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함께 읽는 성의학] 변태와 성도착증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5-06-29 오후 2:34:00
18세기 프랑스의 한 남성은 로즈 켈러라는 어린 여성을 유괴해 채찍으로 때리고 그 상처에 촛농을 떨어
뜨리는 등 가학행위를 저질러 감옥에 갔다. 그는 창녀와 아이들을 수주일간 고문하고 학대한 일에 가담
해 투옥된 적도 있었고, 원래 수녀였던 그의 아내를 혼음파티에 끌고 가기도 했다.
또 독실한 수행생활을 하고 있던 처제와 눈이 맞아 이탈리아로 함께 도피행각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수
차례 수감생활을 하면서도 섹스파티를 즐겼으며 자신의 끔찍한 경험들을 책으로 남겼다. 그의 책은 1784
년 모두 발매금지를 당했다.

당시 그의 이름이 얼마나 유명했는지 짐작이 간다. 그의 이름은 마르키 드 사드였는데 아마도 ‘이 사
드 같은 놈아’는 최악의 욕이었을 것이다. 그의 이름은 지금도 가학성 변태성욕자를 지칭하는 ‘사디
즘’이라는 용어에 담겨 있다.

사디즘은 성적대상에게 고통을 줌으로써 성적쾌감을 얻는 변태성욕, 즉 성적도착증의 하나다. 우리가 흔
히 말하는 변태라는 말 대신에 정신의학에서는 ‘성도착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성도착증은 사디
즘과 마조히즘, 물품음란증, 그리고 노출증과 관음증 등을 포함한다.

레드리히와 프리드먼은 성도착증을 “정상적인 성행위에서 만족할 수 없는 성적욕구를 만족시키려는 습
관적인 행동양식”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를 정상적인 행위로 볼 것인지를 정의하는 것
은 쉽지 않다. 일탈된 성적행동을 판단하는 기준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프로이트는 인식하지는 못하지만 짧은 기간에 우리 모두 사디즘을 경험한다고 밝혔다.

사드와 같이 정도를 크게 벗어난 범죄 수준의 경우를 제외하면 어느 정도의 성도착증은 거의 모든 남성
의 성적환상에 나타나며, 언제든 깨어날 수 있는 잠자는 욕망이다.

흥미롭게도 성도착증은 성적피학증(마조히즘)을 제외하면 여성에게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대부분
18세 이전에 시작하며 절반 정도는 결혼한 남성이다. 보통 15~25세에 발병률이 가장 높고 이후에는 감소
한다.

남성이 여성에게 고통을 주면서 성적쾌감을 얻는 것은 남성이 강하기 때문일까? 역설적이지만 남성이 약
하기 때문이다.

섹스에서 여성은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된다. 그러나 남성은 남성다움을 입증해야 한다. 섹스에서만은
남녀평등이 존재하지 않는다. 여성은 언제든 섹스가 가능하지만 남성은 그렇지 못하다. 섹스에 실패해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경우에는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늘 불안하다. 자신은 결코 약골이 아
니며 크고 강한 남자이어야만 하고 자신의 쾌락보다 상대여성이 만족하는지에 대해 항상 불안해한다.

섹스는 남자에게 전쟁터다. 게다가 그동안 모아놓은 재산, 학식, 인맥도 그 전쟁터에서는 아무런 힘이
되지 못한다. 그는 벌거숭이다. 아무리 비싼 옷도 비싼 자동차도 쓸모없다.

남성이 성적으로 여성보다 약하다는 이유 중 하나는 사회로부터 강요당하는 잘못된 남성상에 있다. 헤
더 포마니는 “남성상이 무엇이건 그것은 남성들에게 큰 상처를 입히고 있다”고 밝혔다.

여자아이가 남자처럼 행동해도 이를 나무라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그러나 남자의 경우 허용되지 않는
다. 여성과 차별화돼 있는 자신의 역할을 엄격히 지켜야 하며 그 경계선을 넘어서는 안된다. 만일 그가
선을 넘는다면 자신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것이고 또래집단으로부터 따돌림을 받을 것이며, 전통사회
에서 그런 일은 사회적 죽음을 의미한다. 남자는 어떠해야 한다는 강요된 남성상은 어떻게든 불안을 은
폐하도록 만든다.

남성에 의해 만들어지고 대부분 남성들에 의해 소비되는 하드 포르노그라피, 그중에서도 적나라한 폭력
물의 증가 역시 성에 대한 편견이나 그릇된 남성상을 부추긴다. 사춘기 때 성에 대한 편견이나 열등감
을 갖게 되면 자신의 성적무능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이 병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성도착증에는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예방은 아동기의 적절한 성교육과 부모들에 대한 계몽을 통해
가장 잘 이뤄질 수 있다.

조은석 < 코넬비뇨기과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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