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함께 읽는 성의학] 기억과 망각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5-07-13 오후 3:18:00
가끔 늘 사용하던 통장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아 쩔쩔매거나 아내의 생일을 기억하지 못해 엄청난 응징
을 당하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참 많은 것들을 기억하면서 살아간다. 전화번호 같은 단순한 숫자의 조합
에서부터 수많은 노래의 멜로디까지도 정확히 기억해낼 수 있으니 말이다.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의 구분을 처음 사용한 심리학자 에빙하우스는 뇌의 용량이 평생 동안 벌어지는 모
든 일을 기억 속에 담아둘 수 있을 정도로 크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1970년대에 이루어진 한 실험에서는 수만장의 사진들을 한 장당 5초씩 이틀 간격으로 두 번 보여
준 뒤 보여준 사진과 그렇지 않은 사진을 구분하도록 했는데 평범한 실험 대상자들은 아주 쉽게 보여준
사진들을 골라냈다고 한다. 이렇게 볼 때 기억의 양적 한계는 선을 긋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모든 사건을 기억하지는 않는다. 정보의 저장에는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이라는 두 가지 독립된 메
커니즘이 있다. 단기기억은 비교적 쉽게 분쇄되고 빠른 속도로 소멸된다. 시험 전날 벼락치기 공부가 오
랫동안 기억되지 못한다는 건 좋은 예일 것이다.

한편 어떤 정보들은 장기기억계에 담아지게 되는데, 이에 속한 정보들은 거의 영구적으로 남아 있게 되
며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별 혼란 없이 되살아날 수 있다. 또한 장기기억은 학습에 의해 반복적으로
신경회로를 자극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

기억의 개념은 이 밖에도 많은 의미를 지닌다. 우리 몸이 병균에 대항하는 면역계 역시 기억과 학습의
개념으로 설명된다. 수두와 같은 바이러스 질환은 한 번 걸리면 평생 다시 걸리지 않는다. 면역계는 기
억세포의 도움으로 이미 한 번 침투를 시도한 적이 있는 침입자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온갖
이물질에 대항하는 항체를 만들 수 있는데, 약 100만종의 항체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우리 몸은 저항력과 중독성이라 부르는 두 가지 특성을 통해 반응하는데, 이들 모두 기억과 연관돼 있
다. 저항력은 몸에 똑같은 양의 약물이 들어왔을 때 이를 시간이 지난 후에 거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고, 반대로 중독성은 약물이 들어올 때마다 이를 기억해 적응하는 것을 말한다.

사람들은 고통스럽고 창피스러운 일들을 가급적이면 잊고 싶어 한다. 그러나 잊고 싶고 잊어야 하는 기
억을 반복적으로 의식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얼마 전 발기가 잘되지 않아 크게 놀랐던 일, 너무 빨리 사정돼 창피했던 일, 벌써 몇 년이 지난 일이지
만 아내와 심하게 싸웠던 기억에 이르기까지 여러가지 부정적인 기억들을 잊지 못한다.

이런 부정적 기억들은 남성 성기능장애의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인간의 신체는 기계가 아니므로 항
상 100% 성능을 발휘할 수 없다. 간혹 스트레스나 피로 등으로 인해 발기부전 등의 성기능장애는 얼마든
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어떻게 기억하는가에 따라 쉽게 해결되기도 하고 지속적인 장애를 만들기도
한다.

“때로는 이런 날도 있지, 아내도 이해할거야.” 이처럼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다음 성행위시에는
평소와 다름없이 정상적인 관계를 가질 수 있게 된다. 기억하지 않는 것만으로 치료가 된 것이다. 그러
나 “벌써 이러면 큰일인데, 아내가 실망했을 텐데, 무슨 망신인가”라고 심각하게 걱정하고 지난번 실
패를 뚜렷이 기억하게 되면 불안한 마음과 의식적 노력이 앞서기 마련이다. 발기는 음경해면체에 혈액
이 유입돼 이뤄지는데 남성이 심리적 압박감을 받게 되면 신체 위험신호 호르몬인 아드레날린이 방출된
다. 아드레날린은 음경혈관을 수축시켜 혈액의 유입을 막고 정맥출구를 열어 가득 차 있던 혈액을 급속
히 빠져나가게 하므로 발기가 잘되지 않거나 관계 중 발기가 죽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반복적인 실패의 악순환을 만드는 첫 번째 고리는 다름 아닌 실패의 기억이다.

남성이 성기능을 좋게 하기 위해 첫 번째 해야 할 일은 나쁜 기억을 빨리 잊고 좋은 기억을 채워 넣는
일이다. ‘포갓 잇!’(Forgot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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