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이랏샤이마세.”
27일 오후 6시30분 서울 명동 더페이스샵 1호점 앞. 발목까지 내려온 흰색 오버코트와 모자, 목도리 등
으로 중무장한 여성 도우미 1명이 한국어와 일본어로 번갈아가며 ‘어서 오세요’를 외치고 있었다. 목
청을 높일 때마다 마이크를 쥔 두 손 사이로 삐져나온 하얀 입김이 네온사인 찬란한 명동의 밤하늘 속으
로 흩어졌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화사한 화장품 향내가 코끝을 간질였다. 지난 2003년 12월 처음 문을 연 더
페이스샵 명동 1호점은 25평 남짓한 공간에 불과하지만, 월 평균 매출 1억5000만 원을 올리고 있는 알
짜 점포 중 한 곳이다. 월세가 무려 7000만 원에 달하지만, 제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하루 방
문객만 2000명~3000명에 달한다고 했다.
더페이스샵 명동 1호점 오상학(35) 과장은 “지난해부터 화장품 브랜드숍이 명동 상권에 집중 배치되고
있다”며 “업계간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지난 7월부터 호객행위를 하는 도우미를 문 앞에 배치한 것
도 그러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매캐한 최루탄 연기가 자욱했던 명
동이 쇼핑의 명소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화장품ㆍ의류 브랜드숍 속속 집결중=명동 밀리오레에서 중앙로 쪽으로 두 블록을 내려오다 보면 핑크
빛 일색의 ‘에뛰드하우스’를 만나게 된다. 한 눈에 봐도 공주풍이다. 이 곳의 한 점원은 “실제 콘셉
트도 공주”라고 했다.
10대 후반부터 20대 여성들이 진열대에 놓인 화장품 고르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에뛰드하우스는 태평양
이 미샤와 더페이스샵의 뒤를 이어 올해 처음 선보인 저가 화장품 브랜드숍이다. 현재 전국에 12개가 오
픈돼 있다.
에뛰드하우스 1호점의 최성민 대리는 “하루 8000명에서 1만 명의 고객들이 다녀간다”고 했다. 객단가
(고객 1인당 평균 매입액)가 1만 원에서 1만5000원 사이인 이 곳의 한 달 매출은 2억 원에 달한다.
이처럼 최근 명동은 화장품과 의류 브랜드들의 플래그십 숍(브랜드 이미지 컨셉트 매장)이나 안테나숍
이 진출하는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었던 지난 23일 LG패션은 명동 초입에 ‘TNGTㆍ라푸마ㆍ헤지스 멀티 매장’을 오픈했
다. 총 300여 평 규모의 이 매장은 1층에는 라푸마와 헤지스가, 2층에는 TNGT전용 매장으로 꾸며졌다.
LG패션이 여러 브랜드를 한꺼번에 한 장소에 선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명동이 패션시장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이미 이 매장 주변에는 리바이스, MLB, 후아유 등 패션 브랜드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가히 ‘명동 패션
대전’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LG패션은 지난 10월 말에도 명동에 총 420평 규모의 ‘닥스’ 플래그십 점
포를 오픈하는 등 명동 상권 공략을 본격화해 왔다.
한성희 점장은 “남방의 객단가가 10만 원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성탄 시즌 때 하루 실구매자만 220명이
넘었다”며 “예전의 명성을 완전히 되찾은 건 아니지만, 명동 상권이 불붙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명동 초입에 지난 11월11일 오픈한 금강제화의 레스모아 매장도 마찬가지다. 80여 평에 캐주얼화와 정장
화를 비롯해 스포츠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브랜드를 갖춘 초대형 신발 전문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객단가 7~8만 원 대의 이 매장의 한 달 매출은 약 2억원이다. 주말의 경우 하루 내방객만 2000~3000명
에 달한다.

◇왜 명동인가?=명동 상권은 90년대 중반에 크게 주목을 받았다가 대기업 패션 브랜드 매장이 강남역과
압구정 등으로 빠지면서 다소 소강상태를 보였었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10대에서 20대를 타깃으로
한 ‘이지 캐주얼’ 브랜드들이 득세를 하다가 지난해부터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명동으로 진
출, 대형 매장을 오픈하면서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명동의 부동산 지형도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명동의 옛 대한증권거래소 건물의 경우 내년 상
반기 지하 4층, 지상 10층, 연면적 5788평 규모의 복합 건물로 재탄생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멀티플렉스와 아바타, 롯데 영플라자 등 10대들의 아이콘이 명동에 본격적으로 들어서면서
자연스레 캐주얼 매장도 발달해 명동 상권이 활기를 띠게 됐다고 진단하고 있다.
상권컨설팅 전문기업 비즈니스유엔 박민구 팀장은 “앞으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겠지만 명동에서의 승
부는 유행에 민감한 패션에서 난다고 봐야 한다”며 “하지만 고가 음식점의 경우 검증된 업체가 아니라
면 고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