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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섬 할아버지’ 숲이 되다 입력: 2006년 03월 06일 22:15:01 : 3 : 0 반평생을 숲 가꾸기에 헌신해 오늘의 ‘남이섬’을 일궈낸 한 은행가가 남이섬 숲에 잠든다. 지난 5일 세상을 떠난 고 민병도씨(90)의 유족들은 40여년간 정성을 바쳐 남이섬을 가꾼 고인의 뜻을 기려 오는 8 일 유골을 화장해 절반은 청주 선영에 모시고, 나머지 절반은 고인의 손때가 묻은 남이섬 숲에 봉분없 이 안치하기로 6일 결정했다.
남이섬의 녹지비율을 2배 이상 높여 ‘생태섬’의 특성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남이섬을 관리하고 있는 (주)남이섬측도 “고인의 호를 딴 남이섬 내 정원 ‘수재원’에 동상을 세우고 올해부터 5년간 식목일마다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 이후 섬의 상징이 된 메타세쿼이아를 100그루씩 심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인은 1965년 한국은행 총재직을 그만두면서 퇴직금 등을 모아 남이섬을 사들였다. 경춘가도를 달리다 가 강에 떠있는 반달 모양의 섬에 마음을 빼앗긴 것이다. 육지였다가 청평댐이 완공되면서 섬이 된 이곳 에 나룻배를 타고 들어가 잣나무, 전나무, 백자작나무, 능수벗나무 등을 심었다. 잔디밭을 가꾸어 9홀짜 리 골프장도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천혜의 자연을 ‘놀고 즐길’ 요량으로 꾸민 게 잘못이었다고 뉘우쳤다. 손자 경혁씨는 “숲을 아름답게 가꿔 후세에 물려주자며 1년 뒤 골프장을 치우고 나무 심는 데만 주력하셨다”고 전했 다. 3년 뒤에는 경기 수원 서울농대 수목원에 찾아가 메타세쿼이아 묘목을 가져다 심기 시작했다.
숲을 꾸미는 데는 한국은행 근무시절, 미 군정청 재정담당관 자격으로 만나 동생처럼 지낸 천리포수목원 의 고 민병갈 원장이 조언자 역할을 했다. 고인이 심은 묘목은 어느덧 아름드리 나무로 자라 13만평 섬 을 가득 채우며 대학생 등 젊은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천연기념물 미선나무와 백진달래 등 300여종 의 나무 가족과 청설모, 다람쥐가 뛰놀고 지난해에는 천연기념물인 크낙새도 발견됐다.
고인은 임종 열흘 전인 지난달 23일 남이섬을 마지막으로 찾았다. 그는 ‘한류 열풍’으로 손님이 북적 대는 섬을 보며 마음에 걸린 게 한가지 있었는지 (주)남이섬 강우현 사장에게 더듬더듬 한마디를 남겼 다. “섬 숲에 새가 많았으면 좋겠다. 개발을 하지 말고 꽃과 나무를 잘 가꿔라.”
〈김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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