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 오후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우리세상 어린이집. 이곳에서는 일주일에 한번씩 예절강의가 열린
다. 6∼7살의 어린이 10여명에게 다도 강의를 하는 교사는 62세의 김광옥(여)씨. 찻잔에 물을 따르고 다
기를 씻는 방법까지 까다롭고 복잡한 과정을 설명하는 동안 어린이들은 끝까지 차분히 김씨의 설명을 들
었다. 김씨가 “차를 마셨으면 간식도 먹어야겠죠”라며 한과를 집어 어린이의 입에 차례로 넣어주자 어
린이들은 까르르 웃으며 활기를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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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처음으로 ‘할머니 선생님’을 초대한 이 어린이집 원장은 “대부분 핵가족이라 조부모와 접촉
하는 경험이 별로 없는 요즘 어린이들이 교사를 할머니처럼 친근하게 느낀다”고 말했다.
교육·문화·보건의료서비스 분야의 ‘여성노인 전문직’이 각광받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여성의 평
균수명이 연장되고 여성노인의 수가 남성노인을 압도하면서 여성노인을 위한 적극적인 일자리 창출이 바
로 노인문제의 해법이라고 지적한다.
은행에서 정년퇴직한 뒤 곧바로 제2의 인생을 준비하기 시작한 김선예(57)씨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구
연동화 강사. “엄마 준비는 못했지만 할머니 준비는 해야겠다”고 생각해 그동안 사회에서 받은 것을
돌려주기 위해 마을문고 자원봉사 일부터 시작했다는 김씨가 현재 버는 돈은 100만원에 이른다. 남편 월
급과 퇴직금을 합하면 남부러울 것 없는 수입이다. 김씨는 “불러주는 곳이 많아 몸이 모자랄 지경”이
라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처럼 예절·다도·구연동화 강사 등 방과후 교사나 생태해설사, 유적지해설사, 간병·호스피스 등 교
육·문화·보건의료서비스 분야는 경험과 푸근한 포용력을 가진 노인이 젊은 사람에 비해 차별받지 않거
나 선호도가 높아 여성노인이 할 수 있는 대표적 전문직으로 꼽힌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고령자취업알선
센터, 여성인력개발센터, 여성회관, 대학 평생교육원 등을 이용해 무료나 저렴한 비용으로 일을 배울
수 있다.
지금까지 직장에 다닌 적이 없는 평범한 주부 이보옥(57)씨는 자녀가 결혼해 독립할 무렵 일을 배워 어
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구연동화 강의를 하고 있다. 이씨는 대학 사회교육원에서
수업을 듣고 이씨 또래의 구연동화동호회에 가입해 활동하며 경험을 쌓다가 서울 관악 고령자취업알선센
터를 통해 어린이집, 놀이방 등의 일자리를 구했다. 이씨는 “사회교육원 수업을 들을 때 내가 제일 나
이가 많았지만 적극성을 가지고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취업의 반”이라며 “같은 일을 하는 친구 중에
는 입소문이 나서 월 200만원까지 수입을 올리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