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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나라 싸인좀 구해줄 수 없느냐" 상하이시 정부의 한 고위인사는 언젠가 필자를 만나더니 대뜸 "장나 라나 배용준하고 잘 아느냐"고 묻더니 싸인좀 받아달라고 성화를 부렸다. 솔직히 그런 스타들을 잘 알지 는 못하지만 그네들이 상하이에 오면 가끔 기획사에서 인터뷰 좀 해달라는 요청은 받긴 한다. 그래 서 "기회가 되면 한번 받아주지요"라고 답했더니 그 인사 하는 말이 "이제 우리 딸한테 큰소리칠 수 있 게 됐다"고 한다. 정말 요즘 중국에서는 한국 바람이 대단하다. 얼마전 홍콩에 전화했더니 홍콩의 지인은 "지금 이 시 간 홍콩은 조용합니다"고 했다. 저녁시간이었는데 한국의 이영애가 등장하는 드라마 `대장금'이 방영중 이었다. 집집마다 가족들이 모여앉아 대장금을 보고라 거리가 한산하단다. 다음날 점심시간에 식사를 하 면서 어제 저녁에 본 대장금 얘기가 꽃을 피울 것이고, 드라마를 못 본 사람은 우리말로 `왕따'를 당하 기 일쑤라고 한다.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 어딜가나 TV를 켜면 대략 40개 채널 가운데 7-8개 정도에서 한국 드라마 가 방영된다. 지난 5월인가 한국 교민행사 도중 대장금에 출연했던 지진희가 잠시 나온 적이 있다. 그 때 들이닥친 중국의 젊은이만 수백명이 넘었다.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는 동안 "아, 이게 한류(韓流)구 나"하며 놀란적이 있다. 또 중국 내륙인 쓰촨성쪽 출장을 갔다가 하루 종일 최지우 얼굴을 본 기억이 난다. 배용준과 최지우가 등장하는 `겨울연가'를 방영하는 중국 지방 TV가 너무 많아 채널을 어디를 돌려도 겨울연가가 나왔기 때 문이다. 상하이 번화가인 난징루에 가보면 DVD 가게 입구에 어김없이 한국영화와 드라마 코너가 마련돼있다. 서 울에서 방영중인 드라마도 있고, 이미 몇년전 종영된 것도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10대로 보이는 중국 학 생들은 한국인들을 만나면 "진시산 쭈이 피아오량(김희선이 제일 이쁘다)"며 그녀가 출연하는 드라마는 대부분 봤다고 자랑이다. 매장안에 김희선은 물론이고 전지연, 차태현, 장동건, 안재욱, 최지우, 장나 라 등 한류스타들의 대형 브로마이드가 가득하다. 여기가 도대체 어딘지 분간이 안갈 때가 많다. 물건을 사러 웬만한 백화점에 가서 한국인이라고 해봐라. 그러면 일부 종업원은 "안녕하세요"라고 유창 한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오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한류열풍이 초래한 변화이다. 상하이 특파원인 필자도 한류를 적절히 활용한다. 취재가 어려운 상하이 공무원이나 교수들과 인터뷰할 때는 꼭 `겨울연가' DVD나 신화나 보아의 디스크를 갖고 가서 `사례품'으로 건넨다. 그러면 그들은 금 새 표정이 밝하진다. 그만큼 그들에게 한류상품은 귀중품으로 여겨진다. 그들에게 이제 한국은 월드컵 4강에 오른 대단한 나라이기도 하지만 `안자이쉬(안재욱)이나 진시산 (김희선)의 나라'가 돼있다. 몇년전부터 한국 드라마네 푹 빠져지낸 중국인들에게 한국은 이제 '친숙하 면서도 닯고 싶은 나라'가 돼있다. 과거 우리가 미국의 팝송과 드라마를 보면서 미국과 미국인들을 동경 했던 것과 비교하면 쉽게 이해되리라. 우리가 `브룩 쉴즈'를 미인의 대명사로 여기던 것과 중국인들이 ` 진시산'을 세계 최고의 미인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얘기로 보면 된다. 중국인 친구들은 필자를 만나면 "어떻게 한국 드라마는 그렇게 재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솔직 히 필지는 일부 역사물을 제외하고는 중국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는다. 젊은이들의 사랑과 배신을 다뤘 다고 요란하게 홍보하고 있지만 대부분 드라마를 한두번 보면 스토리 전개가 뻔하다. 그러니 한국 드라 마와는 경쟁이 안된다. 거의 대부분의 황금시간대에는 중국 드라마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오죽하면 중 국 드라마 제작사들이 상하이 푸단대학에 모여 무슨 세미나를 한다고 하면서 결론은 "한국 드라마를 제 발 줄여달라"고 각 방송사에 애원하고, 당국에 `드라마 수입'을 규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그런만큼 요즘 중국인들에게 한국인들은 다 잘 생기고, 예쁘고, 세련되고, 잘살고, 멋있는 대상으로 다 가간다. 한번은 중국 대학교에 `반일감정'의 원인을 취재하러 갔다가 김희선이 예쁜지, 전지현이 예쁜지 를 놓고 싸우는 중국 여학생들에게 혼이 난 적이 있다. 솔직히 나는 두 여자배우를 잘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그냥 "장만옥이 더 예쁘다"고 하고 자리를 빠져나왔다. 좀 과장한다면 LG에서 만든 비누로 아침 사워를 하고, 삼성 에어컨으로 시원한 거실에서 식사를 한 뒤 현대 소나타를 타고 출군해서 삼성 에니콜로 친구들과 대화하고, 저녁에 한국 드라마로 하루 일과를 보 내는게 중국인들이 적지 않다. 요즘 한국의 명사들이 적지않게 상하이를 찾고 있다. 대통령도 왔고, 웬만한 국회의원과 장차관도 상하 이를 다녀갔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사람들이 연예인들이다. 필자는 이들이야말로 오늘날 중국에서 한 국의 이미지를 바꿔놓은 애국자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엄청난 국가적 이익을 창출하는 `대단한 사 람'들이다. 그러면 한류는 언제부터 상하이를 비롯한 중국땅에 나타난 것일까. 한류(韓流)라는 이름이 처음 붙여 진 것은 중국땅이다. 베이징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 방송기획사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 후 1999년 중반 중국 언론매체에서도 쓰기 시작했다. 다른 문화가 매섭게 파고든다는 뜻의 `寒流'의 동 음이의어인 `韓流'가 통용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용되게 됐다. 이후 한류라는 말은 중국뿐 아니 라 대만이나 일본, 베트남 등지에서 나타나는 `한국문화 선호현상'을 통칭하게 된다. 드라마, 패션, 게 임, 음식, 헤어스타일 등 대중문화와 한국 인기연예인을 동경하고 추종하는 문화 현상 등을 모두 한류하 는 테두리에서 언급되고 있다. 언론용어로는 2002년 2월 한국 댄스그룹 HOT가 베이징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공식적으로 한류가 등장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한국에 대해 광적으로 추종하는 젊은이들을 한미(韓迷)라고 부르기도 한 다. 여기서 미(迷)는 매니아를 뜻한다. 하지만 한류라는 말은 없었지만 중국에서 한국에 대한 문화적 충격을 처음 안긴 것은 아마도 드라마 ` 사랑이 뭐길래'일 것이라고 중국통들은 말한다. 하희라와 최민수가 나왔던 '사랑이 뭐길래'는 1994년 중 국에 수출되면서 재방, 3방까지 되며 무려 10억인구가 봤다고 한다. 원조 한류라고 부르면 될 것같다. 당시 중국 본토에서 외화의 시청률은 1%를 넘지 못했는데 사랑이 뭐길래는 4.3%의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 록했다고 한다. 한국 드라마에 대한 인식을 확실하게 바꿔놓았다. 그리고 `꿍따리 사바라'로 유명한 댄스그룹 클론과 N.R.G가 1997년도부터 중국 대륙을 달구기 시작했 다. 이후 H.O.T와 드라마 '별은 내가슴에'에 출연한 안재욱은 중국 전역의 스타로 등장한다. 중국의 젊 은이들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몰라도 `안자이쉬(안재욱)'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가을동 화'의 송승헌과 송혜교가 한류의 흐름을 이어갔고, 이제는 배용준과 최지우의 `겨울연가'에 중국인들은 빠져들어가고 있다. 얼마전 MBC는 상하이에 중국지사를 세웠다. 특파원이 아니고 중국지사를 세운 것은 중국시장에 한국 드 라마와 관련 상품을 `효과적으로' 팔기 위해서다. 한류 드라마들이 중국시장에서 싼값이 팔려나가는 것 이 안타깝고, 또 중국내에서 한중합작으로 드라마를 만들어 직접 시장을 공략하자는게 지사 설립의 목적 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지사에는 이를 위해 한국에서 유명한 시트콤을 제작했던 PD들까지 포진해있다. 조 만간 이 PD들이 중국에서 중국배우들을 동원해 만든 드라마나 영화가 상하이에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중국에서 만들어진 한류드라마가 한국시장으로 되팔려나가는 시대도 올 지모른다. 중국산 김치 가 서울의 식탁을 점령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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