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범 거리 활보… 피해여성 평생 고통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6-02-21 오전 9:32:00



솜방망이 처벌이 성폭행 부른다
성범죄자 명단 공개는 1년 2차례로 제한
팔찌부착도 인권침해 논란으로 진전없어



[조선일보 조의준, 정아연 기자]

“아침에는 큰딸을, 오후에는 작은 딸을… 그게 인간입니까?”

김은성(가명·51)씨는 지옥에 살고 있다. 두 달 전 은정(가명·15)이와 현정(가명·14)이 두 딸이 겪은
고통을 알고 나서부터다. “진짜 나쁜 놈, 나도 저렇게 당했는데….” TV에서 성폭력 장면을 보던 현정
이가 무심코 던진 말이 시작이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김씨의 끈질긴 설득 끝에 두 딸은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이야기를 시작했다.

◆활보하는 인면수심(人面獸心)

1998년 업무차 대구에서 생활하던 김씨는 한 달에 한두 번 광주 집에 들렀다. 당시 칠순 노모와 초등학
교 1학년, 2학년이던 두 딸은 5평도 안 되는 작은 방을 빌려 살았다. 집주인 정모(당시 48세)씨는 부인
과 중학생 딸 등 세 식구와 큰 방에 살았다.

“주인 아저씨가 말타기 놀이 하자며 우릴 방으로 불러서….” 현정이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얘길 시
작했다. 정씨는 아무도 없으면 아이들을 자기 방으로 불러들여 성폭행을 했다. 아침에 언니를 부르고 나
서 저녁에 동생을 부른 적도 있었다. 정씨는 “할머니나 아빠에게 말하면 큰일날 줄 알아라”며 겁을 줬
다. 이사 가기 전까지 만 2년 동안 아이들은 생지옥에 살았다. 김씨는 이 사실을 알게 된 직후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성범죄의 공소시효는 7년. 처벌할 수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20일 김씨는 다시 전남경
찰청에 사건을 접수했다.

“경찰청장과 검찰청장 딸이 이런 일을 당했다면 공소시효를 따질 수 있을까요? 어떻게 이런 범죄자들
을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처벌하지 않을 수 있나요. 이게 정의가 있는 나라입니까.”

김정수(가명·31)씨는 2002년 10월 같은 동네에 사는 유부남에게 승마를 배우다 성폭행을 당했다. “성
폭행 피해 여성들은 세 번 죽어요. 당했을 때, 조사 받을 때, 그리고 가해자가 실형 살고 나와서도 죄
를 뉘우치지 않을 때.” 가해자는 실형 1년을 선고 받고 2004년 9월에 석방됐다. 여전히 같은 동네에 살
며 승마장을 운영하고 있다.

김씨는 “작년에 우연히 동네에서 마주쳤는데, 나보고 ‘네가 어떻게 얼굴 들고 여기 살고 있냐’고 하
더라”고 했다. “지금도 그 사람과 비슷한 얼굴만 봐도 날 쫓아와 덮칠 것만 같고… 무섭고 두려워요.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되는 거죠?”

◆무방비의 성폭력 대책

전문가들은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때문에 피해 여성들만 고통을 겪고 있다”며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성범죄자 신상공개제도’와 같은 현행 교정제도가 제 구실을 못하고 있는 만큼, 특단
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

먼저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공개 횟수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 ‘용산 초등학생 살해 유
기’ 사건의 용의자 김씨는 지난해 9월 어린이 성추행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았지만 신상공개는 이뤄지
지 않았다. 청소년보호위원회는 매년 2월과 8월 관련 부처에서 성범죄자 명단을 넘겨받는다. 작년 9월
에 실형이 선고된 김씨는 12월에 발표된 ‘9차 신상공개명단’에서 빠졌다. 청소년보호위 관계자는 “만
약 1년에 서너 차례 명단을 받는다면 더욱 신속한 신상공개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팔찌’ 도입 논란도 다시 가열되고 있다. 지난해 5월 한나라당 의원 90여 명은 아동 성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해 ‘전자위치확인제도’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인권침해이자
가중처벌”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결국 이 법안은 국회 법사위원회에 계류된 채 해를 넘겼다.

(조의준기자 [ joyjune.chosun.com])

(정아연기자 hotaru@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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