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5-09-12 오전 11:52:00
죽음도 부르는 이유 없는 슬픔
해마다 1만여 명 목숨 끊어
정신과 상담 꺼리지 말길



센티멘틸리즘의 계절, 가을입니다. 청명한 하늘을 바라보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듭
니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에겐 낭만의 계절이지만 우울증을 앓고 있는 분들에겐 잔혹한 계절입니다. 가
을이 되면 일조량이 줄면서 생리적으로 우울감을 부추기기 때문입니다. 자살은 대개 봄에 많지만 뿌리
는 가을부터 시작되는 우울증입니다.

실제 자살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영화배우 이은주씨부터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까지 유명인사도
예외가 아닙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1982년 10만 명당 9.4명이었던 자살 사망자 숫자
가 2002년엔 19.2명으로 배로 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만 현재 5분에 한 명씩 자살을 시도하며 45분에
한 명씩 자살로 생명을 잃고 있습니다. 자살 사망자만 해마다 1만여 명이나 됩니다.

자살과 관련한 가장 큰 오해는 사별과 실연, 부도 등 불행한 일이 있어야 자살이 일어난다는 생각입니
다. 그러나 정신과 전문의들은 이러한 외적 요인보다 우울증이란 내적 요인에 주목합니다. 아무리 어려
운 상황에 봉착해도 우울증이 없으면 자살하지 않고 반대로 우울증이 있으면 사소한 충격에도 쉽게 생명
을 끊는다는 것입니다. 정신의학적으로 '자살=우울증'으로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자살과 우울증은 밀접
한 관계가 있습니다.

우울증은 쉽게 말해 '이유없이 슬픈'증세를 보이는 병입니다. 매사에 무기력합니다. 이 병은 후천적 환
경과는 거의 관계가 없습니다. 경제나 교육 수준과 무관하다는 뜻입니다. 현대 의학은 우울증을 뇌의 질
환으로 봅니다. 뇌 속에서 분비되는 세로토닌이란 신경전달물질의 농도가 떨어지면 잘 생기기 때문이
죠. 따라서 프로작이나 졸로푸트 등 세로토닌 농도를 올려주는 약물을 복용하면 대개 잘 낫습니다.

문제는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쯤으로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또 미친 사람 취급받을까 두려
워 정신과를 찾지 못하기도 합니다. 이은주씨도 우울증이 자살의 원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자살하기
직전 작품인 '주홍글씨'에서도 그녀의 권총자살 장면이 나옵니다. 글쎄요. 저도 개봉 당시 그 영화를 보
았습니다만 지금 다시 보니 간간이 비치는 그녀의 미소 속에서 우울증 환자 특유의 공허를 느낄 수 있었
습니다. 그녀가 매일 프로작 한 알씩만 복용했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남습니다.

자살엔 분명 징후가 있습니다. 주위와 접촉을 끊고 우울해지며 말수나 식욕이 줄어든 경우, 주위 사람에
게 자살 고백을 하거나 갑자기 여행을 떠나거나 성직자를 찾는 경우입니다. 자신이 아끼던 물건을 나눠
주거나 사후세계에 대한 서적을 탐닉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자살징후입니다. 주위에서 우울증으로 인
한 자살 위험이 느껴지는 분이 있다면 가까운 정신과를 서둘러 찾으시기 바랍니다. 응급상황이라면 서울
시 광역정신보건센터에서 운영하는 24시간 상담전화 1577-0199를 활용하십시오. 우울증은 치명적 질환입
니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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