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폰카가 소개팅 문화 바꿨다…외모 지상주의 부작용도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5-08-16 오전 10:49:00
[마이데일리 = 김한준 기자] 미팅·소개팅 등 미혼 남녀간 만남의 문화가 바뀌고 있다. 과거처럼 어떤
상대방이 나올까 마음을 졸이는 일은 이제 없다.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고 만나는 것이 일상화됐기 때문
이다. 디지털카메라가 젊은 층의 '필수품'이 되고 카메라 기능이 탑재된 휴대폰이 넘쳐나면서부터 발생
한 일이다. 젊은이라면 열에 아홉은 가지고 있는 미니홈피 열풍도 이런 경향에 불을 붙였다.

▲미니홈피 먼저 거친 후 만나요=지난 12일 오후 7시 서울 신촌의 한 카페. 이은정(여·20·서울 서대문
구) 양이 카페문을 열고 들어와 주위를 살핀다. 이양을 본 김기호(남·21·서울 영등포구) 씨가 이쪽이
라고 손을 흔든다. 살짝 미소를 보이며 다가오는 이양. 김군과 함께 앉아 있는 기자를 경계하는 눈빛을
보였지만 이내 긴장을 푼다.

"둘이 처음 만나는 거 아니에요?" 기자의 물음에 김군과 이양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어떻게 한
번에 알아 봤어요?" 재차 묻자 김군이 한마디 한다. "만나기 전 서로의 미니홈피를 통해서 얼굴을 확인
했거든요. 요즘은 대부분 그래요."

상대방 미니홈피의 '분석'으로 서로의 얼굴과 취미, 대강의 성격 등을 알고 있었던 이들은 생각보다 금
세 친해졌다. 배가 출출하다며 밥을 먹으러 가겠다는 이들. 두 사람에겐 별로 달갑지 않던 기자의 동행
도 여기까지였다.

▲휴대폰 사진으로 먼저 봤어요=만난 지 한달 가량 된 임석현(남·26·서울 광진구) 씨와 민미홍(여·24
·서울 노원구) 씨 역시 비슷한 경우다. 임씨가 후배의 휴대폰에 있던 사진들을 보다가 바로 느낌이 오
는 민씨를 소개시켜달라고 졸랐다고 한다. '구애'를 받은 민씨 역시 친구의 휴대폰에 저장된 석현씨의
사진을 보고 마음에 들어해서 바로 만남이 추진됐다고. 호감 가는 상태에서 만난 덕인지 이들은 탄탄한
애정전선을 구축 중에 있다.

상대방에 대해 온라인 정보 입수 후에 '오프라인 접속'을 하는 것이 보편화됨에 따라 과거 만남의 자리
에서 볼 수 있었던 용어들은 추억이 되어 버렸다.

▲폭탄처리반이 뭐에요?=과거 미팅 자리에 가면 한 명은 '폭탄처리반'의 중책을 맡았어야 했다. 누구나
그 임무를 맡기는 꺼려했지만 미팅에 참가한 다른 이들의 행복을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외모가 가장
떨어진다고 생각되는 이성과 억지로 파트너 역할을 맡게 된 이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자신에게 부
여된 미션을 수행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진 모르지만 지금은 이런 역을 해야 하는 이가 거의 사라졌다. 미팅에 앞서 상대쪽의 얼
굴을 확인하기에 마음에 들지 않는 이성이 있다면 만남을 취소해 버리면 되기 때문이다.

김진우(남·20·서울 성동구) 군은 "몇년 전 선배들은 미팅에 나가면 가위바위보 등을 통해서 폭탄처리
반을 정했다고 한다. 지금은 만남 전에 사진 확인 후 자신의 상대를 미리 정하고 나가기 때문에 그런 일
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약해진 주선자 파워=과거 절대적인 위상을 차지하던 주선자. 서로의 얼굴을 모르고 만났던 예전에는
주선자가 '합석'해 만남이 이뤄졌었다. 어색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어주고 서로의 반응을 살피
며 분위기를 돋우는 것도 주선자의 몫이었다.

그러나 이미 호감을 갖고 만나는 현재의 만남에서 주선자는 서로의 전화번호만 알려주면 그걸로 임무
끝. 괜히 합석했다간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돼 버리기도 한다.

이성우(남·27·경기도 용인시) 씨는 "바쁜 일상 속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를 만나 시간을 허비하느
니 호감 있는 상대를 만나는 것이 서로에게 좋은 것 아니겠느냐"며 "덕분에 첫 만남에서 얼굴을 붉히는
경우가 적어졌다"고 말했다.

▲외모 지상주의 부작용도=이런 문화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사람은 외모가 전부가 아님에도 불
구하고 자신에 마음에 들지 않는 외모라면 아예 만나지도 않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이냐는 것이다. 사
진을 확인하고 만나는 것은 숨겨진 좋은 면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사전 차단해 버릴 수도 있다는 지
적이다.

김현미(여·26·서울 강동구) 씨는 "상대방의 얼굴을 확인하는 것은 좋지만, 그 가운데서 예쁘고 멋진
이들만 '선택'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외모가 마음에 드는 것과 사람이 진국이냐는 것은 전혀 다른 개념
이다"고 밝혔다.

이런 종류의 만남은 사생활 침해 소지도 있다. 분명 거절의 뜻을 표현했지만 첫 만남 때 얼굴을 확인하
기 위해 들어왔던 상대방의 미니홈피에 계속 들락거리며 관심을 끌려고 하는 탓이다. 물론 일부의 경우
이긴 하지만 당하는 쪽은 불쾌하기 그지없는 행위이다.

최모(여·21·서울 강남구) 씨는 "처음에 알려줬던 내 미니홈피에 상대방이 수시로 방명록을 남겼다. 분
명 만나서 관심없다고 했지만 끊임없이 그런 짓을 해 결국 미니홈피를 폐쇄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첫 만남의 자리에서 '폭탄'을 만나 눈살을 찌푸리는 일이 사라지고 있다. 사진은 "정말 괜찮은 녀석이
야" 라는 말만 믿고 소개팅 자리에 나가지 말고 주선자에게 상대방의 동영상 메일을 요청하라고 하는 SK
텔레콤의 광고. 폭탄을 만난 한 여성이 한숨을 쉬고 있다.]

(김한준 기자 star@mydaily.co.kr)
이전글 상담자원봉사자교육안내
다음글 중세와 현대가 어울린 북구의 별..스웨덴 스톡홀름
주소 : 서울특별시 광진구 아차산로 589 우)143-805 / Tel. 02) 456-7850 | Fax. 02) 456-7650 | E-mail. karp@karpkr.org
Copyright(c) 2008 KA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