 스타벅스, 커피빈, 할리스, 자바씨티 등 9곳 뿐이다.
이 중 커피빈 등 일부는 자세한 금액을 공지하지 않고 사용처만 간단히 알리는 정도다.

프라우스타는 홈페이지를 새로 만드는 중이고 파스쿠찌는 7월에 홈페이지를 오픈한다. 리치빌은 자체 홈
페이지를 롯데삼강 홈페이지로 흡수하면서 홈페이지가 사라졌다. 던킨도너츠는 “지난 3월 각 매장을 통
해 미환불금 사용 내역을 홍보물로 배포했다”고 밝혔고, 뚜레쥬르 역시 각 매장에서 안내문을 통해 공
지했다고 말했다.

베스킨라빈스, 까페 네스카페, 탐앤탐스, 이디야 등 4곳은 사용내역을 홈페이지에 올려야 하는지 몰랐다
고 했다. 이디야 측은 “환경부 교육도 받고 공문도 받아보고 있지만 홈페이지에 게시하라는 얘기는 없
었다”고 말했다.

자바는 2003년 7월과 11월 두 차례 공개한 적이 있으나 이후에는 홈페이지에 올리지 않고 있다. 자바 관
계자는 “담당자가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을 깜빡한 모양”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6월 협약을 체결한 크
리스피크림은 아직 컵 보증금이 많이 모이지 않아 사용한 적이 없다고 했고, 스위트번스는 지난 1월 운
영업체가 바뀌면서 새로 정산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씨애틀즈베스트 커피는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사
람이 따로 없어서 올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환경부에 미환불금 사용내역을 제출하지 않은 업체도 있다. 지난해 상반기 자료를 내지 않은 후에버, 카
페 토르토니, 크라운 베이커리는 3회 이상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협약이 해지된 상태다. 크라운 베이커
리는 “매장에서 1회용컵을 사용하지 않아 협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씨애틀즈베스트 커피, 커피 비너리, 파스쿠찌 등 3개 업체는 지난해 하반기 사용내역을 환경부에 제출하
지 않았다. 파스쿠찌는 “환경부에 자료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지난달에 뒤늦게 제출했다”
고 해명했다.

◇컵 보증금 제도 문제점=컵 보증금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업체들의 미환불금 사용내역이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1회용품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자발적으로 참여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억지로 자료를 공개토록 할 수는 없다”며 “의무사항을 지키지 않는 업체와는 협약
을 해지한 뒤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1회용품 사용 억제 규정을 지키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1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시행된 제도가 오히려 1회용품을 늘리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자원순환사회연대
가 지난 3월 조사한 결과 서울 시내 패스트푸드 매장 13개 중 4곳(31%)만 다회용컵을 사용하고 있었고
커피전문점의 경우는 22개 매장 가운데 11곳(50%)이었다. 1회용컵 판매량도 2003년 상반기 2901만개에
서 지난해 하반기 4772만개로 크게 증가했다. 컵 보증금이 일종의 ‘1회용품 사용 면죄부’ 역할을 한다
는 지적이다.

자원순환연대는 “제도 시행의 긍정적인 취지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제재조치가 없는 자발적 협약 때문
에 오히려 1회용품이 무분별하게 양산되고 있다”라며 “형식적인 협약 대신 위반시 패널티를 적용할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부에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면 자발
적 협약의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컵 보증금 사용내역이 사실인지 감사하는 통로가 없다는 점과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업체가
컵 보증금을 받아 챙길 수 있다는 점, 보증금 환불 과정이 불편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국민일보 쿠키뉴
스 유지은 기자 her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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