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서는 은퇴모르는 中고급인력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5-05-16 오전 10:28:00
최근 중국 조선족의 대표적인 인물인 조남기(趙南起) 장군을 만났다. 조장군은 올해 76세지만 아주 건강
한 모습이었다. 지난달 한국에 다녀온 얘기 등이 화제로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는 대외 관계 증진에
앞장서는 단체인 중국 국제우호연락회 고문 자격으로 방한, 중국 경제 실상을 한국에 소개하고 보다 많
은 한국 기업들의 중국 투자를 권유하기도 했다.

만남을 주선했던 조선족 인사는 중국의 인민해방군 장군에게는 은퇴가 따로 없다고 귀띔했다. 장군의 은
퇴는 현역에서 물러났다는 명목상의 의미일 뿐 원로 자격으로 국정 운영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
다는 설명이다. 지금도 조장군의 비서로 현역 장교들이 근무하고 있으며 자택은 군 병력이 경비를 서고
있다는 것이다.


조장군은 1988년 군 최고 계급인 상장(대장)에 임명됐고 지난해 퇴임 직전까지 정책 자문기관인 정치협
상회의(정협) 부주석(부총리급)을 지낸 바 있어 국가 지도자 대우를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력에 관한 한 중국이 우리보다 훨씬 자원이 풍부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중국이 인재, 특히
고급 인력의 경륜을 아끼는 노력을 보면 놀랄 정도다.


주중 한국 대사관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동안 안면이 있던 행정 부처의 부부장(차관)이 현직을 물러
난 뒤 인사차 찾았더니 예전 사무실을 그대로 쓰고 있더란다. 웬일인가 하고 사유를 알아봤더니 후임 부
부장이 ‘선배 대접’을 한다며 아예 그가 사용하던 사무실을 그대로 내주고(중국에서는 고위 간부들이
퇴임한 이후에도 현직 당시 부처에 상시는 아니지만 틈나는 대로 출근하기도 함) 다른 곳에 사무실을 따
로 마련했다는 것이다.


정부 부처의 부장(장관) 이상 고위직의 경우 임기 5년이 보장되고 잘만 하면 재임도 가능하다. 공산당
일당 독재 체제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는 하지만 정국 운영의 일관성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은퇴한 고
위 공직자는 현직에 준하는 예우를 받고 있다. 현직 공무원이 비서로 파견 근무를 하는가 하면 정책 결
정에도 은퇴 간부들의 의견을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경륜을 높이 사는 것은 공직 사회에만 있는 게 아니다. 88 서울올림픽 때부터 알고 지내던 중국 기자를
10여년 만인 최근에 다시 만났다. 그가 내놓은 명함에는 ‘고급기자’라고 쓰여 있었다. 중국의 고급기
자는 퇴직 이후에도 재직 당시 받던 봉급을 전액 그대로 받는다는 것을 뜻한다. 은퇴 이후에도 가능한
한 고급 인력에 대한 대우를 확실하게 해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학 교수도 마찬가지. 만 65세가 넘으면 정년을 맞지만 경력이 뛰어날 경우 70세 이상까지 학교 교수
자격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외국인 유학생들의 학위 논문을 지도하고 있다.


눈길을 우리 현실로 돌리면 상황은 딴판이다. 고위 공직자들은 현직을 물러나면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
한다. 그렇다고 전직 자리 구하기도 쉽지 않다. 중국의 은퇴 공직자들이 체제 안정을 위해 열심히 뛰는
반면 우리는 자칫하면 은퇴 공직자들을 반정부 인사로 만들 위험성도 있는 것이다. 연구 기관이나 기업
에서 일하던 전문직도 구조조정 과정에서 직장을 떠날 경우 마땅하게 할 일은 없다.


인재를 아끼는 노력은 굳이 중국만이 아니다. 일본도 현직에서 물러난 전문 기술직을 개도국에 보내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놀고 있는 전문직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주는 것인 동시에 개도국은 질 높은
선진 기술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이른바 윈윈 게임을 하는 셈이다. 고급 인력을 제대로 재활용하지 못
한 채 대책없이 용도 폐기할 경우 이는 국력 낭비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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