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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재벌 총수들이 고작 2% 안팎의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호령하는 것은 잘못 돼도 한참 잘 못된 일이다. 지배구조가 이처럼 왜곡된 기업에서 도대체 투명 경영을 기대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가. IMF 당시 이런 엉터리 `황제 경영' 때문에 줄도산 사태를 겪고도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으 니 한심할 따름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분석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38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지분 중 총수 본인의 몫은 평균 2%에 불과하고 친인척 몫까지 합해도 5%가 채 안 된다. 총수들이 이처럼 낮은 지분으로 그룹을 통 제하는 수단으로 동원한 게 순환 출자다. 계열사들을 그물처럼 얽어매 놓고 지배하는 식이다. 그러다 보 니 한 계열사의 경영 악화는 곧장 그룹 전체의 부실로 전이되기 마련이다. 부실 계열사의 경영과 무관 한 다른 계열사들의 주주가 피해를 보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장도 불필요하게 증폭되 는 사례가 허다한 만큼 이를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들 재벌의 총수 본인 및 친인척의 소유 지분과 총수가 실제로 행사하는 의결권 지분을 비교한 의결권 승수는 6.78배이고 출자총액제한 규정이 적용되는 9개 재벌은 8.57배로 기업 규모가 클수록 소유지배구 조 왜곡 정도가 더 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1배를 약간 웃도는 유럽 선진국들 에 비하면 최고 8배나 높은 것으로 전근대적인 재벌 지배구조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일부 재벌이 금융계열사를 통해 계열사 지배를 강화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각별한 우려를 표명하 지 않을 수 없다.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삼성생명과 삼성투신은 삼성물산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며 지배구조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회사 와 보험회사의 자산은 거의 전부가 재벌 총수나 친인척들의 것이 아니다. 고객들이 낸 한 푼 두 푼이 쌓 여 이뤄진 것이다. 고객들이 맡긴 돈을 재벌 총수가 경영권 방어나 보호에 쓴다면 어떤 이유를 갖다 대 건 합리화될 수 없다. 금융회사가 다른 계열사와의 내부 거래를 통해 자산을 빼돌리거나 다른 계열사의 부실에 감염될 경우 그 피해는 몽땅 고객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예전에 삼성생명이 사옥을 그룹에 헐 값으로 넘겨 회사와 가입자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친 실례도 있지 않은가.
기업의 지배구조에 섣불리 관여하기보다는 결과를 보고 판단하는 게 옳다는 견해에도 일리는 있다. 실제 로 제2차 대전 이후 미군에 의해 재벌이 강제 해체된 일본에서는 지분이 1%도 안 되는 대기업의 총수가 누구 못지 않게 훌륭한 경영으로 모범을 보이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나 그것은 총수가 욕심을 버리고 기업을 사회 재산으로 여길 때의 얘기다. 그룹을 자식에게 물려주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심지어는 탈법까지 서슴지 않는 우리네 총수와는 전혀 다른 세계의 일이다. 이런 측면에서 헌법 소원까 지 제기하며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에 반발하는 삼성그룹의 작태는 생뚱맞기까지 하다. (끝) <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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