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오정"이여 명퇴 두려워 말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5-12-23 오후 4:13:00


[시사저널 2005-12-22 09:11]


ⓒ연합뉴스정년을 채우는 직장인이 드문 요즘, 중년의 이·전직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윤세영씨(45·진성티이씨 이사)는 운이 억세게 좋은 샐러리맨이다.40대 중반에 처음 쓴 이력서로, 그것
도 명예퇴직한 지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취업하는 데 성공했으니 말이다.

지난해 12월, 19년 동안 일하던 위니아만도에서 명예 퇴직할 때만 해도 윤씨는 눈앞이 캄캄했다.남의 일
로만 알았던 ‘사오정’이 자신의 현실이었다.다른 회사에 비해 후한 명예퇴직금을 받기는 했다.하지만
전업주부인 아내와 초·중·고에 나란히 다니는 세 아이들을 데리고 남은 세월을 살기에는 턱없이 부족
한 돈이었다.다른 회사에 다시 취업하든지 창업을 해야 했다.‘사오정 나이에 재취업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라며 명예퇴직금으로 사업을 시작해 보라는 권유가 많았다.하지만 윤씨는 창업에 도전할 자신이
없었다.

갈피를 못 잡는 윤씨에게 큰 힘이 된 것은 전직 지원 서비스였다.위니아만도는 퇴직자를 위한 전직지원
서비스(아웃플레이스먼트)를 제공했다.전직지원서비스 전문 업체인 디비엠코리아가 제공하는 각종 프로
그램에 참여하면서 윤씨는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었다.윤세영씨는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면밀
하게 분석하고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작업이 흥미로웠다.이 과정을 통해 역시 나는 창업보다는 재취업
쪽으로 가닥을 잡는 것이 적당하다고 판단했고, 그 뒤에는 재취업에 필요한 전략과 기술을 익혔다”라
고 말했다.


전직지원서비스는 윤씨가 안정감과 자신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남들은 조바심 내며 이 회사
저 회사에 이력서 내기 바빴지만 윤씨는 여유를 가지고 때를 기다렸다.디비엠코리아가 제공하는 프로그
램과 중국어 공부에만 매진하면서 자기가 원하는 회사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마침내 신문 구인 광고 난
에서 원하던 자리를 찾았다.이전에 다니던 회사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탄탄해보였고, 무엇보다 자신의 경
험과 노하우를 살릴 수 있는 직책이 마음에 들었다.윤씨는 19년 만에 다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
하고, 면접시험을 치렀다.윤세영씨는 “전직지원 프로그램에서 배운 이력서 쓰는 요령과 면접 교육이 매
우 유용했다.그 덕인지 수십 대 1 경쟁률을 뚫었다.명퇴 3개월 만에 원하는 직장에서 다시 일하게 되었
으니 나는 억세게 운이 좋은 월급쟁이다”라고 말했다.


전직지원 프로그램 적극 활용하라

사오정 세대인 윤세영씨가 재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단지 운이 좋아서였을까. 그의 재취업 과
정을 지원한 디비엠코리아 강혜숙 연구위원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강혜숙 연구위원은 “윤씨
가 재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미리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준비하는 동안 부족한 어학 공부에
매진하는 등 자기 관리를 잘했기 때문에 기회가 오자 바로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라고 분
석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정년을 채워 직장을 떠나는 근로자는 11.8%에 불과하다.특히 은행권은 50세 이상
재직자가 4.5%, 정년퇴직자는 1%에도 미치지 못한다.조기 퇴직자들은 또다시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 하지
만 쉽지 않은 현실이다.조기 퇴직자의 대다수는 창업보다는 재취업을 원한다.디비엠코리아가 2004년 이
후 조기 퇴직한 사람 9백46명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기 퇴직자 10 명 가운데 6명 이상(63.3%)은 재취
업을 원한다.하지만 아무리 눈높이를 낮추어도 사오정이 재취업에 성공하는 확률은 높지 않다.디비엠코
리아에서 전직지원서비스를 받은 뒤 재취업에 성공한 고객 가운데 40대 이상은 34%에 불과했다.


사오정 세대가 재취업에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제2의 경력을 준비하는 중년을 위한 10계명’
참조). 현재 몽골에서 중장비 정비원으로 일하는 정석순씨(53)는 산업인력관리공단의 구인·구직 네트워
크를 적극 활용해 재취업에 성공한 경우다.정석순씨는 “리비아·괌 건설 현장에서 중장비 정비원으로
일한 경험 덕에 지난 7월 국내 건설사에 재취직해 몽골 현장으로 파견될 수 있었다.정석순씨는 “국내
는 물론이거니와 해외 현장에서도 내 또래에 중장비 정비원으로 일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다행히 나는
해외 현장 경험이 풍부하고, 떼를 쓰다시피 해서 산업인력관리 공단의 추천을 받아 채용될 수 있었다”
라고 털어놓았다.새 직장을 찾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로 가능한 네트워크를 모두 활용한 것이다.정석순씨
는 아무리 현장 기술직이라고 해도 간단한 영어는 기본으로 익혀야 하고, 현지 언어도 익혀두면 채용에
유리하다고 귀띔했다.


정석순씨처럼 그나마 기술을 가진 이가 재취업하기는 나은 편이다.이렇다 할 기술이 없는 경우에는 재취
업 구멍이 더 좁다.제이엠커리어 장형숙 이사는 “일반 관리직 출신은 기술직보다 재취업하기가 더 어렵
다.하지만 일반적 관리 능력 외에 약간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면 기회는 많다”라고 말했다.또 안정적
고용 형태만을 고집하기보다는 프로젝트별 참여나 프리랜서, 성공 보수 등의 능력급 형태에 대해서도 열
린 자세를 갖는다면 기회는 더 늘어난다고 장형숙 이사는 덧붙였다.


ⓒ한향란윤세영씨(위)는 명예퇴직 후 어학 공부를 하며 차분하게 재취업을 준비한 덕에 새 직장을 찾았
다.

직장보다 ‘직업’ 찾는 데 매진하라

오길현씨(45)야말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직장보다는 직업을 찾는 데 매진해 성공한 경우다.오길현씨
는 지난해 10월 말 전역한 직업 군인 출신이다.직업 군인 출신들은 대개 전역 후에도 예비군 교관과 같
은 군 관련 직종에서 일을 찾는다.하지만 오씨는 재취업하는 대신 평생 할 수 있는 자신만의 직업을 찾
아냈다.오씨도 전직지원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았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장단점을
분석한 뒤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강사’라는 자신만의 직업을 찾아낸 것이다.


말솜씨가 서투른 사람을 대상으로 말하기 요령과 기술을 알려주는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강사는 그의 적
성에 딱 맞았다.이제 씨를 뿌리는 단계여서 수입이 안정적이지는 않지만 오길현씨는 이 길로 들어서기
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그는 “돈보다는 미래에 대한 기대를 품고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찾았기 때
문에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기분이다.조기 퇴직자라면 전직지원 프로그램을 꼭 이용해 보라고 권하고 싶
다”라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직지원 서비스는 선택 받은 이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보통 서비스 비
용이 1인당 월 100만원 이상이어서 일부 대기업에서만 이 제도를 도입하고, 중소기업 퇴직자에게는 그림
의 떡이었다.정부가 2001년 7월 ‘전직 지원 장려금’ 제도를 도입하고, 전직지원서비스를 시행하는 기
업에게 비용을 일부 지원해 주었다(대기업은 비용의 2분의 1, 중소기업은 3분의 2). 하지만 신청한 기업
이 거의 없어 지원금 예산 가운데 10분의 1도 쓰지 못했다.비용의 3분의 1이라도 기업이 부담해야 하
고, ‘불가피한 구조 조정’ 등 노동부가 정한 기준에 맞추어야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개 구인 정보보다 네트워크가 중요

그러나 이제 퇴직 근로자라면 누구나 전직지원서비스를 이용할 길이 열렸다.11월28일 한국경영자총협회
와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노동부의 지원을 받아 ‘노사공동 재취업지원센터’를 열었다.기존 전직지원서
비스 기업이 제공하는 것과 같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경총과 노총의 네트워크를 통해 구인 기업
과 연결해 주기 위해 마련된 센터이다.노동부 고용정책팀 정경훈 사무관은 “노사공동 재취업지원센터에
서는 전직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재취업 및 창업 지원 구직자를 위한 기업 정보 데이터 베이스 구축
및 구인·구직 네트워크 구축, 전문 상담 인력 양성 등을 통해 종합적인 전직지원서비스를 제공할 예정
이다”라고 밝혔다.재취업지원센터는 무료로 운영되며,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기업과 근로자는 직접 방
문하거나 전화로 신청하면 된다(02-368-2300).

문은 두드리는 자에게 열린다.사오정의 재취업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처럼 어렵다지만,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한다면 불가능한 일만도 아니다.디비엠코리아 강혜숙 연구위원은 “중년에 하는 이
·전직일수록 공개 구인 정보보다는 네트워크를 활용할 때 재취업 성공률이 높다.열려 있는 전직지원서
비스를 적극 활용하고 자신의 네트워크를 충분히 활용한다면 다시 일할 수 있는 직장을 찾을 수 있을 것
이다”라고 조언했다.

제2의 경력을 준비하는 중년을 위한 10계명


ⓒ시사저널 윤무영오길현씨(위)는 중년인데도 새 직장 대신 새 직업을 찾는 데 성공했다.

1.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하라

열의가 없으면 어떤 일이든 성공할 수 없다.노력하면 과거보다 더 좋은 경력을 얻을 수 있다는 마음가짐
이 중요하다.

2. 가족과 비전을 공유하라

자신의 처지와 비전을 가족에게 공유시키고 협조를 구하면, 책임감이 강해지는 것과 동시에 가족의 지원
을 받을 수 있다.

3. 자신을 돌아보라

평생 직장이 아니라 평생 직업을 찾는 데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자신의 핵심 역량뿐 아니라 좋아하는
것과 성향에 맞는 것을 찾아 보라. 의욕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4. 자신을 차별화하여 마케팅하는 방법을 배워라

자신의 장점을 부각하고 지원하는 회사에 맞는 인재임을 드러낼 수 있는 이력서와 자기 소개서를 작성하
고, 자신을 마케팅할 수 있는 의사 소통 능력을 키워야 한다.

5. 시야를 넓혀라

당장의 연봉이나 조건에 얽매이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직업을 찾아야 한다.

6. 연구하고 조사하라

인터넷과 인맥을 동원해 원하는 기업체를 선정하고, 해당 기업의 정보를 조사하고 분석해야 한다.

7. 네트워커가 되라

채용 정보의 대부분은 아는 사람을 통해서 나온다.지금부터라도 인맥 관리에 힘쓰라.

8.전문 서비스를 활용하라

회사가 제공하는 전직지원서비스뿐 아니라 가능한 전문 서비스를 모두 활용하라.

9.자신을 관리하라

일할 때처럼 생활 패턴을 유지하고 계획에 따라 움직여야 기회가 오면 바로 취업할 수 있다.

10. 자신감을 가져라

자신감은 네트워크를 활용해 자신을 마케팅할 때나 면접에서 후한 점수로 이어진다.


안은주 기자


전직지원서비스(위)를 이용하면 제2의 인생을 여는 재취업의 길이 좀더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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