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니部長 출신 교장 “회사처럼 학교 경영”
홍보담당 따로 둬 기업·대학과 긴밀교류 방과후엔 현장 견학,
진로선택 정보제공 영어교사가 3분의1… 외국인 학생 몰려 [조선일보 김영진기자]
도쿄 도립(都立) 지하야(千早)고의 사토 요시타카(佐藤芳孝·56) 교장. 기자가 교장실로 들어서자마자
그가 “사진부터 찍자”고 말했다. 한국의 최고 신문에서 취재 나온 일을 학부모들에게 홍보하고 싶다
는 것이다. 주객(主客)이 전도된 느낌이었다. 사진을 찍고 나자 그는 수첩을 내보였다. 대학 이름이 빼
곡히 적혀 있다. 다이토분카(大東文化)대, 세이신조시(聖心女子)대, 야마구치(山口)대, 주오(中央)
대…. 진학 부탁을 위해 찾아야 할 곳들이다. “제가 키운 학생들이 내년에 처음 졸업합니다. 부모 된
심정이랄까요.”
사토 교장은 지난해 초 PR(홍보) 담당 교사도 별도로 지정했다. ‘학교도 기업처럼 이미지 관리를 해야
한다’는 철학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그는 인터뷰 내내 “지금 ‘스쿨 마케팅’을 실험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2004년 지하야고 초대 교장에 오른 사토 교장은 대기업 간부 출신이다. 소니에서 기술총괄부장으로 일하
며 전 세계 방송사를 상대로 프로그램 지원 등을 담당했다. 사토 교장이 보수적인 일본에서 고교 교장까
지 오른 것은 2000년 1월 학교교육법 개정이 가져온 결과다.
학교교육법 개정의 핵심 가운데 하나가 ‘민간인 출신 교장제’ 도입이다. 교육자 출신이 아닌 외부 수
혈을 통해 학교 현장에 자극을 주자는 긴급 처방이었다. 당시 교원 자격증이 없는 민간인 출신 교장 6명
이 선발됐다.
이 ‘신선한 바람’이 인정을 받으면서 민간인 출신 교장은 2002년 20여명으로 늘었다. 사토 교장을 비
롯해 히타치(日立)·닛산(日産)자동차 등 기업체 간부들이 가장 많았고 은행 간부 출신도 포함됐다.
사토 교장은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소니에서 정년(55세)을 4년 앞뒀던 2001년 도쿄 교육위원회가
내건 세 가지 조건을 보고 ‘이게 바로 내가 갈 곳’이라는 확신을 가졌다”고 회고했다. 세 가지 조건
은 55세 정도 나이에 경영을 해본 경험이 있는 ‘터프’한 사람이었다.
교장에 발탁된 그는 2년간 학교 설립 준비 과정을 거쳐 상업학교인 지하야고를 출범시켰다. 그 사이 사
토 교장은 대학으로, 기업으로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소니에서 20여 년간 쌓아둔 네트워크를 풀가동했
다.
기업 실무자와 대학 교수들을 대거 무료로 초빙해 학생들을 상대로 비즈니스 특별 세미나를 열었다. 소
니에서는 매년 세 차례 ‘집단 실무자 특강’을 해주기로 약속했다. 회계와 기업 경영 등 교실에서는 접
할 수 없는 특강은 곧바로 학생들을 사로잡았다.
‘방과 후 견학’은 지하야고의 인기 프로그램이 됐다. 학생들이 가보고 싶은 기업을 정하면 실제로 그
회사를 찾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1년간 지하야고 학생이 찾아간 기업은 통신업체인 NTT, 소니 플라자
(수입업체), 야마토(大和·운송회사), 시세이도 미용학교, JTB(여행사) 등 20곳에 이른다.
사토 교장은 “학생들에게 진로를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좋고 기업에 우리 학교와 학생들을 소개
할 수 있으니 내 입장에서는 일석이조(一石二鳥) 마케팅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는 3년간
특별 테마 강좌도 실시한다. 마케팅, E-비즈니스, 이(異)문화 이해 등 3부로, 모두 외부 강사가 맡는다.
진학을 위해서는 차별화된 교육법을 쓰고 있다. 학급을 쪼개 교사당 학생 수를 줄이고 상·중·하로 능
력별 수업을 진행한다. 여름방학 때는 학원 강사를 불러 일본어·영어·수학 등 주요 입시 과목을 싼 값
에 강의하도록 하고 있다.
비즈니스의 기본을 ‘영어’라고 생각하는 사토 교장은 교사 30명 중 10명을 영어교사로 채용할 만큼 영
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외국인 학생에게도 문호를 개방해 한 학년 학생 210명 중 30명이 외국인이다.
파키스탄 출신 사디아(Sadia·고2)양은 “영어와 비즈니스를 체계적으로 가르쳐주고 자유롭게 영어로 대
화할 선생님이 많다고 해서 왔다”고 했다.
지하야고는 미국의 그린빌 칼리지(Greenville College)와 스코틀랜드의 세인트앤드루스대(University
of St. Andrews), 웨일스의 웨일스대(University of Wales, Bangor), 아일랜드의 더블린대(University
of Dublin) 등 4개 유명 외국 대학과 제휴해 내년부터 우수 학생들을 유학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교사들은 “교장이 교장실에 없어서 찾아 보면 학생들과 대화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며 ‘자리
에 가만히 앉아 있지 않는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돌아서려 할 때 사토 교장이
기자를 향해 물었다. “뭔가 특별한 학교를 만들어 볼까 하는데 좋은 아이디어 없나요?”
(도쿄=김영진기자 [ helloji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