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치매노인 무료로 돌봐온 선호재·정숙자 부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5-07-18 오후 2:35:00

치매노인을 모시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
하지만 선호재 목사와 정숙자 부부에게 이들 치매노인은 ‘아기’ 같은 존재다.
오갈 데 없는 치매노인 60명을 모시고 사는 샘터마을의 선 목사 부부는 오늘도 이들에게 헌신적인 사랑
을 베풀고 있다.


선호재 목사와 정숙자 원장 부부. 선한 눈웃음이 꼭 닮았다.
경기도고양시에 위치한 치매전문요양원 샘터마을.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옛말이 선호재(58)·정숙자
(55) 부부 앞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이들 부부는 친자식조차도 포기해 오갈 데 없는 치매노인들을 10년
넘게 친부모처럼 모시며 살고 있다. 함께 생활하는 치매노인들만 해도 60여 명. 치매노인들과 먹고 자느
라 부부가 한이불 속에서 잠든 지도 퍽 오래됐다. 치매노인들과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이지만
‘효자’ ‘효부’가 따로 없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들은 꼭 아기 같아요. 밤에 잠도 안 자고 이리저리 배회하면서 투정을 부리죠. 그
럼 제가 ‘할머니 그만 자자’ 하고 팔베개를 해주며 토닥거리면 아기처럼 금방 잠들어요.”

치매에 걸린 할머니들을 ‘아기 같다’고 표현하는 선호재 목사. 그만큼 할머니들을 대하는 그의 마음
이 ‘어머니’처럼 세심하다.

“할머니들에게 언제 어떤 사고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할머니들과 함께 잠을 자요. 주무시다가 이불
에 코가 눌리기라도 하면 호흡 곤란으로 돌아가실지도 모르고, 또 화장실에 가시다가 이불에 걸려 넘어
지기라도 하면 뼈가 부러질 수도 있잖아요. 병원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큰 사고가
안 나게 하려고 이것저것 신경을 쓰다 보니까 늘 피가 마르는 것 같아요.”

선 목사가 치매노인들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지금은 고인이 된 장모님 때문이다. 그는 딸만 셋인 집
안의 맏사위로 결혼과 동시에 장모님을 모셨다. 그러다 지난 90년 장모님이 뇌출혈로 쓰러져 의식을 잃
자 다니던 교회에 사표까지 내고 장모님을 간호했다.

“저희 어머니가 5년 동안 누워 계셨는데 의식도 없는데다 욕창으로 엉덩이와 뒤통수가 다 썩어들어가
거의 산송장이나 다름이 없었어요. 그런데도 남편은 지극정성으로 어머니를 돌봤어요. 썩어가는 상처를
매일 2시간 간격으로 치료하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잤으니까요.”

선 목사의 효심 때문이었을까. 기적이 일어났다. 장모님이 쓰러진 지 5년 만에 병석에서 일어난 것. 그
러자 이번에는 선 목사가 쓰러졌다. 갑자기 시력이 떨어진 선 목사는 6개월 동안 앞을 전혀 볼 수 없었
다고 한다.

“병원에서도 ‘희망이 없다’고 했는데 6개월 후 차츰차츰 앞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다행히 괜찮아졌어
요. 저도 선천적으로 몸이 약해 늘 누워서 생활하다시피 했는데 남편이 저와 어머니를 함께 돌보느라 정
말 고생을 많이 했어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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