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명상으로 풀고, 운동으로 날리고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6-02-11 오전 10:17:00

◆명상형
=기아자동차 소하리공장에 근무하는 홍상의 씨.

어느 곳에서든 벼루에 먹을 갈고 붓을 잡는 순간 머릿속 번뇌(?)가 일순간에 사라진다. 과중한 업무로
흐트러진 마음의 평정심을 찾는 데는 서예만한 게 없 다고.

89년 서예에 입문한 그는 거의 매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사내 서실에서 붓글씨 연습에 몰두하며 무념무상
을 즐긴다. 그는 "붓을 들고 글을 써내려가는 순간만 큼은 잔잔한 호수처럼 마음이 평온해진다. 스트레
스 해소에 좋고 자녀 교육에 도 많은 도움이 된다"며 서예 예찬론을 편다.

이원태 재경부 관세제도과장은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점심마다 정부과천청사 2 동 지하 수련실을 찾아
국선도에 몸을 맡긴다. 사전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을 15분씩 하고 그 중간에 30분가량 단전호흡을 한
다. 수련 초반에는 온갖 잡념이 교차하지만 오직 호흡에만 집중하다 보면 '호흡 삼매경'에 빠질 수 있다
고 이 과장은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몸이 가벼워지고 머리도 한결 맑아진다.

임주재 금융감독원 총무국장도 국선도 스트레칭으로 짬짬이 스트레스를 날린다 . 20층에 마련된 체력단
련장에서 국선도를 즐기기도 하지만 사무실에서도 국선 도 동작을 응용한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긴장된
몸과 마음을 풀면 한결 업무가 수월해진다.

배성기 산업자원부 기획관리실장. 무념무상을 찾아나서는 행동파다. 쌓이는 업 무로 머릿속이 복잡해지
면 습관처럼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 나선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혼자만의 공간은 집 근처 산등성이가 될 때도 있고, 텅빈 운동장 공터인 적도
있다. 늦은 저녁시간 아파트 옥상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장소다.

자칫 또 다른 잡념에 빠져들기 쉬운 단순 명상보다는 스스로의 모습을 우주 속 에 벌거벗기는 심리요법
을 쓰는 것이다.

최순권 금감원 증권감독국장의 명상도구는 수필집.

보고서가 수북히 쌓인 그의 책상 위에는 두 권의 수필집이 다소곳 놓여 있다. 한 권은 류시화의 명상
집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또 다른 한 권은 스님 33명의 얘기를 풀어놓은 '산중에
서 길을 물었더니'. 그는 "인도 의 명상가나 스님의 얘기를 잠시 읽으면 마음이 평온해진다"며 굳이 읽
지 않더 라도 명상집이나 시집을 한 권쯤 책상 위에 올려놓으라고 권한다.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수
련이 된다는 설명이다.

◆활동형

=홍보대행사 프레인 김기진 과장. 상사에게서 심한 질책을 듣거나 아이디어 고 갈로 스트레스가 쌓일 때
면 조용히 사라지는 곳이 있다. 바로 회사 1층 휴게실 . 남들처럼 휴게실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생각을 정리하는 게 아니다. 김 과장이 바로 집어드는 것은 기다란 당구봉(큐). 휴게실에
설치 된 포켓볼 당구대에서 힘껏 당구공을 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다.

"당구공을 노려보다 보면 가끔씩 상사 얼굴과 당구공이 겹칠 때가 있어요. 그 공을 포켓에 집어넣으면
잡다한 스트레스는 깨끗이 사라지곤 합니다."

공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기에는 야구만한 것도 없다. 야구공이 야구배트에 맞 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시
원하게 뻗는 모습은 상쾌한 기분을 주기에 충분하다.

종근당 영업기획팀 윤덕수 씨는 대표적인 야구연습장 마니아다. 쌓이는 스트레 스를 300원짜리 야구게
임 한판으로 시원하게 날려버리는 것이다.

점심시간이나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잠깐 운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날리는 사 람들도 많다.

유상훈 신한카드 제휴법인팀 차장은 대표적인 점심 운동파.

유 차장은 "수영을 한 뒤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면 스트레스는 깨끗이 풀리고 '열심히 살아야지'하는 의
욕이 스멀스멀 살아난다"고 말했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한 스트레칭도 대표적인 잠깐 스트레스 해소법으
로 꼽힌다. 한치호 중앙인 터빌 이사는 복잡한 고민에 쌓일 때는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3~5분씩 스트
레 칭을 한다. 굳은 몸을 풀어줄 뿐만 아니라 굳은 생각도 풀어주는 기분이 든다 고 한다.

정승 농림부 농업구조정책국장은 뭔가 기분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정부과 천청사 뒤편에 있는 산책
로를 걷는다. 보통 점심식사 후나 오후 6시 이후에 15 분 정도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정 국장은 "등산
이나 골프는 주말활동인 데다 부정기적이지만 청사 산책은 짬짬이 할 수 있어 아주 유용한 스트레스 해
소법" 이라고 말했다.

안경훈 유한양행 홍보팀 대리는 독특한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최근 안 대 리는 정기적으로 사보를
받는 회사 고객에게 사보가 제때 들어오지 않았다며 심한 항의전화를 받았다.

고객이라 대꾸도 제대로 못하고 수화기를 내려놓은 안 대리는 빈 음료수 병을 들고 19층 사무실에서 지
하주차장까지 뛰어내려갔다. 숨이 차도록 열심히 뛰면 일단 화났던 기억의 절반쯤은 묻혀진다고 안 대리
는 얘기했다. 그리고는 조용 한 지하주차장에서 빈 병을 입에 대고 소리를 힘껏 질러 스트레스를 몸 밖
으로 토해낸다.

안 대리는 "땀을 흘리고 고함을 지르는 방식은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주변사람에게도 권하고 있
다"고 말했다.

◆놀이형

=최상혁 LG애드 대리는 만화 그리기가 스트레스 탈출구다.

점심 때나 업무 마감 후 만화를 그리는데 잠시 몰입하다 보면 업무로 인한 짜 증이나 마음의 응어리가
금세 풀어진다고.

"한 번은 호주로 출장을 갈 일이 있었는데 직장 상사에게 기회를 빼앗기고 말 았죠. 정말 고대하던 출장
이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직장 초년병이 어디 에 하소연할 데는 없고, 속상한 마음을 만화로 표
현하다 보니 한결 나아지더라 고요."

최 대리는 일주일에 3~4건 정도 완성된 만화를 뉴스레터 형식으로 지인들에게 보내주기도 한다.

장태호 삼성에버랜드 유통사업부 주임은 밤마다 사이버자키(CJ)로 변신한다.

세이클럽이라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자신만의 음악방송룸을 개설해 음악을 선곡 해주고 여러 사연도 들려
준다. 직장인이 된 후로는 일주일에 3~4번, 밤 10시부 터 1시간 정도 진행한다.

장 주임은 "직장 상사에게 꾸중을 듣거나 뭔가 어려운 일을 토로하면 청취자들 이 같이 흥분해주고 격려
도 해준다"며 "남과 고민을 나누는 과정에서 마음이 한결 가뿐해진다"고 말했다.

최재연 한국릴리 브랜드매니저는 이종격투기 동영상 화면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컴퓨터 배경화면
도 상대방 선수의 목을 겨누어 발을 날리는 '하이킥' 장 면이다. 주변에서는 '격투기 동영상을 보면서
상사를 때리는 상상을 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도 하지만 최 매니저에게 이종격투기는 마인드 컨트롤의
수단이 다.

그는 "링에서 죽기 살기로 싸우는 선수들을 보면 자잘한 스트레스는 대단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
다"며 "스스로를 단련하고 경기에 집중하는 선수들을 보면 서 열심히 살자고 다짐하게 된다"고 말했다.
격투기가 그에게는 삶의 지혜가 되는 셈이다.

기아자동차 소아리공장 도장1부의 김인수 씨는 3년 전부터 휴머노이드 로봇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다.
로봇 만들기가 스트레스 해소의 분출구인 셈이다.

하루에 한두 시간은 로봇과 시간을 보낸다. 김씨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해 로봇을 내가 원하는 대
로 움직였을 때의 성취감을 이루말할 수 없다"며 " 나만 의 스트레스 해소법이자 여가활동"이라고 자랑
한다. 이 밖에도 컴퓨터 고스톱 게임이나 온라인 바둑 등을 통해 잠시나마 복잡한 머리를 식히는 '놀이
형' 스 트레스 해소파가 많은 편이다.
[황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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