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도 월요병이? 어느 가장의 실직일기 화제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5-10-19 오전 9:59:00

[서울신문]“백수들도 주말을 눈이 빠지게 기다린다.왜냐? 그때는 세상 사람들이 다 쉬는 날이니까 백수
인지 아닌지 모르지 않는가말이다.가장 죽을 맛은 월요일 아침이다.어디 갈 데가 없지 않은가.일요일 오
후를 넘어 어스름이 감싸오면 다가오는 월요일이 얼마나겁이 나는지….”
백수에게도 월요병이 있다고 강조하는 어느 40대 가장의 실직일기를 모은 책 ‘백수의 월요병’(서울셀
렉션)이 화제가 되고있다.

저자는 어느 날 갑자기 백수가 된 자신을 바닥에 내려놓고,어느 땐 서러워하고 어느 땐 관조하고 어느
땐 스스로 격려한다.놀이마당에펼쳐지는 판소리처럼 질펀하게 ‘신세타령’을 늘어놓지만,마냥 신파조
의 넋두리로 일관하는 것만은 아니다.각박한 세상,서로의 등을두드리며 살아내는 서민들의 구성진 이야
기가 씨줄날줄로 촘촘하게 엮여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아,아내는 돈을 벌러나갔다.혼자 남은 나는 속이 쓰리다.식구들 생각에 내 자신의 꼬라지를 되돌아보
니 가슴이 떨린다.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골백번도 더 중얼거려 본다.세상이나 친구들을 원망하지 말
라고 아내가 말했다.그래,세상 잘못도,친구들의 무심도 탓할게 없지….”

백수가 된 한 중년남자는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한탄하며 신음을 입술 끝에 무는 게 고작이다.
사실 이 나라 서민들은대부분 그렇게 심약하다.하지만 남을 원망하지도 못한다.그저 내 탓으로 돌리며
탈출구를 찾느라 여기 저기 눈을 돌려보기에 여념이없다.이 책에는 남자로서는 차마 털어놓기 비참한 고
백도 곳곳에 널브러져 있다.돼지저금통을 털어 은행으로 바꾸러 가는 실직자의후줄근한 뒷모습은 상상만
으로도 서글프다.

“드디어 저금통을 털었다.아이에게 준 용돈도 회수하여 다 썼다.동전을 가득 채운 가방이 너무 무겁다.
백주 대낮에 저금통을 털어 돈을 바꾸는 후줄근한 40대 후반의 이 남자는 누구인가.”

이책의 저자 최영록씨는 글을 전문으로 쓰는 작가는 아니다.신문사에서 20년 간 기자생활을 하다가,어
느 날 갑자기 ‘잘못된선택’으로 실직자가 된 사내다.좋게 말하면 헛된 욕심 한번 부려본 적 없는 착
한 남자,비정하게 말하면 위기를 맞아 무능하기그지없는 가장.그런 남자가 실직 후 맞이하는 현실은 생
각보다 암담하다.

하지만 책 속의 주인공은 후줄근한 백수의 뒷모습만보여주는 것은 아니다.암담함 속에서도 새로운 삶과
희망을 발견하기 위해 치열한 몸부림을 친다.그 과정에서 가족구성원 간에 갈등이생기기도 하고,그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새삼 깨닫기도 한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도 당신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모른다는 아내의 말에 속으로 찔려서 움찔움
찔했다.(중략) 그렇다.가족은 저 넓은 바다의 파도를 헤치며 함께 가는 돛단배다.그전에는 몰랐다.그들
의 사랑이 얼마나 살갑게 와 닿는지를.”

“늙어 가는 아내의 잔주름을 보면서,돋보기를 손에쥐어주면서,등을 긁어주면서 내가 너무 많은 시행착
오를 했다는 것을,다시는 그런 불행의 악순환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을한다.지금쯤 퇴근을 서두르
고 있을 아내가 벌써부터 보고싶다.청국장을 끓여놓고 생강을 잘게 썰고 무를 삐져 무국을 끓이자.비린
것이 있어야 몇 술이라도 뜨는데….”

자신 대신 돈을 벌러 나가 늦게 귀가하는 아내에 대한 주부남편의 불만,다시 발견하는 아내의 소중함….

저자가 백수생활을 통해 궁극적으로 얻는 것은 포기가 아닌 희망이다.

“그래 인생이란 어차피 고해(苦海)가 아니던가.한평생 항해하다보면 암초도 만나고 거센 폭풍우도 만나
는 법.그렇지만 언젠가 먹구름이 걷히고 항구에 안착하는 날은 오게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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