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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연구 | 라이프스타일 변화
최근 롯데백화점의 명품관 에비뉴엘(Avenuel)의 오픈을 계기로 럭셔리 백화점의 성장이 가속화하고 있 다. 백화점들의 고급화 전략의 배경은 전체시장의 상위 1%를 차지하는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 소비층의 증가로 인한 높은 판매마진 때문이다. 이는 ‘상위 20%가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 다’는 이탈리아 경제학자 파레토의 법칙을 실현하려는 것이다. 또한 고급 백화점을 이용하는 소비자들 은 다른 쇼핑몰과의 차이점을 느끼며 ‘나는 남과 다르고 싶다’라는 심리적 관점에서 출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부자 혹은 부유층에 대한 사회학적 정의를 살펴보면, 다른 개념들과 달리 사회적 구조에 기인한다. 즉 부유층을 구분할 수 있는 가장 우선적인 조건은 사회계급인데, 그 중에서도 대체로 상류층이나 중·상류 층을 부유층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높다. 사회계층이 포용하고 있는 개념의 범위는 직업, 계급, 지위 및 권력의 4가지로 규정할 수 있다. 따라서 부유층은 높은 교육수준, 존경받는 직업 등을 가진 사람들로서 명성과 권력, 존경과 신망, 그리고 재력이 있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직업, 소득, 교육수준 등이 좋 아야 한다.
한국의 상류층이라고 할 수 있는 귀족의 변천사를 살펴보면 조선왕조의 붕괴는 한국 사회의 전면적 변화 를 가져와 구체적인 신분제 부정, 전통문화 부정으로까지 극단적으로 이루어졌고 이를 통해 귀족의 해체 를 가져왔다. 해방 이후 귀족은 신분사회의 파괴로 인해 귀족의 요소 중 경제적 측면만 남게 되었고 그 중심축은 기업가로 서구적인 생활을 지향하고 있다. 최근 들어 한국 사회에서 귀족적 요소들을 어느 정 도 갖춘 세력이 등장하였고, 해방 이후 경제력 위주의 자산가들과 2·3세대를 통해 사회에 지위를 형성 하고 문화적 자본을 축적하게 되었다. 따라서 한국의 사회계층도 직업, 소득, 학력 등의 요소가 밀접한 상관관계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부유층을 흔히 3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먼저 록펠러나 포드 같은 가문은 ‘조상 대대로 내려 오는 부자(Old Money)’ 혹은 ‘엄청난 계급’이라 일컫는데 주로 상속된 돈으로 생활한다. 이런 부유층 은 록펠러대학이나 휘트니박물관과 같은 불후의 명성을 주는 유형의 공공 서비스와 자선(慈善)의 역사 가 있어야 한다. 즉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부유층은 부(富)보다는 조상과 혈통 면에서 자신을 구분하는 경향이 있다.
두 번째로 ‘벼락부자(nouveau riches)’가 있는데 자수성가한 백만장자이지만 부유해지고 사회적 지위 가 변한 후에도 ‘과도 낭비자’ 집단으로 분류되며 지위불안 때문에 많은 염려를 한다.
세 번째로 고급 상품과 서비스에 흥미를 갖는 구매자로 부유한 정신 양식을 가진 자들이다. 이들은 대중 을 더욱 상류층 양식의 구매습관으로 이끌면서 유행을 정착시키는 사람들로서, ‘신성(新成·new grown- ups)’ 또는 ‘특별한 집단(get set)’이라는 용어로 구분했다. 이 집단은 미국 구매력의 70%를 차지하 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의미에서 부유층을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 FRB(Federal Reserve Bank)는 연간 소득 10만달러 이상 이면서 순자산이 상위 10%에 속하는 가구를 부유층으로 정의하였고 생명보험 마케팅 연구소(LIMA)는 금 융자산 기준으로 25만달러 이상인 가구를 부유층으로 정의하였다. 메릴린치와 캡제미니의 ‘세계 부 (富) 보고서’는 순금융자산 100만달러 이상을 부자로 정의하고 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조사에 따르면 앞으로 신흥 부유층(New Money)의 자산이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 고 한다. 여기서 신흥 부유층은 벤처 창업자, 전문직 종사자, 엔터테인먼트 종사자들을 일컫는데 이들 은 전통 부유층과는 확연하게 다른 특성을 보인다. 이들에게 과거의 부유층이 가지고 있는 보수적 생활 방식에 적합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신흥 부유층은 대부분 지식 근로자이 며 돈보다는 일을 통한 성취감을 중요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들과 같은 상위 1%를 겨냥한 소위 초부자(VVIP) 마케팅이 각광받고 있다. 종전에는 상위 10~20% 고객을 겨냥한 VIP 마케팅이 주목 받았다면 이제는 이들을 넘어 최상위 소비자를 겨냥한 맞춤 서 비스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VVIP는 취향이 까다로운데 패션을 문화상품이나 예술품으로 인식하며, 개 성 있는 명품과 소수만이 이용 가능한 서비스를 선호하며 자선활동에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인다. 이들 에게는 특정 제품에 대한 VVIP들의 소속감, 동류의식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며 남과 다른 제품의 소유 로 기쁨을 찾는 스놉(Snob) 효과를 활용해야 한다. 스놉형이란 독특성과 개성을 추구하는 소비행태를 보 이는데 제품의 선택과 구매가 상품의 독특성에 크게 좌우되는 유형의 소비자들로서 독특하거나 남들이 갖지 않은 물건이라면 값이 비싸더라도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이들이 가진 뚜렷한 특성은 모험적 성향이 높아 금융자산 투자에서 기꺼이 리스크를 감수하고 있 다. 신흥 부유층은 자유 분방함과 레포츠(Leports), 명품(Luxury)을 즐겨하는 ‘더블엘(LL)족’과 인터 넷 엘리트인 ‘예티(Yettie)족’, 소신과 개성을 중시하는 ‘보보스(Bobos)족’이 많다. 예티족은 젊고 (Young) 기업가적(Entrepreneurial)이며, 기술에 바탕을 둔(Tech-based) 인터넷 엘리트(Internet Elite) 의 약칭이고, 보보스족은 부르주아(Bourgeois)와 보헤미안(Bohemian)의 합성어로 정신적으로는 히피의 자유를 지향하면서 현실에서는 여피의 실리를 추구하는 디지털 시대의 엘리트다.
2004년 미국에서 럭셔리 제품 구매의사 결정시 참고하는 매체 선호도는 인터넷(44%), 신문기사(42%), 신 문광고(31%), TV광고(28%), 잡지광고(24%) 순으로 나타났다. 즉 미국의 부유층은 다른 어떤 사람보다 왕 성하게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구매한다.
이들은 2000년대 이후 인터넷과 벤처의 발달로 등장했으며 정보기술에 대한 높은 적응력과 높은 경제력 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제품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패턴을 보인다. 이들은 소득 수준이 높기 때 문에 불황 무풍주의로 통한다. 즉 원하는 제품은 가격에 구애 받지 않고 구입하는 강력한 구매력을 보인 다. 즉 무조건적인 근검절약이 아닌 계획적 이성 소비와 가격대비 성능이 좋은 제품이라는 객관적 합리 성을 넘어 ‘가격과 관계없이 내게 중요한 제품’이라는 소비 명분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판 보보스족이라 할 수 있는 코보스(Kobos)의 평균 연령은 30~40세이고 현재 6만~7만명 정도로 추산 되고 있다. 이들은 전반적으로 TV보다 신문을 많이 보고 여가를 중요시하며 ‘오뜨’ ‘네이버’ ‘노블 레스’ 등과 같은 럭셔리 매거진을 통해 명품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얻는다. 또한 이들은 직접적인 상 품광고보다는 회사 이미지 광고에 호감을 느끼고 티 안 나는 명품을 선호한다. 또한 정보기술에 민감하 여 인터넷 쇼핑몰에서 명품을 구입하며 시간에 대해 엄격하고 상당한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시간적 투 자를 줄여주는 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
한국 부유층의 3대 관심사는 건강과 가족에 대한 배려 그리고 안전이다. 부유층의 경우 자녀에 대한 열 정이 남다른데 자녀들을 남과는 다르게 키우고자 하는 욕구가 매우 높다. 최근 육아 시장에도 명품 바람 이 불고 있다. 저출산으로 가구당 자녀가 줄면서 하나밖에 없는 자녀에게만큼은 좋은 것 다 해주겠다는 부모의 심리가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즉 가격이 비싸더라도 가치가 있다고 판단 되면 기꺼이 구매하는 ‘트레이딩 업(trading up)’ 소비가 아동용품 시장에도 나타나고 있다.
자녀 교육 및 자녀에 대한 투자는 부유층 초미의 관심사다. 제일기획의 소비자 조사 결과 ‘자녀의 성공 은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라는 항목에 전체 응답자의 63.5%가 ‘그렇다’라고 대답했는데 고소득 층의 경우 72.0%로 평균치보다 10% 이상 높게 나타났다. 또한 코보스는 자녀에게 물고기도 주고 물고기 잡는 법도 가르친다고 한다. 즉 다양한 고기를 먹여주고 그 중 가장 먹고 싶은 고기를 만든 후 물고기 잡는 법은 알려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유층 부모들은 자녀가 국내뿐 아니라 세계 어디서건 부유층으 로 살아가길 바란다고 할 수 있다.
국내 부유층의 소비나 여가생활과 관련하여 각 가정에서 소유하고 있는 차량의 크기는 3500㏄ 이상 대 형 차량이 많으며 콘도 이용권, 골프회원권 및 호텔 헬스 이용권을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 로 하는 여가생활은 골프와 스키가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여행, 나들이, 운동, 음악회나 연주회에 가 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양의 부유층은 휴양이나 여가를 즐기고, 극장과 콘서트에 가는 것, 앉아서 일하 는 직업에 대한 보상으로 활동적인 것을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부유층은 1년에 평균 2회 정도 의 해외여행을 즐기고 좌석은 비즈니스석이나 일등석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유층의 소비성향을 살펴보면 과시소비나 유행추구형 소비행동에 ‘귀하신 몸’ 의식과 ‘체면의식’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부자의 과시적이고 시장을 선도하는 소비행동은 자기존중 감과 같은 기질적인 개인차 요소보다는 체면민감성이나 ‘귀하신 몸’과 같은 사회심리학적 요소들에 의 해 영향을 받는 것이어서 소비가 사회적 의미를 갖는 행동임을 보여주고 있다.
신흥 부유층은 기부문화에 있어서도 과거와 많은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 노미스트에 따르면 카네기 같은 과거의 전통적인 부유층은 빈부의 불균등을 해소하기 위한 의무적 자선 활동으로서 부의 사회 환원에 힘썼지만 정작 돈이 제대로 쓰이는지는 관심 밖이었는데, 기부에 대한 세 제혜택이 이 같은 경향을 부추겼다고 한다.
반면 신흥 벤처 자선가들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부, 자선에 치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 프트(MS)의 창업자 빌 게이츠와 이베이 창업자 오미디아르 등은 자선기부를 ‘사회적 투자’로 간주, 자 선활동에도 기업 경영처럼 경제성을 추구하고 있다. ‘주문식 기부’로 유명한 게이츠 재단은 전염병, 에이즈, 결핵 등 보건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부유층의 사회기부가 초점이 되고 있는데 전통적인 부유층인 경주 최부잣집은 12대 400년 에 걸쳐 만석꾼의 부를 유지하였는데 그 근간은 사회에 대한 재산환원을 통해 베푸는 삶을 실천한 참부 자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최근 삼성그룹의 8000억원 사회환원은 한국의 기부문화에 대해 새 로운 전기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부유층의 삶은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몸소 실천한 베풀 줄 아는 부자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차영란 수원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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