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 또 배낭을 꾸리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5-09-20 오후 5:47:00
이들은 튼튼한 두 다리가 있는데 못 갈 곳이 어디냐고 했다. 힘닿는 대로 세계 곳곳을 계속 여행할 거라
고 했다. 대학생 배낭여행족(族) 얘기가 아니다. 김선균(73)씨와 박필리(66)씨 부부 얘기다.

노(老)부부는 2000년엔 북유럽 4개국을 38일간 렌터카로 돌았고, 2002년엔 배낭을 짊어지고 중남미 6개
국을 밟았다.


또 한 차례의 배낭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은 최근엔 여행 경험을 엮어 책도 냈다. 지난 6월 펴낸 ‘바람
따라 떠난 부부의 여행이야기’엔 가이드도 없이 직접 차를 몰거나 버스를 갈아타며 낯선 땅을 훑었던
소중한 역정이 생생히 담겼다.


40여년 전 신혼여행 때 “세계일주를 하자”는 약속을 떠올린 두 사람은 1994년부터 세계 각국을 패키
지 투어로 돌다가 정해진 코스만을 도는 여행사 상품에 싫증을 느꼈다. 그러곤 “제발 나이를 생각하시
라”는 자식들 만류를 뿌리치고 “직접 순례(巡禮)하겠다”며 배낭을 쌌다. 차를 빌려 운전대를 잡고 핀
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등 수천㎞를 횡단했다. 털털대는 버스를 15시간씩 타며 페루, 볼리비
아, 칠레,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 중남미를 섭렵했다. 여행 경비는 건축가로 일했던 김씨 퇴직
금으로 충당했다.


김씨는 “삭신이 쑤시는 어려움을 이기고 여행을 마쳤을 때 기분은 더없이 상쾌하다”며 “목표의식을
상실하기 쉬운 우리 나이에 여행 자체가 큰 자극제”라고 말했다. 김씨는 “나이아가라 폭포도 한낱 수
도꼭지에 불과하다”는 이과수(Iguassu) 폭포의 장관(壯觀)을 최고의 추억으로 꼽았다. 박씨는 “물거품
과 안개만 자욱한 곳에서 봤던 쌍무지개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부부는 출발 7~8개월 전부터 각종 배낭여행 관련 서적을 탐독하고, 인터넷 등을 통해 자료 수집을 꼼꼼
히 마무리했다. 떠날 때쯤이면 “머릿속으로 여행 지도가 그려질 정도”라는 것. 불편한 숙소와 입에 맞
지 않는 식사, 급변하는 기후 탓에 설사와 천식으로 애를 먹었고, 말이 통하지 않는 현지인들과는 몸짓
·발짓에 그림까지 그려가며 소통했다. .


2003년 문을 연 김씨 부부 홈페이지(www.skksun.pe.kr)에는 배낭여행이란 공감대를 통해 사귄 다양한 연
령과 국적의 ‘친구’들이 “열정을 가지고 여행하시는 데 감동받았다”고 쓴 글들이 수북이 올라와 있
다. 또 책에는 각국 환율, 호텔 전화번호, 비행기 기내식 등 여행자 눈높이에 맞춘 정보가 가득하다.


김씨 부부의 다음 목표는 동유럽. 내년 5월쯤 떠나기 위해 벌써부터 부부는 프라하, 부다페스트 등 옛
사회주의 국가들의 각종 정보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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