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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수(76) 씨는 자칭 ‘착실한 실버 학생’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집 근처 공원에서 에어로빅으로 몸을 푼 뒤 서울 종로구 경운동 서울노인복지센터로 향한다.
센터에서 이 씨는 사진 편집에 주로 쓰는 ‘포토샵’ 프로그램 사용법과 하모니카, 춤을 배운다. 요즘 은 경쾌한 ‘자이브’에 푹 빠졌다.
“젊은 시절에는 일 아니면 공부를 위한 공부만 해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이제야 내 잠재력을 발견하 고 있습니다. 아내는 ‘자식들 키우며 먹고살겠다고 힘들게 지내왔는데 늙어서라도 좀 편히 살다 가라’ 고 합니다. 하지만 배운다는 자체가 너무 즐겁고 배울수록 욕심이 생기는 걸 어쩝니까.” 서울 강남구 노인복지관에서 인터넷을 배우고 있는 임규방(61·여) 씨는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취미 생활을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요즘 그는 평소 관심 있었던 클래식 기타 연주법을 인터넷 동영상으로 익히고 있다.
박상기(78) 씨는 풍경화나 인물화 그리기에 매료돼 있다.
박 씨는 “캔버스 앞에서는 네다섯 시간이 화살처럼 지나갈 정도”라며 “옛날엔 그림 그릴 여유가 없 어 바라보기만 했는데 지금은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치매노인 요양소에 그림 5점을 기증했으며 복지회관에서 ‘그림친구’들과 함께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노년기의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노부부 핵가족이 급증하면 서 경제적인 대책뿐 아니라 노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가 중요해졌다.
서울 송파노인종합복지관의 관계자는 “정원제 프로그램이나 컴퓨터 강좌 수강신청 때는 새벽부터 길게 늘어선다”며 “누구누구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닌, ‘제2의 인생’을 맞은 한 사람이고 싶어 한다” 고 말했다.
이 복지관의 회원은 4020명에 이르고 하루 이용 인원은 350명 정도.
복지관 측은 “규정상 등록이 불가능한 60세 미만이 강좌를 듣고 싶다고 문의해 오는 경우가 많아 ‘아 직 젊으니 몇 년 후에 오시라’고 안내한다”고 전했다.
강남구 노인복지관의 정명희 사회복지사는 “어르신들은 배우는 속도는 느리지만 열정만큼은 젊은 사람 못지않다”며 “질문도 많이 하셔서 강사들이 쉬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대 최성재(崔聖載)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경제 및 의료문제가 해결된다고 해서 노인의 ‘가치 있 는 삶’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며 “이제는 노령기를 위해 중년기부터 준비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최 교수는 “노인교육은 고령화를 겪는 전 세계가 맞닥뜨린 문제”라며 “노인이 여생에서 보람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김관(성균관대 영어영문학과 4년) 조기현(서울대 노어노문 학과 4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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