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지영한기자] 전문가 10명중 9명은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시스템의 위기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그러나 노후생활을 ‘충분히’ 준비하고 있는 근로자는 100명중 단 2명에 불과한 것으
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현행 퇴직금제도 역시 근로자의 노후소득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퇴직연금제도가 취약한 퇴직금제도를 대신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퇴직연금의 이해 당사자인 근로자
나 기업 모두 퇴직연금에 대한 이해와 준비는 매우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결과는 한달 앞으로 바짝 다가온 퇴직연금 도입을 앞두고 이데일리가 현대경제연구원과 공동으
로 지난 10월19일부터 24일까지‘퇴직연금제도’에 대한 근로자, 기업, 전문가들의 인식 실태 조사에서
나타났다.
우선 83명의 전문가(교수 23명, 연구원 60명)를 대상으로 저출산·초고령으로 인한 공적연금시스템의 위
기를 물어본 결과 ‘우려된다’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응답자의 59.0%가 ‘심각하다’고 대답했고, 이
중 37.3%는 ‘매우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조사대상자중 교수들의 경우엔 2명중 1명꼴인 52.2%가
‘매우 심각하다’고 밝혔다.
◇근로자 88% 노후생활 걱정..충분한 준비는 100중 2명 불과 제조업과 금융기관 등에 종사중인 282명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는 조사대상 근로자의
88.7%가 ‘노후생활이 걱정된다’고 밝혔다. ‘노후생활이 매우 걱정된다’는 응답도 47.9%에 달했다.

그러나 조사대상 근로자중에선 ‘은퇴 이후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는 응답은 24.1%에 그쳤으며,특히
‘충분히 준비하고 있다’는 대답은 2.1%에 불과했다.
반면 ‘은퇴이후 준비를 별로 하지 않는다’는 대답이 40.4%였으며, ‘전혀 없다’는 응답도 13.5%에 달
했다. 공적연금 시스템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들의 대응이 매우 미흡함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또 현행 퇴직금제도가 잦은 이직이나 연봉제·중간정산으로 인해 실질보장이 미흡해, 근로자
들의 노후소득 보장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12월에 도입되는 퇴직
연금이 취약한 퇴직금제도를 대신 할 것이란 기대를 나타냈다.
특히 전문가들의 절반 이상은 퇴직연금 도입시점이 ‘적절하다’(56.6%)하다고 밝혔고, 32.5%는 ‘벌써
도입했어야 했다’고 답했다. 근로자의 노후소득 보장과 관련, 기존의 퇴직금이 이미 오래 전부터 제 역
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근로자들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의 퇴직금 현행 퇴직금제도가 노후소득을 제
대로 보장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2.1%에 그친 반면 ‘못하고 있다’가
47.1%, ‘전혀 못하고 있다’는 답변도 22.1%에 달했다. 역시 연봉제와 중간정산 등의 확산으로 퇴직금
제도가 노후소득 보장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퇴직금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오는 12월 도입되는 퇴직연금제도에 대해선 근로자들
의 이해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모른다’거나 ‘전혀 모른다’고 응답한 비율은 제조업 근로
자의 경우 66.30%에 달했다. 금융기관의 경우도 퇴직연금을 ‘모른다’거나 ‘전혀 모른다’는 응답은
은행과 증권이 46.0%와 44.0%를 기록했고, 보험권이 그나마 29.20%로 낮았다.
기업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았다. 31개 기업의 퇴직연금 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퇴직연금을 ‘어
느정도 정도 안다’(45.2%)거나 ‘잘 안다’(9.7%) 등 ‘이해하고 있다’는 응답이 절반은 넘긴 54.9%였
다. 그러나 35.5%는 ‘보통이다’고 대답했고, 조사 대상자들이 퇴직급여 담당자였음에도 9.7%는 ‘모른
다’는 응답을 내놓았다.
특히 기업들은 퇴직연금제도 도입에 매우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회사에서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다면 언제가 적절한가’를 묻자 2010년 이후라는 응답이 40.0%로 가장 많았다. 퇴직연금도입의 사
실상의 원년인 2006년이 적절하다는 기업은 단 8%에 불과했다.
◇근로자·기업, 퇴직연금 '준비 안돼'..전문가 `세제 인센티브` 주문이 같은 답변은 전문가들의 전망치와 일맥상통한다. 전문가들에게 퇴직연금제도 활성화 시기에 대해 물
어본 결과 61.4%는 ‘2010년 이후’라고 답했고, 2008년(16.9%), 2007년(10.8%), 2009년(7.2%), 2006년
(3.6%) 등의 순이었다. 퇴직연금 도입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현재로선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
대할 수 없다는 전망인 셈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퇴직연금제도의 조기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로 ‘세제 인센티브 강화’68.6%)
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이어 근로자 등 퇴직연금 수요자에 대한 투자교육 강화’(11.4%), ‘간접운용과 관련한 과도한 규제 지
양’(11.4%), ‘홍콩 MPF제도와 같이 퇴직연금제도의 강제화 내지 준 강제화’(8.6%) 등을 제시했다.
한편 기업들은 새로운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할 경우엔 절반인 50.0%가 확정급부형(DB)형 퇴직연금제도를
선택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제도’는 20.0%로 상대적으로 적었고, 30.0%는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DB형 제도란 퇴직 후 받을 급여가 사전에 확정되는 제도로, 기업이 연금운용을 책임진다. 이에 비해 DC
형 제도는 근로자가 연금운용에 참여하고 그 책임을 진다. DC형은 운용실적에 따라 연금 규모가 DB형 보
다 많아지거나 반대로 적어질 수 있는 제도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DB형과 DC형, 2가지 퇴직연금제도중 ‘국내 현실에 어느 것이 적합한가’를 묻는
질문에 53.1%가 DC형이라고 답했고, 46.9%는 DB형이라고 꼽았다. 교수집단의 경우엔 63.6%가 DC형이 적
합하다고 보았고, 연구원은 50.8%가 DB형이 바람직하다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