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안으로 곪는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5-11-30 오전 10:28:00
지난 27일 새벽 김제 요촌동에서 상습적으로 폭력을 휘두른 남편을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체를 유
기한 홍모씨(여·52)와 딸 이모씨(26)가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처럼 지속적인 폭력에 시달리던 아내가 남편을 살해했다면, ‘살인’인가 ‘정당방위’인가.

오랜 세월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남편을 살해한 사건들이 공론화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여성들의 범죄를 생존을 위한 방어, 즉 ‘정당방위’로 인정하기보다는 ‘살인’으로 바
라보는 법 집행이 우세한 현실이다.

전주지법은 지난 7월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못해 술에 취해 잠든 남편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구속기소
된 나모씨(46·전주시 서서학동)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바 있다.

나씨는 지난 10여년의 결혼생활 동안 술만 마시면 폭행과 폭언을 일삼는 등 자신을 괴롭혀온 남편에 앙
심을 품어오던 중 지난 2월 새벽 술에 취해 또다시 폭언을 한 뒤 잠들자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
다.

법정증언에서 나씨는 그동안 수차례 경찰에 폭력신고를 했으나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어머니와 함께 사체를 유기한 이모씨(여·26)는 아버지의 상습적인 폭력에 고민하다 ‘결혼’이란 또다
른 선택을 통해 집을 떠나려 했다.

이씨는 현장검증 과정에서 “아버지는 20여년간 툭하면 술을 먹고 와 흉기로 위협하고 어머니를 마구 때
렸다”며 “아버지는 함께 살고 있는 남편까지 폭행하려 했으며, 수능 당시에는 흉기로 손을 찔러 다른
사람이 원서를 대필해 주기까지 했다”고 하소연했다.

각종 통계도 가정폭력이 이미 수위를 넘어섰음을 보여준다.

전북여성긴급전화가 지난해 ‘1366번’을 이용한 6,361건의 상담사례를 분석한 결과 가정폭력이 전체의
1,227건(19%)으로 가장 많았다.

전북아동학대예방센터가 지난해 폭력 발생 장소를 분석한 결과 전체사례 275건 가운데 180건(65.5%)이
가정 내에서 폭력이 가해졌고, 가해자 역시 친아버지가 130명(47.3%)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가정폭력으로 한계 상황에 이른 가정이 적지 않지만 ‘남의 가정사에 왜 끼여드나’라는 사회관
념과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리는 경향이 여전해 근본적 해결을 위해선 법적 제재 강화는 물론 피해자들
의 인식개선이 우선시돼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적 견해다.

전북여성의전화 관계자는 “가족간에 불화가 일어나는 것에 대해서 두 사람이나 가족이 처리할 문제이
지 이건 사회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고 하는 관념부터 깨야 한다”며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가정폭
력=전문가의 도움 요청’이라는 인식 개선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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